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석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과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언어학 석사,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코리아타임스」, 「한겨레신문」, 「시사저널」 기자로 일했다. 2008년 현재 「한국일보」 객원논설위원 겸 도서출판 개마고원의 객원기획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 <기자들>, <고종석의 유럽통신>,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책읽기, 책일기>, <제망매>, <감염된 언어>, <언문세설>, <국어의 풍경들>, <코드 훔치기>, <서얼단상>, <자유의 무늬>, <히스토리아>, <엘리야의 제야>, <고종석의 영어이야기>, <모국어의 속살>, <말들의 풍경> 등이 있다. 공선옥 1963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나 전남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1년 계간「창작과 비평」겨울호에 단편 '씨앗불'을 발표하여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5년 신동엽창작기금을 받았고, 2004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피어라 수선화>, <내 생의 알리바이>, <멋진 한세상>, <명랑한 밤길>, 연작소설 <유랑 가족>, 장편소설 <오지리에 두고 온 서른살>, <수수밭으로 오세요>, <붉은 포대기>, 산문집 <공선옥, 마흔에 길을 나서다> 등이 있다. 김애란 1980년 인천에서 태어나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를 졸업했다. 2003년 '노크하지 않는 집'으로 제1회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했고, 같은 작품을 2003년 계간 「창작과비평」 봄호에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05년 제38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으로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가 있다. 김연수 1970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계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장편소설 으로 14회 동서문학상을,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로 동인문학상을,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로 제13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2007년 단편소설 '달로 간 코미디언'으로 2007년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7번 국도>, <스무 살>, <사랑이라니, 선영아>,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등의 소설과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파란대문집 아이들>, <프랑스 수학자, 갈루아>, <별이 된 큰곰>, <상상해봐>, <기다림>, <대성당> 등이 있다. 김이정 1960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숭실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물 묻은 저녁 세상이 낮게 엎드려'가 당선되어 소설가로 데뷔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물 속의 사막>, 소설집 <도둑게>가 있다. 김태용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5년 「세계의 문학」 봄호에 단편소설 '오른쪽에서 세 번째 집'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숭실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으며, 2007년 현재 같은 과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박민규 1968년 울산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3년 제8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과 제8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지구영웅전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핑퐁>과 소설집 <카스테라>가 있다. 백가흠 1974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났다.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광어'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명지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소설집으로 <귀뚜라미가 온다>, <조대리의 트렁크>가 있다. 윤대녕 1962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났다. 1990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단편 '어머니의 숲'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제2회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1996년 제20회 이상문학상, 1998년 현대문학상, 2003년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은어낚시통신>, <남쪽 계단을 보라>, <누가 걸어간다>, <제비를 기르다>, 장편소설 <옛날 영화를 보러갔다>, <추억의 아주 먼 곳>, <달의 지평선>, <미란>, <눈의 여행자>,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 산문집 <그녀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것들>, <어머니의 수저> 등이 있다. 이인성 1953년에 태어나 서울대 인문대학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80년 계간 '문학과지성'을 통해 작가 활동을 시작하였다. 1983년 중편 4부작으로 이루어진 <낯선 시간 속으로>를 첫 소설집으로 엮었던 그는, 1989년 연작소설 <한없이 낮은 숨결>로 한국일보 창작문학상을 수상하였고, 1995년 장편소설 <미쳐버리고 싶은, 미쳐지지 않는>을 펴냈다. 이청준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했다. 1965년 「사상계」에 단편 '퇴원'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하였다. 동인문학상, 한국일보 창작문학상, 이상문학상, 중앙 문예대상, 대한민국문학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창작집 <별을 보여드립니다>, <소문의 벽>, <살아있는 늪>, <비화밀교>, <키 작은 자유인>, <가해자의 얼굴>, <서편제>, <섬>, <목수의 집>,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등과, 장편소설 <당신들의 천국>, <낮은데로 임하소서>, <춤추는 사제>, <이제 우리들의 잔을>, <흰옷>, <축제>, <인문주의자 무소작 씨의 종생기> 등이 있다. 그밖에 동화 <할미꽃은 봄을 세는 술래란다>를 비롯하여 판소리 다섯마당을 동화로 풀어 쓴 <놀부는 선생이 많다>, <토끼야, 용궁에 벼슬 가자>, <심청이는 빽이 든든하다>, <춘향이를 누가 말려>, <옹고집이 기가 막혀>가 있다.
