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로트는 대개 착했지만, 때때로 나쁜 아이였다.
삼촌이 말한 것처럼 훈련이 잘돼 있었다. 산책을 나가도 내 곁에 착 붙어 보폭에 맞춰 걸었다.
처음에는 무서워하던 사람도 곧 샤를로트의 영리함에 놀랐다.
하지만 영리하다는 건 교활한 짓도 금방 배운다는 뜻이기도 했다.
샤를로트는 곧 알아챘다. 이 집에서는 경찰견 때처럼 모든 지시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차에서 내려 도그 런까지 데려가 목줄을 풀어주자 자유로워진 샤를로트는 기쁜 듯 깡충깡충 뛰었다. 공을 던지면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하며 공을 가지러 달려갔다가 우리에게 가져왔다.
덩치는 커도 개치고는 겁이 많아서 친한 아이에게는 먼저 다가가 인사하지만, 으르렁거리거나 짖기라도 하면 한달음에 도망쳤다.
작은 토이푸들이 컹 하고 짖는 순간, 깽 하고 비명을 지른 적도 있다.
셰퍼드는 당연히 늠름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나와 고스케는 배를 잡고 웃었다. 겁 많은 점이 오히려 우리 같은 초보 주인에게는 참으로 다행이었다. 대형견은 도그 런에서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만일 반격하는 아이였다면 한층 더 주의를 기울여야 했을 것이다.
_ 샤를로트의 우울 | 14~15쪽
처음엔 나도 고스케도 이런 큰 개를 집 안에서 키우는 데 주저했다. 그러나 함께 지내보니 샤를로트를 밖에 묶어 두는 건 가족을 집 밖에 팽개치는 것처럼 몹시 불편한 일이었다. 가족이기에 언제나 함께 있는다. 안전하게 시선이 닿는 곳에, 어린애를 하루 종일 마당에 두지 않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다.
아직 일본에서는 ‘큰 개는 마당에서 키운다’는 이미지가 강해 ‘실내견’이라고 하면 놀라지만, 거칠지도 않고 대소변도 잘 참는 아이라 실내에서 키워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그저 청소기를 돌리지 않으면 소파나 카펫이 개털 범벅이 되는 정도랄까.
그렇게 실내견 생활을 만끽하는 샤를로트지만, 좋은 계절, 날씨가 좋은 날에는 마당에서 기분 좋게 햇볕을 쬔다.
_ 샤를로트의 친구 | 34쪽
개를 키우면 친구가 많아진다.
개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말에 동의할 것이다. 동물 병원 수의사나 미용사에 그치지 않는다. 산책을 가면 다른 개를 만나게 되는데, 그중에는 물론 다른 개에게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아이도 있지만, 대다수의 개는 개를 좋아한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듯.
관심을 보이고 인사를 나눈다. 친구가 될 것 같으면 잠시 놀아본다. 개들이 그러고 있는데, 사람이 잠자코 외면할 리 없다.
자연스레 인사를 나누고 날씨 이야기를 꺼낸다.
게다가 개를 키우는 사람은 당연히 개를 좋아한다. 비록 다른 사람이 키우는 개일지라도 놀고 싶고, 만지고 싶다. 나도 그렇고 상대도 그렇다.
자연히 개가 많은 시간에 공원에 모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마음이 맞는 사람과 도그 런이나 애견 카페에 함께 가기도 한다. 사람들만 모이기도 한다. (…)
개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 의도하지 않았어도.
_ 샤를로트의 남자 친구 | 69~70쪽
“그럼, 산책 나갈까?”
그렇게 말을 꺼내자 샤를로트는 꼬리를 크게 흔들었다.
입을 벌리고 웃는 얼굴이 되었다.
개를 키울 때까지는 개가 이토록 표정이 풍부한지 몰랐다. 온몸으로 표현하는 만큼 인간보다 쉽게 알 수 있다.
_ 샤를로트와 고양이 집회 | 135~136쪽
그는 새끼 고양이를 힐끔 보고 입을 열었다.
“먼저 묻겠습니다. 이 아이는 길고양이죠. 이 아이를 도운 뒤 어쩌실 생각이신지요?”
