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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초판 출간 80주년 기념판) Rebecca

  • 저자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 총서 대프니 듀 모리에 걸작선
  • 역자 이상원
  • ISBN 978-89-7275-906-5
  • 출간일 2018년 08월 15일
  • 사양 600쪽 | 127*188
  • 정가 16,800원

앨프리드 히치콕의 영화 와
미하엘 쿤체 뮤지컬 를 탄생시킨 불멸의 원작
『레베카』 초판 출간 80주년 기념판
?

창문에서 불빛이 새어 나왔고 커튼은 밤바람에 부드럽게 흔들렸다. 서재 출입문은 우리가 떠날 때처럼 반쯤 열려 있을 것이고 가을 장미가 꽂힌 테이블의 화병 옆에는 내 손수건이 놓여 있을 것이었다.
그 방은 우리 존재의 증거를 품고 있으리라. 책장에서 뽑혀 나와 쌓인 책 더미, 버려진 신문지, 담배꽁초가 담긴 재떨이, 우리 머리에 눌렸던 곳이 움푹 들어간 채 의자 위에 아무렇게나 놓인 쿠션들, 다 타서 숯이 되었지만 아직도 연기가 피어오르는 벽난로의 장작……. 아, 재스퍼, 우리 재스퍼도 있지. 진실한 눈과 강인한 턱을 가진 그 녀석은 바닥에 길게 몸을 뻗고 누워 있다가 주인의 발소리를 들으면 꼬리를 흔들어 바닥을 탁탁 치곤 했다.
갑자기 구름이 달을 가렸다. 검은 손이 얼굴을 덮어버린 것처럼. 그와 함께 환상도 사라졌고 창문의 불빛도 꺼졌다. 마침내 눈앞에 황폐하게 버려진 빈집이, 과거의 속삭임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는 공간이 나타났다.
집은 무덤이었다. 우리의 두려움이나 고통은 모두 폐허 아래 묻혀버렸다. 부활은 없을 것이다.

_본문 8~9쪽

 

“프랭크, 얘기를 마치기 전에 한 가지만 더 묻고 싶어요. 솔직하게 대답하겠다고 약속해줘요.”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 “이건 별로 공평하지 않군요. 부인께서는 제가 대답할 수 없는 걸 질문하실지도 모르니까요.”
“아니, 그런 질문은 아니에요. 대답하기 곤란한 일은 없을 거예요.”
“그렇다면 좋습니다. 약속하지요.”
어느덧 저택 앞이었다. 늘 나를 감탄하게 만드는 완벽한 대칭미와 우아함, 단순함이 그날도 여전했다.
수많은 창문이 햇살을 받아 반짝거렸다. 이끼가 붙은 돌벽은 부드럽게 빛났다. 서재 굴뚝에서 가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나는 그를 곁눈질하면서 엄지손톱을 물어뜯었다.
“저, 레베카는 아주 아름다웠나요?”
프랭크가 뜸을 들였다. 나는 그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그 역시 시선을 멀리 보냈다. “그렇습니다. 제 평생 본 중에 가장 아름다운 분이었습니다.”

_본문 206~207쪽

 

레베카는 아직도 이 집 안에 있다. 서쪽의 침실에, 서재에, 거실에, 홀 위쪽 발코니에. 정원 곁방에도 아직 레베카의 비옷이 걸려 있지 않은가. 정원에, 숲에, 해변의 돌집에도. 레베카의 발소리가 복도를 울리고 그 향수 냄새가 계단에 어려 있다. 하인들은 여전히 그 명령에 복종하고 우리는 레베카가 좋아했던 음식을 먹는다. 레베카가 좋아했던 꽃들이 방에 놓인다. 그 침실 옷장에 걸린 옷들, 화장대 위의 머리빗, 의자 아래의 슬리퍼, 침대 위의 가운……. 레베카는 아직도 맨덜리의 안주인이다. 여전히 드윈터 부인이다. 나는 여기서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과거의 모든 것이 다 보존되어 있는 이곳을 비틀거리며 헤매는 불쌍한 바보에 불과하다.

_본문 360~361쪽

 

“어째서 뛰어내리지 않는 거죠? 어째서 시도하지 않죠?” 댄버스 부인이 속삭였다.
안개가 전보다 더 짙어지면서 테라스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꽃봉오리도, 돌로 포장된 바닥도 보이지 않았다. 주변은 온통 해초 냄새를 풍기는 서늘하고 하얀 안개뿐이었다. 유일한 현실은 창틀을 잡은 내 손과 내 팔을 움켜쥔 댄버스 부인의 손이었다. 뛰어내린다 해도 돌바닥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은 보이지 않으리라. 부인의 말대로 고통은 짧을 것이었다. 떨어지면서 바로 목이 부러질 테니까. 물에 빠져 죽는 것처럼 서서히 죽지는 않을 테니까. 순식간에 모든 것이 끝나겠지. 맥심은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맥심은 레베카와 함께 홀로 남고 싶어 한다고 했다.
“자, 어서.” 댄버스 부인이 속삭였다. “어서, 두려워하지 마요.”
나는 눈을 감았다. 현기증이 났다.

_본문 3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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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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