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사평 중에서 이 소설의 도입부는 익숙하게 보아온 성장소설로 읽힌다. (……) 그러나 읽어가다 보면 차츰 이 작가 특유의 예민하고 섬세한 감수성으로 포착한, 전 생애의 발밑에 존재하는 바닥모를 심연에 아득히 빨려 들어가며 ‘성장소설’의 경계를 넘어서게 된다. 성장의 고독과 공포, 그리고 유년기와 결별하고 청소년기로 입사하는 시기, 혼돈과 상실감과 불안과 슬픔, 희열 등 생의 모든 감각들이 혼재되어 있는 시간과 공간을 이처럼 뛰어나게 형상화한 작품도 드물지 않나 싶다. ―오정희(소설가) 「강변마을」은 오랜만에 만나는 아름답고 따뜻하고 슬프고 안정된 작품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구식’인 작품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좋은 문학에 구식과 신식이 따로 있을까? 오히려 요즘 문학이 잃어버리고 있는 것을 좋은 모습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해야 하지는 않을까? 전경린 작가의 이런 탁월한 감각과 문체가 엉뚱한 곳에 낭비되지 않고, 앞으로 우리의 지치고 헐벗은 영혼을 아름답게 쓰다듬어줄 수 있는 작품들을 낳기를 기대하고 또 믿는다. ―이남호(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전경린의 소설 「강변마을」은 인물들을 긍정하는 따뜻한 시선과 감정을 사물에 투사하는 놀라울 정도로 섬세한 묘사, 그리고 단편소설에 맞춤한 미학적 구도의 안정감을 통해 읽는 이를 정화시킨다. (……) 요령부득에 오리무중인 소설들이 유행처럼 번져가는 요즘의 우리 소설판에 무리한 스타일의 추구가 아니라 튼튼한 소설 문법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환기시키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강변마을>을 현대문학상 수상작으로 결정하는 데 동의했다.―이승우(소설가· 조선대 교수) ▶수상소감 소설을 쓰고 읽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삶이란 다른 무엇도 아니고, 일상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누구도 이 삶의 일상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없고, 저마다 개인적 시간 안에 갇혀 있으며, 여기 이곳에만 있고, 자기 몸으로만 살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생각하고 인식하고 소통하는 것을 자기 내부의 문장으로 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늘 스쳐가고 부딪치고 어긋나고 오해하는 외국과 같은 먼 타자들과, 자기 경계선 바깥의 일상 세계를 소설을 통해 읽고, 동시에 자신을 읽는 것입니다. 이 소설을 끝냈을 때, 잔인할 만큼 불행한 일이 일어나는 한가운데서도, 반짝이는 결정체 같이 지워지지 않는 기쁨을 주인공에게 선물해준 타자들의 ‘기본적 선의’를 생각했습니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고 또 누구도 의도하지도 않았던 의외의 기쁨, 순수한 행복이란 바로 그런 모습이 아닐까요? 어쩌면 이 소설은 내가 가장 처음에 발표했어야 할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여기엔 나를 생의 가장 낮은 밑바닥으로 끌어내린 강이 흐르고 있으니까요. 그사이 나는 몇 번쯤 도강을 했는지..., 길모퉁이를 돌면, 그 곳은 또다시 대각선으로 밀려난 낯선 강변이겠지요. 소설과 다투는 불편함을 버리고 그냥 좋은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수상작 전경린 강변마을 자선작 전경린 흰 깃털 하나 떠도네 수상후보작 권여선 끝내 가보지 못한 비자나무숲 김미월 안부를 묻다 김 숨 막차 김태용 물의 무덤 손홍규 증오의 기원 윤고은 해마, 날다 하재영 싱크로나이즈드 역대수상작가 최근작 이승우 이미, 어디 김인숙 해삼의 맛 박성원 닭똥과 요산
전경린 1963년 경남 함안 출생. 경남대 독문과 졸업. 1995년 『동아일보』 등단. 소설집 『염소를 모는 여자』 『바닷가 마지막 집』 『물의 정거장』. 장편소설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 『내 생애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 『황진이』 『엄마의 집』 『풀밭 위의 식사』 등. <한국일보문학상> <문학동네소설상> <21세기문학상> <이상문학상> 등 수상. 현재 경남대 교양학부 교수. 권여선 1965년 경북 안동 출생. 서울대 국문과 동대학원을 졸업. 인하대 대학원에서 국문학 박사과정 수료. 1996년 『푸르른 틈새』로 <상상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 소설집. 『처녀치마』 『분홍 리본의 시절』. 장편소설 『푸르른 틈새』. <이상문학상> 수상. 김미월 1977년 강원도 강릉 출생. 고려대 언어학과와 서울예대 문창과 졸업. 2004년 『세계일보』 등단. 소설집 『서울 동굴 가이드』. 김숨 1974년 울산 출생. 대전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1997년 『대전일보』, 1998년 『문학동네』 등단. 소설집 『투견』 『침대』. 장편소설 『백치들』 『철』. 김태용 1974년 서울 출생. 숭실대 문창과 졸업. 2005년 『세계의 문학』 등단. 소설집 『풀밭 위의 돼지』. 장편소설 『숨김 없이 남김 없이』. <한국일보문학상> 수상. 손홍규 1975년 전북 정읍 출생. 동국대 국문과 졸업. 2001년 『작가세계』 등단. 소설집 『사람의 신화』 『봉섭이 가라사대』. 장편소설 『귀신의 시대』 『이슬람 정육점』. 윤고은 1980년 서울 출생. 동국대 문창과 졸업. 2004년 <대산대학문학상>을 받으며 등단. 소설집 『1인용 식탁』. 장편소설 『무중력증후군』. <한겨레문학상>수상. 하재영 1979년 대구 출생. 2006년 『아시아』 등단. 장편소설 『스캔들』. 이승우 1959년 전남 장흥 출생. 서울신학대 졸업. 1981년 『한국문학』 등단. 소설집 『구평목씨의 바퀴벌레』 『일식에 대하여』 『미궁에 대한 추측』 『목련공원』 『사람들은 자기 집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 『심인광고』 『오래된 일기』 등. 장편소설 『에리직톤의 초상』 『내 안에 또 누가 있나』 『생의 이면』 『식물들의 사생활』 『그곳이 어디든』 『한낯의 시선』 등. <대산문학상> <동서문학상> <현대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수상. 김인숙 1963년 서울 출생. 연세대 신방과 졸업. 1983년 『조선일보』 등단. 소설집 『함께 걷는 길』 『칼날과 사랑』 『유리 구두』 『브라스밴드를 기다리며』 『그 여자의 자서전』 등. 장편소설 『핏줄』 『불꽃』 『79-80 겨울에서 봄 사이』 『긴 밤, 짧게 다가온 아침』 『그래서 너를 안는다』 『시드니 그 푸른 바다에 서다』 『먼길』 『그늘, 깊은 곳』 『꽃의 기억』 『우연』 『봉지』 『소현』 등.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이수문학상> <대산문학상> <동인문학상> 수상. 박성원 1969년 대구 출생. 동국대 문창과 대학원 졸업. 1994년 『문학과사회』 등단. 소설집 『이상異常 이상李箱 이상理想』 『나를 훔쳐라』 『우리는 달려간다』 『도시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등.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현대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