내가 말을 꺼내기 전에 고스케가 대답했다.
“키워줄 사람을 찾아볼 겁니다. 만일 찾지 못하면 우리가 키울 생각입니다.”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데려왔으니 어쩔 수 없다. 다행히 우리 둘 다 고양이 알레르기는 없고, 비록 작아도 단독주택에 산다. 장해가 될 것은 없다.
선생님은 안도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안심했습니다. 때때로 계시거든요, 다친 길고양이를 데리고 와도 그 아이는 키울 수 없다, 치료비도 낼 수 없다고 말하시는 분이요.”
그럴 경우엔 선생님도 곤란할 것이다. 선의만으로 치료할 수는 없으니.
_ 샤를로트와 고양이 집회 | 151~152쪽
침대에 누워 옆을 톡톡 두드리자 샤를로트는 침대로 올라왔다.
내 몸에 바짝 붙어 엎드려 방글 웃는 얼굴을 했다. 눈을 반짝이며 너무도 기쁜 것 같았다.
— 정말 이러고 싶었어요.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샤를로트의 체온이 몸으로 전해졌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의 일이 떠올랐다.
“침실에는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있어”라고 말하자 개를 좋아하는 친구가 웃으며 말했다.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
그때는 샤를로트가 외로워하면 함께 자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외로운 것은 인간이다. 체온이 높고 멋진 털을 가진 동물과 함께 자는 건 너무 기분 좋은 일이라 그 유혹을 뿌리치는 데는 엄청난 정신력이 필요하다는 걸.
_ 샤를로트와 고양이 집회 | 187~188쪽
“저 아이, 빌릴 수 있을까요?”
“네?”
내 목소리가 한 옥타브 높아졌다.
“아니, 요전에 저희 집에 도둑이 들었어요. 조심성도 없고 겁도 많아서 2, 3개월이라도 좋으니 집 지키는 개로 빌렸으면 하는데요. 그게 어려우면 때때로……”
이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샤를로트는 우리 가족이다. 때로 제사나 여행 등 부부가 같이 집을 비워야 하는 사정이 있을 때만 동물 병원이나 훈련 학교에 맡기지만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태연히 맡기지는 않는다.
“저…… 죄송하지만 그 부탁은 들어드릴 수 없습니다. 개는 소중한 가족이라 모르는 사람에게 빌려주는 건 도저히 할 수 없습니다.”
_ 샤를로트와 사나운 개 | 205쪽
“강아지, 만져봐도 돼요?”
나는 대답했다.
“물론이야.”
샤를로트를 앉히자 그는 샤를로트를 꼭 끌어안았다. 만진다고 해서 가슴이나 머리를 쓰다듬을 줄 알았기에 조금 놀랐다. 그러나 샤를로트는 얌전히 그대로 있었다.
샤를로트를 놓아준 소년은 상당히 차분해진 얼굴이었다.
그는 꾸벅 머리를 숙였다.
“감사했습니다.”
_ 샤를로트의 집 지키기 | 253쪽
■ 지은이_ 곤도 후미에 近藤史惠
1969년 오사카에서 태어나 유치원생 때부터 스스로 책을 찾아 읽을 정도로 책 읽기를 좋아했다. 인형 놀이를 하면서 이야기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고등학생 때는 친구와 교환 소설을 쓰기도 했다. 이때부터 말의 아름다움과 화려함이 극대화된 가부키에 심취하여 오사카 예술대학 문예학과에 입학해 가부키를 연구했다. 졸업 후에도 가부키 연구를 계속할 생각으로 가벼운 아르바이트를 했으나 일이 너무 지루한 나머지, 기분 전환상 쓴 『얼어붙은 섬』이 제4회 아유카와 데쓰야상(1993년)을 수상하면서 화려하게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 후 가부키를 소재로 한 『잠자는 쥐』, 『사쿠라 아가씨』, 『도조지 이인무』 등의 소설을 썼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에 얽힌 미스터리 시리즈 『타르트 타탱의 꿈』, 『뱅 쇼를 당신에게』, 『마카롱은 마카롱』과, 에도시대의 정취가 묻은 시대 미스터리 ‘사루와카초 사건 수첩’ 시리즈 등을 썼다. 자전거 로드레이스 배경의 청춘 미스터리 『새크리파이스』로 2008년 제10회 오야부 하루히코상을 수상했고, 이 작품은 제5회 서점대상 2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평소 동물 애호가로 유명한 곤도 후미에는 “관심 있는 것을 쓰는 게 가장 재미있다”며 경찰견 셰퍼드를 주인공으로 한 온화한 코지 미스터리 『샤를로트의 우울』(2016년)을 발표했다.
