■ 지은이 제라르 모르디야G?rard Mordillat 작가이자 감독. 자신의 모든 작품이 ‘세계의 부정과 위선에 맞서 싸우는 방식’이라고 밝힌 저자는 반골 기질과 섬세함을 동시에 지닌 55세의 ‘영원한 청년’으로 불린다. 그는 처음부터 정규교육을 거부하고 독학의 길을 선택하였으며, 인쇄공으로 사회에 발을 내딛었지만, 곧 다양한 분야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첫 시집을 출간하고, 로베르토 로셀리니와 작업하며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동시에 「리베라시옹」지 문예란을 담당하였다. 1981년 첫 소설 『사회주의 만세』를 출간하면서 작가이자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산 자와 죽은 자』는 4년에 걸쳐 집필한 대작으로, 현재 프랑스 문단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세계와 삶에 관한 진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는 평을 받았으며, 2005년 대상을 수상하였다. 소설과 에세이로 『그리스도의 몸―복음서에 관한 탐구』(제롬 프리외르와의 공저, 1997), 『예수에 대항하는 예수』(제롬 프리외르와의 공저, 1999), 『리골 거리』(2002), 『어떻게 브락 씨를 진정 시키는가』(2003) 등이 있다. 영화로는 <주인님의 목소리>(니콜라 필리베르와 공동 연출, 1978), <고용주/텔레비전>(니콜라 필리베르와 공동 연출, 1979), <사회민주주의 만세>(1983), <빌어먹을 페르낭>(1987), <탈영병>(1988), <앙토냉 아르토와 함께>(1993), <그리스도의 몸>(1997~1998), <도시 익히기>(2000) 등이 있다. ■ 옮긴이 정혜용 서울대 불어불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파리 3대학 통번역 대학원(E.S.I.T.)에서 번역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에서 번역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출판기획·번역 네트워크 ‘사이에' 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마르틴과 한나』『단추전쟁』『작은 보석』『집착』『문법은 아름다운 노래』 등이 있다.
■ 이 책은 ‘제르미날 2005'라는 격찬과 함께 프랑스 독서계를 뒤흔들었던 제라르 모르디야의 대작 『산 자와 죽은 자』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4년에 걸쳐 원고지 4000매에 달하는 분량으로 집필되었으며,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영화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의 영상감각이 작품에 깊이 스며 있어 속도감 있게 장면전환이 이루어지며 사건이 전개된다. 국내에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제라르 모르디야는 ‘영원한 반항아'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쉰다섯의 반골기질 강한 작가이자 영화감독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제도권 교육을 거부하고 독학의 길을 걸었고, 인쇄소 직공으로 사회에 발을 들여 놓았지만, 곧 첫 시집을 출간하면서 작가로서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였으며, 로베르토 로셀리니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영화감독으로도 성공을 거뒀다. 이 작품은 그가 이제까지 소설에서 다루었던 모든 테마와 다큐 제작에서 얻어진 역량을 모두 응축시켜 탄생시킨 최고의 작품이자 최대의 작품이다. 탈공업화 시대의 노동자들의 삶을 담은 이 작품은, 우리가 보아왔던 구태의연하게도 격한 감정이 앞서는 ‘노동소설'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이 작품을 통해 노동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모르디야에게 ‘21세기 에밀 졸라'라는 말은 결코 과찬이 아니다. 모르디야의 서사 구조와 문체는 힘이 있으면서도 섬세하고, 때로 냉정하게 진술되는 문장을 구사하면서도 서정성이 넘친다. 모르디야 이 특유의 문체를 ‘감성, 반항, 다정함, 야유, 거칠음, 섬세함, 이 모든 것이 뒤섞인 독특한 문체'라고 프랑스 비평가들은 평하고 있다. 또한 모르디야는 자신은 언어(특유의 문체)를 통해 “냉혹함을 숨기고 있는 현대 사회의 불의와 위선에 대항”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50여 명에 달하는 인물들은 모두 소설의 주인공으로서 꿈과 희망, 절망과 슬픔, 그리고 비밀과 행복을 간직한 존재들이다. 소설 속 그들의 대화는 그들의 삶에서 우러나는 생생한 육성으로, 작가의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들 스스로의 입을 통해 절실하게 다가온다. 근래 소설들이 심리주의 경향을 지향하는 것과는 반대로 자연주의 색채를 띠며 장대한 스케일의 서사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때문에 더욱 신선하게 빛을 발한다. 또한 이 작품에서 짚고 있는 탈공업화 시대의 문제점들은 그대로 우리가 현재 겪고 있거나 겪어야 할 것들이다. 신자본주의의 무한경쟁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기업과 노동자 모두가 확고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화합과 희생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 작품은 잘 보여주고 있다. ■ 작품의 줄거리 방대한 작품 분량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줄거리는 혼란스럽지 않다. 첫 장면은 프랑스 동부의 소도시 로셀의 두실강이 범람하고, 그 도시의 플라스틱 필름 제조공장인 코스가 물에 잠기는 것으로 시작한다. 공장 노동자들은 기계들이 물에 잠기게 돼 고장이 나면 경영진 측에 공장 폐쇄의 빌미를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목숨을 걸고 기계들을 옮긴다. 그 작업 중에 동료들이 고립되기에 이르고, 주인공 루디는 동료들을 위하여 구조대를 부르기 위해 공장 밖으로 향한다. 