■ 선정위원 김윤식(서울대 명예교수ㆍ문학평론가), 김화영(고려대 명예교수ㆍ문학평론가), 이남호(고려대교수ㆍ문학평론가), 박혜경(문학평론가), 심진경(문학평론가) ■ 선정하고 나서 2007년 ‘올해의 좋은 소설' 선정을 위해, 우리는 지난여름부터 올봄까지 1년 동안 문예지에 실린 중, 단편 소설을 읽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우리 선정위원들은 각자 10편씩의 작품을 1차로 추천한 뒤, 그 추천작 리스트를 중심으로 선정 작품에 대해 논의하였다. 다른 선정위원들이 추천한 작품들을 꼼꼼하게 다시 읽는 과정에서 우리는 처음에 자신이 추천한 작품과는 다른 매력을 발하는 작품을 새롭게 발견하기도 했다. 문학작품이란 그렇지 않은가. 좋은 문학작품은 단 한 번의 독해만으로 완전히 이해되지 않는다. 여전히 올해에도 ‘좋은 소설'은 있었다. 물론 이런저런 이유로 그 ‘좋은 소설'을 여기에 다 싣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 11편의 소설이 제각각 발하면서 이루어내는 한국소설의 성운을 독자들은 각자 머릿속으로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공은 독자에게 넘어갔다. 그러니 어느 고요한 순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이 세계가 그리고 자기 자신이 궁금할 때 우리는 그저 조용히 이 책의 책장을 넘기면 된다. 그 다음은 각자의 몫이다. ■ 선정대상 문예지 월간지 『현대문학』『문학사상』 계간지 『창작과 비평』『문학과 사회』『세계의 문학』『실천문학』『문예중앙』 『작가세계』 『문학동네』『동서문학』『21세기문학』『문학수첩』『작가』 『한국문학』『문학판』 ■ 책 속에서 "전체적으로 갱년기 증세인 것 같네요. 체질적으로 빨리 오는 사람은 40대부터 오기도 하거든요. 약을 지어 드릴까요?" 나는 그때, 단호하게 아니라고 했어야 했다. 그러나, 노골적으로 약 얘기를 하는 의사 앞에서 약 짓지 않겠다는 말을 할 용기가 없었다. 용기를 말하자면 사실 애초부터 없었던 것이 아닌가. '임신이 하고 싶어서 왔다'는 그 말을 할 용기가, 그래서 지금 냉장고엔 '임신을 도와줄 수도 있는' 약이 아니라, '갱년기 증세를 완화해줄' 봉지 한약이 야채박스에 그득한 것이다. - 공선옥, '폐경전야' 중에서 이불을 펴고 자리에 누웠다. 방바닥엔 두 사람이 겨우 몸을 뉘일만한 자리밖에 없었다. 피아노 위로는 헤어드라이기와 라디오, 다리미 등 잡동사니가 올려졌다. 방 안은 무슨 중고 가게 같았다. ... 나는 돌아누우며 언니에게 속삭였다. "어쩐지 여기, 서울 같지 않아." 언니가 잠 묻은 말투로 대꾸했다. "서울 다 이래. 네가 아는 서울이 몇 곳 안 되는 것뿐이야." 언니는 금세 곯아떨어졌다. 나는 도시의 지하에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 김애란, '도도한 생활' 중에서 그토록 무겁고 두렵기만 하던 세상 것들이 어느 순간 뱃전으로 튀는 물 한 방울보다도 더 가볍고 덧없어지고 있었다. 순간 그는 예감했다. 둥그런 수평선 너머로 내려가는 쇳물 같은 해를 보며 다시는 떠나온 곳으로 되돌아가지 못하리란 걸. 제일 낯선 세상을 보고 싶었다고 하더라. 지금까지 자기가 살아오면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은 곳 말이다. 세상의 가장 눈 선 데가 어딘가 생각해보니 바다였더란다. 그것도 망망대해에서 자기가 일생을 지렁이처럼 기듯이 산 땅덩어리를 보고 싶었다더구나. 우주선을 타고 하늘로 올라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 김이정, '그 남자의 방' 중에서 그때 그를 보내지 못해 결국 내가 나를 해치려 드는구나. 혀를 자르는 한이 있더라도 다시는 그를 붙잡지 않으리라. 수경은 몇 달째 입 안에 담아두고 수없이 되풀이했던 말을 보리밭 고랑에 누워 읊조려보았다. 귓전에 개울물 소리가 들려왔다. ... 온몸에 한기를 느끼고 수경은 눈을 떴다. 상처 입은 짐승인 양 몸을 떨며 수경은 욕조 밖으로 나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망연하 바라보았다. 살기 위해 가슴을 도려낼 용기가 아직은 없었다. - 윤대녕, '보리' 중에서 오전 내내 엄마는 준호에게 미순과의 결혼을 강요했지만, 준호도 엄마도 서로 마음만 상하고 말았다. 아버지도 미순의 불편한 몸이 마음에 많이 걸리는 듯했다. 그래도 준호는 혼자 일어서고 걸을 수는 있잖아. 아버지가 점잖게 말했지만 엄마는 막무가내였다. 내가 다 뒷바라지할 거니까 암말도 마요. 아버지도 준호도 아무 소리 못하게 만들었다. 미순은 바느질을 해서 상당한 돈을 모아 놓았던 모양이었다. ... 물론 준호는 그런 것에 관심이 있을 리 없었다. ... 자신도 장애를 가지고 있으니 아내 될 사람은 정말 멀쩡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백가흠, '루시의 연인' 중에서 난 그동안 나를 원래의 나를 잃어버린 게야. 내가 고려인이라는 것도, 내 고향 고을이 어디라는 것도, 심지어 원래의 진짜 반 가짜 반 성명 석자를 빼고는 우리말이나 부모 형제 이름까지도 깡그리 잊어버렸을 정도로. 그러지 않고는 살아날 수가 없었으니까. 초등학교 때무터 고려인 학교를 두고 현지인 학교를 간 것부터 그랬지만, 난 원래의 내 고려인 신분을 잊고 우즈베크 사람, 안팎으로 모두 소련사람이 되지 않고는 온전히 살아갈 수도, 농기계 학교에서나마 기술 교육을 받을 수도 없엇으니까. 그렇게 한사코 내 모든 걸 잊고 소련사람이 되려고 마음속이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운 게야. 오직 살아남기 위해서, 그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 이청준, '그곳을 다시 있어야 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