그녀의 작품들은 난해한 트릭이나 반전을 내세운 미스터리가 아닌 사건에 얽힌 독특한 인물들의 심리로 사건을 해결하여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미스터리’라는 평을 주로 듣는다.
그녀는 현재 태어나고 자란 오사카에서 검정 푸들을 키우며 살고 있다.
■ 옮긴이_ 박재현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상명대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외국어 전문학교 일한 통번역학과 졸업 후 일본도서 저작권 에이전트로 활약했다. 현재는 출판 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니체의 말』 『괴테의 말』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버텨내는 용기』 『배움은 어리석을수록 좋다』 『마을을 지켜라』 『울지 않는 새는 하늘에 빠진다』 『고충증』 『녹스머신』 『토막 난 시체의 밤』 등 이 있다.
아유카와 데쓰야상, 오야부 하루히코상, 일본 서점대상 2위 수상 작가
일상 미스터리의 대가, 곤도 후미에 최신작!
난해한 트릭이나 반전을 내세운 미스터리가 아닌 일상의 소소한 사건들에 얽힌 인물들의 심리로 사건을 해결하는 일상 미스터리의 대가, 곤도 후미에의 최신 연작소설 『샤를로트의 우울』(2016)이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얼어붙은 섬』으로 ‘추리소설의 등용문’이라 할 수 있는 아유카와 데쓰야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문단에 데뷔한 곤도 후미에는 2008년 『새크리파이스』로 제10회 오야부 하루히코상을 수상하며 또다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같은 해 제5회 일본 서점대상 2위에 선정되면서 명실상부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겸비한 작가로 인정받았다.
생생한 캐릭터들로 연결된 6편의 풍성한 연작소설집
『샤를로트의 우울』은 경찰견이었던 셰퍼드 샤를로트와 함께 이웃의 작은 사건들을 해결해 나가는 평화로운 코지 미스터리로, 평소 동물 애호가로 유명한 곤도 후미에가 “관심 있는 것을 쓰는 게 가장 재미있다”며 개를 주인공으로 하여 즐겁게 쓴 소설이다. 출판사의 요청으로 『애완동물 선집』에 실을 단편 한 편만을 썼다가 영리하고 사랑스러운 개 샤를로트와 헤어지기가 아쉬워 한 편씩 쓰다 보니 여섯 편까지 연작소설을 쓰게 됐다고 한다. 첫 번째 단편 「샤를로트의 우울」에서 네 살이었던 샤를로트는 마지막 단편 「샤를로트의 집 지키기」에서 여섯 살이 되었고, 두 번째 단편 「샤를로트의 친구」에 처음 등장한 여자아이 사와 짱은 네 번째 단편「샤를로트와 고양이 집회」에서 키가 조금 더 크고, 어른스러워진 모습으로 다시 나온다. 각 단편들 속에서 연결되어 등장하는 생생한 캐릭터들로 인해 이야기는 더 탄탄하고 촘촘하며 풍성하게 전개된다.
미스터리지만, 애완동물이 곁에 있는 듯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
그간 곤도 후미에는 현대인이 안고 있는 사회병리나 마음의 병, 인간의 미묘한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리고 가부키 배우, 귀여운 청소부, 수상한 할아버지 등 독특한 캐릭터를 탐정으로 내세워 톡톡 튀면서도 생기발랄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번에는 그러한 정평을 넘어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심리뿐만 아니라 동물들의 심리까지 다채롭게 헤아린다. 셰퍼드, 시바견, 토이푸들, 도사견 등 다양한 종류의 개와 고양이를 등장시켜 그들의 속내를 더듬어 짐작하고, 파헤쳐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강아지와 함께 살게 된 뒤 세계가 달라졌다.
