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X의 헌신』으로 나오키 상을 수상한 히가시노 게이고, 그의 소설집 『거짓말, 딱 한 개만 더』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앞서 출간되어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졸업』『잠자는 숲』『악의』『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내가 그를 죽였다』『붉은 손가락』에 이어 ‘가가 형사 시리즈’ 유일의 단편집으로 출간된 이 책에는 총 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 문학의 원형을 만나게 되는 이 단편소설들은 탄탄한 구성과 짜임새 있는 스토리로 사회 부조리에 희생당하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그림으로써, 독자들에게 현대 사회의 폐부에 날카로운 메스를 가하는 통쾌함을 느끼게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개성과 재미가 살아 있어 히가시노 게이고 종합 선물세트라 할 만한 『거짓말, 딱 한 개만 더』는 미스터리 독자들에게 완벽한 독서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발레 공연을 앞두고 마지막 총연습이 진행 중인 공연장, 발레단의 사무국장 미치요에게 가가 형사가 찾아온다. 사무국 직원 히로코의 의문의 추락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것. 미치요는 히로코의 죽음은 자살이라고 주장한다. 만약 타살이라면 어떻게 아무 소란도 없이 성인을 발코니에서 추락시키느냐는 것인데……. 덫을 놓아서 범인을 궁지에 몰아넣는 가가 형사와 필사적으로 방어하는 범인, 그 치밀한 심리 게임! 「차가운 작열灼熱」 무더운 여름날, 퇴근해 돌아온 요우지는 욕실에서 아내의 시체를 발견한다. 설상가상으로 돌 된 아들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 그런데 사건 현장인 요우지의 집에 이상한 점이 있다. 전기 차단기가 내려갔었고, 갓난 아들을 찜통 같은 방에 재웠던 흔적이 있는 것. 게다가 아내는 면식범에게 살해된 듯한데……. 과연 아들은 어디에 있을까? 그리고 범인은 누구일까? 작은 단서에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가가의 명 추리가 돋보인다. 「제2지망」 엄마 마치코와 딸 리사, 두 모녀가 사는 집에서 엄마의 애인 모리가 살해된 채 발견된다. 끈으로 교살된 모리를 죽인 범인은 여자로서는 불가능한 엄청난 힘의 소유자. 즉각적인 혐의는 벗었지만 살해 추정시각 두 모녀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줄 사람이 없는데……. 딸을 통해 자신 꿈을 실현하려는 엄마와, 기계체조에 천부적 재능을 지닌 딸, 그리고 두 모녀를 주시하는 가가의 눈동자. 과연 모녀의 꿈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어그러진 계산」 얼마 전 남편을 교통사고로 떠나보낸 나오코. 슬픔에 잠겨 있는 나오코의 집에 가가 형사가 찾아온다. 나오코에게 행방불명된 남자의 사진을 보여주며 아는 사람이냐고 묻는 가가 형사. 사진 속에는 나오코 부부의 집을 관리하는 건축사의 얼굴이 담겨 있다. 남편과 아내, 그리고 한 남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밝혀지는 세 사람의 애증의 고리! 그 끝에서 가가 형사가 발견한 그들의 진심은 무엇일까? 「친구의 조언」 유능한 사업가 하기와라는 대학 동창인 가가 형사를 만나러 가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한다. 갑자기 쏟아지는 졸음에 깜빡 잠이 들어버린 것이다. 문병 온 가가 형사는 자신이 아는 하기와라는 절대 졸음운전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못 박는다. 우연한 사고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하기와라와, 친구를 계속 추궁하는 가가 형사. 두 사람의 밀고 당기는 신경전 끝에 드러나는 사건의 전모와 가가 형사의 따뜻한 우정!
■ 지은이 _ 히가시노 게이고 東野圭吾 1958년 오사카에서 태어나 오사카 부립대학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2006년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제134회 나오키상을, 1985년 『방과 후』로 제31회 에도가와 란포상, 1999년 『비밀』로 제52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다. 『악의』『붉은 손가락』『유성의 인연』『숙명』『백야행』『살인의 문』『편지』『흑소(黑笑) 소설』『독소(毒笑) 소설』『방황하는 칼날』 등 다수의 저서를 낸 베스트셀러 작가로 일본 미스터리계의 제일인자이며, 미스터리라는 틀로 묶을 수 없을 만큼 폭넓은 작품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 옮긴이 _ 양윤옥 일본문학 전문번역가. 2005년 소설 『일식』으로 일본 고단샤(講談社)의 노마 문예번역상을 수상하였다. 『슬픈 이상(李箱)』『그리운 여성 모습』『글로 만나는 아이세상』 등의 책을 썼으며, 『붉은 손가락』『악의』『유성의 인연』『남쪽으로 튀어!』『도쿄타워-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피아니시모 피아니시모』『겐지와 겐이치로』『철도원』『칼에 지다』『지금 만나러 갑니다』『장송』『플라나리아』『오, 마이갓』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 이 책은… 통속적인 사건 속에서 만나는 인간의 본질 『거짓말, 딱 한 개만 더』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데뷔 이듬해부터 20년 넘게 함께해온 가가 형사가 등장하는 ‘가가 형사 시리즈’ 중의 하나이다. 미스터리 단편 미학의 정수를 보인 이 작품집은 하나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저마다 개성을 드러내어 작가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짧은 지면 안에 압축시켰다. 예술가로서의 자존심을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발레리나, 결혼과 출산 뒤 답답한 생활을 견디다 못해 금지된 곳을 찾는 주부, 자신의 꿈을 자식을 통해 실현시키려는 억척 엄마, 강압적인 남편에 짓눌려 살다가 불륜에 빠지는 아내, 아내의 불륜 때문에 고민하는 남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오늘의 사건 사고’ 같은 이야기들이 일본 미스터리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손을 거쳐 인간의 삶이 담긴 문학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작품을 기점으로 정통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로 전향하게 되는데, 때문에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소설들, 특히 가가 형사 시리즈의 또 다른 작품들과 다시 만나는 듯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예를 들어 「제2지망」은 『붉은 손가락』과 주제나 소재가 흡사하여 단편과 장편의 비교해서 읽는 재미를 선사하며, 「거짓말, 딱 한 개만 더」는 소재 면에서 『잠자는 숲』을 떠올리게 한다. 사회 비판적 주제의식 속에 스며든 탄탄한 오락성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세계는 추리적인 요소 중심에서 조금씩 변화를 거듭하여 최근에는 사회적인 문제 쪽에 조금 더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발표순으로 볼 때 일곱 권의 ‘가가 형사 시리즈’ 중 여섯 번째 작품인 『거짓말, 딱 한 개만 더』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첫 작품이다. 이 책을 기점으로 이후 발표된 『붉은 손가락』은 이전 작품들보다 비판적 시각이 한층 강화되었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비극, 그 이면에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이 책의 단편 「차가운 작열」은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었던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그 밖에 다른 단편에도 붕괴되는 가족, 무감성의 젊은 세대 등 현대 일본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작품의 주제의식은 지금 한국 사회에 바로 적용하여도 무리가 없을 만큼 동시대적이라 더욱 공감을 자아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작품집이 돋보이는 것은 바로 단순한 사회 비판을 넘어선 ‘재미’를 그 안에 갖추었기 때문이다. 단편의 장점을 살려 곁가지를 없애고 범인과 피해자, 그리고 가가 형사의 심리전에 집중하여 작품에 에너지가 넘친다. 또한 다섯 편의 단편 중 두 편이 이미 일본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었을 만큼 내용이 흥미롭다. 사회 비판적 주제의식과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탄탄한 재미와 감동, 이것이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가 두터운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