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눈동자에 건배 素敵な日本人 (2017)
-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역자 양윤옥
- ISBN 978-89-7275-842-6
- 출간일 2017년 11월 27일
- 사양 348쪽 | 127*188
- 정가 16,800원
미스터리, SF 판타지, 블랙코미디, 심리 서스펜스, 휴먼드라마
유머와 페이소스, 짜릿함 넘치는 아홉 편의 이야기
이제 히가시노 게이고는 하나의 장르다!
■ “설마 살인미수인가요? 정월 초하루에?
저요, 스키 타러 가려고 다 준비해놨다고요!” -수록 작품 소개
새해 첫날의 결심
이른 아침 새해 첫 참배를 하러 신사로 향한 다쓰유키와 야스요 부부. 신사 새전함賽錢函 앞에 속옷 차림으로 쓰러져 있는 군수를 두 사람이 발견하면서 일대 소동이 벌어진다. 군수가 둔기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으로 확인되며 일은 살인미수 사건으로 확대되고, 그 와중에 신사의 책임자와 정월 초하루부터 수사에 나서게 된 형사들은 투덜거리기만 한다. 골치에 의문투성이인 사건의 진상은 밝혀질 수 있을까?
10년 만의 밸런타인데이
“오랜만이에요.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요?” 10년 전, 갑작스럽게 이별을 통보해 왔던 옛 연인 치리코에게서 만나고 싶다는 편지를 받은 미스터리 작가 미네기시는 밸런타인데이에 그녀와 재회한다. 미네기시의 오랜 팬으로 그의 작품들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치리코와 소설 이야기를 나누며 달콤한 상상에 빠지는 미네기시. 그런데 대화가 진행될수록 그녀와의 만남이 단순한 재회가 아님을 깨닫기 시작한다.
오늘 밤은 나 홀로 히나마쓰리
도호쿠 지방의 명문가로 시집을 가는 딸 마호를 생각하며 사부로는 걱정에 잠긴다. 아내 가나코가 오랫동안 시집살이에 고생하다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그의 근심은 더욱 깊어진다. 그런데 마호는 사부로의 걱정에 도리어 “아빠는 아무것도 모르는구나?”라고 하는데……. 옛 시절을 추억하며 홀로 히나마쓰리 인형 단을 꾸미던 사부로는 그 말의 수수께끼를 풀면서 드디어 과거의 진실에 다다른다.
그대 눈동자에 건배
화창한 일요일에 경마장 앞을 어슬렁거리던 우치무라는 우연히 대학 동창 야나기다와 마주치면서 모델 그룹과의 소개팅 자리에 참석하게 된다. 키 큰 모델들 사이에서 가장 작고, 마치 애니메이션 미소녀를 떠올리는 외모의 모모카와 애니메이션 이야기로 꽃을 피우며 친해지게 되지만, 모모카는 무언가를 감추듯 좀처럼 마음을 열어주지 않는다. 그리고 숨겨왔던 민낯이 드러나는 순간, 그들의 관계는 반전된다!
렌털 베이비
여름 장기휴가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던 에리는 아기 로봇을 빌려 유사 육아체험에 도전하기로 한다. 그녀의 유전자 정보를 기반으로 실제 아기와 똑같이 만든 로봇에게 ‘진주’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에리는 남자친구 아키라와 가상 가족을 꾸린다. 그런데 밤낮없이 울기만 하고, 돌아서면 똥을 싸는 진주의 육아에 지치고 마는 에리. 이건 완전히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후회하는 그녀는 렌털 기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
고장 난 시계
10년 전 인터넷 암거래 사이트에서 알게 된 브로커 A에게서 오랜만에 의뢰가 들어온다. 지정해주는 시각에 어느 집에 들어가 조각상 하나를 대신 훔쳐 와달라는 일로, A는 거액의 보수를 제시한다. 그리고 당일, 침입 장소에서 물건을 뒤지던 중 일어나는 돌발 상황에 ‘나’는 의뢰받지 않은 일까지 수행하게 되고, 혼란에 빠진 나의 선택은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온다.
사파이어의 기적
5학년이 된 미쿠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자리한 신사에서 연갈색 줄무늬의 고양이 이나리와 만난다. 어머니 혼자 생계를 꾸려가는 상황에서 친구들과 자주 어울릴 수 없던 미쿠는 이나리와 대화를 나눈다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우정을 쌓는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나리가 자취를 감추고, 미쿠는 이제 더 이상 이나리와 만날 수 없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간절한 바람은 과연 ‘기적’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인기 각본가 야요이와 내연의 관계를 맺고 있던 배우 쿠로스는 크리스마스이브 날, 그녀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드라마 관계자들과의 파티에 참석하기 전 야요이 집에서 은밀히 만난 두 사람. 목적을 달성한 쿠로스는 유유히 집을 빠져나오지만, 크리스마스의 밤은 또 다른 미스터리로 이어지는데……. 성스러운 날에 숨겨진 악의! “자기, 그거 알아? 크리스마스트리에 십자가를 장식하는 건 금기 사항이라는데?”