밤늦게 자던 내가 일찍 일어나 산책을 한다. 외출해서 볼일을 보고는 바로 집으로 들어간다. 누군가를 위해 나를 바꾸는 건 정말 싫었지만 개를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 처음 개를 키우게 된 사람이 개를 통해 보는 세계의 놀라움, 거기서 작은 수수께끼가 발생한다. 『샤를로트의 우울』은 그런 신비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 곤도 후미에
경찰견(이었던) 샤를로트와 함께
우리 이웃의 소소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평화로운 일상 미스터리
두 번째 불임 치료에 실패하고 우울해 있던 맞벌이 부부 마스미와 고스케는 강아지를 키워보기로 한다. 강아지를 키우는 데는 완전 초보인 그들은 우연찮게 경찰견으로 조금 일찍 은퇴한 암컷 셰퍼드를 소개받는다. 크고 무서울 거라는 선입견과 달리 상냥하고 얌전한 성격의 샤를로트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해 함께 살게 되고, 그때부터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계를 맞이한다. 함께 산책을 하며 날씨, 공기, 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느끼게 되고, 주변을 더 세심히 둘러보며 마스미와 고스케, 샤를로트는 더욱 끈끈하고 돈독한 가족이 된다.
『샤를로트의 우울』은 난생처음 개를 키우게 된 사람이 개를 통해 ‘더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삶을 살게 되는 따뜻한 미스터리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개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모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샤를로트의 우울
경찰견으로 은퇴한 샤를로트. 맞은편 빈집에 도둑이 들거나 옆집에 불이 난 걸 누구보다 먼저 탐지하고 알려주었다. 그런데 정작 우리 집에 강도가 들었을 때는 잠자코 있었다. 왜 그런 걸까?
샤를로트의 친구
늠름하게 생긴 셰퍼드지만 상냥하고 성품 좋은 샤를로트에게 귀여운 친구가 생겼다. 초등학생 여자아이 사와 짱. 사이좋게 놀던 어느 날, 사와 짱은 샤를로트의 뒷다리를 무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샤를로트의 남자 친구
으르렁거리며 레슬링 하고, 축축하게 젖은 잔디 위에서 뒹굴어도 샤를로트와 셰퍼드 해리스는 연인 사이! 샤를로트밖에 모르던 남자 친구 해리스가 다른 개의 뒤꽁무니를 쫓는다. 이 시바견 하나코는 어디서 나타난 누구 집 개지?
샤를로트와 고양이 집회
샤를로트와의 새벽 산책길, 차와 오토바이가 다니는 골목길에 열 마리가 넘는 고양이들이 모여 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고양이 집회’인가? 앗! 그런데 고양이들의 상태가 이상하다. 술에 취한 듯 도로에 몸을 비비며 몽롱한 고양이들, 왜 이런 거지?
샤를로트와 사나운 개
샤를로트도 셰퍼드라 첫인상이 무서운데, 그보다 더 크고 무섭게 생긴 개가 나타났다. 가정집에서 쉽게 키울 수 없는 도사견! 투견으로 싸우도록 키워진 도사견이 왜 이 일반 주택가에 있는 걸까?
샤를로트의 집 지키기
마당에 발자국이 찍혀 있다! 누가 침입한 걸까? 원래 경찰견이었던 샤를로트를 마당에 두고 집을 지키게 해본다. 그러나 발자국은 찍혀 있지만 샤를로트는 짖지 않았는데…… 이제 경찰견으로서의 능력은 상실한 걸까?
곤도 후미에가 누구인가! 평범한 일상 속에 불현듯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미묘한’ 순간을 잡아내는 데 달인이다. 『샤를로트의 우울』에서는 반려견과 평온하게 지내는 일상의 그 미묘한 순간, 순간이 어떤 진실을 향하는지 찾아가는 작은 모험담을 들려준다. 지루하고 따분한 일상생활 곳곳에 숨은 작은 모험담은 때로는 잔잔한 미소를, 때로는 급박한 긴장감을 갖게 한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