그러나 그는 밀려드는 거센 물살에 휩쓸려 물과 사투를 벌이게 된다. 위기의 이 순간은 작품 전체의 복선이 되기도 하는데, 사투를 벌이는 루디의 독백과 내면묘사는 사건 전개부의 백미가 된다. 폭우 속에서 기계를 안전하게 옮기는 작업은 작업반장 로르켕의 진두지휘로 성공리에 이루어진다. 이 일로 로르켕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코스와 동일시되며, 그 지역 경제의 핵심인 공장을 살렸다는 공로로 훈장까지 받는다. 그 사건이 있은 2년 뒤, 코스의 사장 포르마는 그룹 회장인 독일인 호프만의 긴급호출을 받고 브뤼셀로 향한다. 호프만 회장은 포르마에게 구조조정을 하라는 폭탄선언을 한다. 포르마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호프만이 요구하는 대로 대량해고만이 그나마 공장 가동을 지속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깨닫는다. 그는 공장과 공장 식구들을 위해 자기를 희생한다는 각오로 온갖 궂은일을 떠맡는다. 포르마는 희생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며, 동시에 모기업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을 조합원들에게 설득시킨다. 최우선 해고 대상이 된 사람들은 나이든 노동자, 여성 노동자들. 이 대상 중에는 코스의 상징이 된 로르켕도 포함돼 반발을 산다. 대량해고는 강행되었고, 남은 노동자들은 임금 동결 및 휴가 반납 등의 희생을 통해 생산 목표에 도달하지만, 애초부터 코스를 포기할 생각이었던 호프만 회장은 코스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포르마조차도 모르게 공장을 미국계 회사에 매각한다. 미국인들은 수익이 없는 코스를 가동시킬 계획이 아니라 코스가 가진 수출특허권에 대한 리베이트가 목적이었다. 때문에 공장 폐쇄라는 예정되었던 사태는 빠르게 진행된다. 포르마는 공중분해된 코스의 운명 앞에서 극심한 허무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비서였던 카롤과 함께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로셀을 떠나버린다. 노동자들은 포르마도 호프만도 사라져버린 상태라 협상할 상대도 없다. 단지 사태가 빨리 마무리되길 바라는 시장과 도지사 등 일부 정부 관계자들과의 마지막 협상이 남았을 뿐이다. 명목뿐인 협상 앞에서 노조 내 강경파와 온건파 간의 입장 차이가 벌어지고, 강경파의 시위는 격렬해진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노동자와 경찰 양측의 희생자가 발생하고,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 결국 특수기동대가 투입돼 공장을 점거하고 있던 노동자들을 몰아낸다. 그리고 코스 노동자들은 불리한 협상 결과를 받아들인다. 코스 공장이 지역경제의 핵심이었던 만큼, 그 파급 효과는 도시 전체에 달하는 실업율, 이혼율 급증 등으로 나타나게 된다. 한편 루디는 시위 과정에서 우연히 찍힌 사진으로 인해 경찰관을 죽인 살인 혐의를 쓰고 감옥에 수감돼 재판을 기다리는 신세가 된다. 루디의 아내 달라스는 파리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만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루디와 동료 둘은 수감된 지 15개월 이상이 지나 열린 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다. 달라스는 희비가 뒤섞인 채 출소하는 루디와 해후한다. 거센 빗줄기 속의 둘의 오랜 포옹은, 삶은 모든 비극 속에서도 희망이고 지속된다는 것을 암시하며 대미를 장식한다. ■ 국내 추천평 이 책 속에 등장하고 있는 노동자들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노동자들이다. 이들의 삶을 극복해내려는 의지와 사랑과 우정은 우리 현실에서 퇴색해버린 ‘노동'의 진정한 의미를, 도덕적으로 성숙한 기업윤리의 의미를 새삼 돌아보게 만든다. ―김정남(전 청와대 수석) ‘산 자와 죽은 자'라는 육중한 제목값을 제대로 해낸 작품이다. 거대 서사를 더욱 빛내는 섬세한 인물 설정과, 가난하지만 아름답게 존재하는 그들 ‘산 자'들이 외치는 진실은 무엇과도 교환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노동의 의미를 성스럽게 부각시킨 작품이다. ―김주영(소설가) 기업은 국가경제뿐만 아니라, 개개인이 영위하는 삶의 행복에도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점에서 이 책은 문학적 감동 이외에도 인간이 행복해야 할 권리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꼭 일독을 권한다. ―박원순(변호사,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운영위원장) 기업가와 노동자간 극한 대립의 비참한 종말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소설이다. 각종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우리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우리의 노사 관계 발전에 좋은 기여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정몽준(국회의원, 현대중공업 회장) 『산 자와 죽은 자』는 ‘탈공업화 시대의 제르미날'이라는 격찬을 받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노동의 신성함, 일자리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이 책을 통해 우리 모두가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지혜를 발견하게 되기를 바란다. ―손학규(전 경기도지사) ■ 해외 서평 “탈공업화 시대에 새롭게 씌어진 『제르미날』” ―누벨 옵세르바퇴르 작가는 인간적, 사회적, 정치적 소용돌이 속으로 독자를 이끈다. 열광, 즐거움, 감동으로 읽히는 대작. ―리르 더할 나위 없이 모던한 소설인 동시에 졸라식 자연주의 소설. 모르디야는 두 시대 사이에, 두 문체 사이에 다리를 놓고 싶어한 것 같다. ―리브르 엡도 이 사회참여적인 작품은 또한 애정소설이기도 하다. 생생한 대화, 빠른 장면 전환이 특징적인 이 강렬한 작품. ―마가진 리테레르 음울한 세계화의 결산서! ―르 피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