수정 염주
배우의 꿈을 품고 미국에서 무명 생활을 한 지 7년, 일생일대의 오디션 기회를 앞둔 나오키에게 오래전 의절한 아버지 신이치로의 시한부 판정 소식이 전해진다. 마지막 만남을 위해 나오키는 고향으로 향하지만 뜻밖의 전화가 걸려 오면서 다시 발길을 돌리게 되고, 얼마 후 아버지는 세상을 뜬다. 그리고 아버지의 빈소에서 0시가 지난 시각, 나오키는 전설처럼 전해온 신비로운 가문의 보물을 물려받게 되는데…….
■ 본문에서
“죄송한데요, 여기서 잠시만 더 기다려주시죠.” 구마쿠라가 말했다.
“왜요? 이제 우리한테는 볼일이 없을 것 같은데.”
“그게 그렇지를 않아요. 두 분이 아니면 부탁할 수 없는 일이 있거든요.”
다쓰유키는 미간을 좁혔다. “부탁? 무슨 부탁?”
“그건…… 그때가 되면 말씀드릴게요.” 구마쿠라는 뭔가 애매모호한 말을 했다.
“에이, 괜찮아요. 걱정하실 거 하나도 없습니다. 절대 민폐는 끼치지 않도록 할 테니까.” 서장이 교활해 보이는 웃음을 지은 뒤에 안쪽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이봐요, 구지. 술은 이제 없어요? 여기 손님께 한 잔 더 드리시지.”
“……손님?”
예예, 라는 대답과 함께 구지가 나타났다. 쟁반에 술병이 얹혀 있었다. “자아, 나왔습니다요.”
“아니, 나는 술은 이제 그만…….”
다쓰유키는 손을 저었지만 서장이 직접 술병을 들고 반강제로 술을 따랐다.
-「새해 첫날의 결심」 27∼28쪽
“그거, 착각이야.”
“착각?”
“나를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거야. 그냥 겉모습에 속아 넘어간 거라고.”
“아니야!” 나는 입을 툭 내밀었다.
모모카는 피식 입술을 풀며 웃었다.
“스스로 깨닫지 못한 것뿐이야. 우치무라 씨는 나를 애니메이션의 여주인공쯤으로 착각하고 있어.”
“그렇지 않아.”
“아니, 내 말이 맞아. 이 화장만 지우면 당장 환상이 깨질걸? 꿈에서 깨어날 거라고. 난 다 알아.”
-「그대 눈동자에 건배」 140쪽
“왜 이래? 왜 계속 똥만 싸? 이거, 로봇 설정이 뭔가 잘못된 거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아기의 체질이나 특징은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프로그램화되어 있어. 쾌변이라는 것도 그중 하나일 거야.” 아키라가 담담하게 설명했다. 논리적으로 맞는 말이어서 반론은 할 수 없었지만 그것이 점점 더 에리를 짜증 나게 했다.
“계속 이런 식이면 나는 심한 변비에 걸릴 것 같아.” 어깨를 툭 떨구면서 기저귀를 갈기 시작했다.
-「렌털 베이비」 159∼160쪽
나는 생각해보았다. 이 시계를 이대로 남겨둔다면 경찰은 어떻게 생각할까. 범행 때 우연히 시계가 고장 나서 그 시각을 가리키고 있을 뿐이라고 순순히 받아들일까.
아니, 그럴 리 없다, 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보면 볼수록 고장 난 시계라는 건 어쩐지 수상쩍다. 지나치게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 머리가 지끈거렸다. 트릭도 아닌데 트릭이라고 의심받을 것을 걱정해야 하다니, 이보다 더 번거로운 일도 없다.
-「고장 난 시계」 197∼198쪽
“너무 좋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우리 둘이서만 이렇게 만날 수 있어서.”
“나도 그래.”
그렇게 말하면서 쿠로스는 야요이의 손과 포개진 자신의 손을 보았다. 이 부분이 맞닿았다는 것을 똑똑히 기억해두어야 한다. 오늘 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집에 내 흔적을 남겨서는 안 되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259∼260쪽
수정 염주란 와타라이가에 대대로 전해오는 물건이다. 당대의 가장이 세상을 떠난 뒤, 그 후계자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염주에는 신비한 힘이 있어서 와타라이가에 부를 가져다주고 위기에서 구해준다고 했다. 단 그 힘을 물려받는 방법은 오로지 후계자만 알 수 있다.
“나오키, 염주의 힘을 의심하는 모양이지?” 고모가 슬쩍 눈을 치뜨며 쏘아보았다.
나오키는 머리를 긁적였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네, 그렇습니다. 염주는 단순한 상징이고 요컨대 와타라이가의 장남으로서 투철한 자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 아닌가요?”
그러자 주위에 있던 친척들 거의 모두가 나서서, 아니, 아니, 라고 고개를 저었다.
“나오키는 아무것도 모르는구먼.”
“염주를 그런 식으로 생각하다니.”
“절대로 그런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야.”
어처구니없다는 듯 모두가 한마디씩 쏟아냈다.
-「수정 염주」 3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