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을 선정하고 나서 박완서, 「거저나 마찬가지」 조성기, 「작은 인간」 이혜경, 「피아간」 구효서, 「소금가마니」 윤대녕, 「탱자」 하성란, 「웨하스로 만든 집」 이기호, 「누구나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가정식 야채볶음흙」 김중혁, 「무용지물 박물관」 정이현, 「그 남자의 리허설」 김애란, 「달려라, 아비」
구효서 1957년 경기도 강화에서 태어났다.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마디'가 당선되어 작품활동 시작했다. 1994년 한국일보 문학상, 2005년 이효석문학상, 2006년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2007년 <조율 - 피아노 월인천강지곡>으로 허균문학작가상을 수상하였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노을은 다시 뜨는가>, <확성기가 있었고 저격병이 있었다>, <깡통따개가 없는 마을>, <시계가 걸렸던 자리>와 산문집 <인생은 지나간다>, 장편소설 <늪을 건너는 법>, <낯선 여름>, <악당 임꺽정>, <라디오 라디오>, <비밀의 문>, <남자의 서쪽>, <내 목련 한 그루>, <메별> 등이 있다. 김애란 1980년 인천에서 태어나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를 졸업했다. 2003년 '노크하지 않는 집'으로 제1회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했고, 같은 작품을 2003년 계간 「창작과비평」 봄호에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05년 제38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으로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가 있다. 김중혁 1971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났으며, 계명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 「문학과사회」에 중편소설 '펭귄뉴스'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펭귄뉴스>가 있다. 박완서 1931년 경기도 개풍에서 태어났다. 숙명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하였으나 한국전쟁으로 학업 중단했다. 1970년「여성동아」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작품으로는 단편집 <엄마의 말뚝>, <꽃을 찾아서>, <저문 날의 삽화>, <한 말씀만 하소서>, <너무도 쓸쓸한 당신>, <친절한 복희씨> 등이 있고, 장편소설 <휘청거리는 오후>, <서 있는 여자>,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미망>,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등이 있다. 또한 동화집 <부숭이의 땅힘>, 수필집으로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여자와 남자가 있는 풍경>, <살아있는 날의 소망>,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 <어른노릇 사람노릇>, <잃어버린 여행가방>, <호미> 등이 있다. 한국문학작가상(1980), 이상문학상(1981), 대한민국문학상(1990), 이산문학상(1991), 동인문학상(1994), 대산문학상(1997), 만해문학상(1999)등을 수상했다. 윤대녕 1962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났다. 1990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단편 '어머니의 숲'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제2회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1996년 제20회 이상문학상, 1998년 현대문학상, 2003년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은어낚시통신>, <남쪽 계단을 보라>, <누가 걸어간다>, <제비를 기르다>, 장편소설 <옛날 영화를 보러갔다>, <추억의 아주 먼 곳>, <달의 지평선>, <미란>, <눈의 여행자>,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 산문집 <그녀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것들>, <어머니의 수저> 등이 있다. 이기호 1972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추계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9년 「현대문학」 신인추천공모에 단편 '버니'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2006년 현재 명지대 문예창작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소설집으로 <최순덕 성령충만기>,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가 있다. 이혜경 1960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2년 「세계의 문학」에 중편소설 '우리들의 떨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1995년 장편 <길 위의 집>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1998년 중편 '그 집 앞'으로 제31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하였다. 2002년에는 단편 '고갯마루'로 제47회 현대문학상을, 같은 해 단편 '꽃그늘 아래'로 제3회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했다. 2004년 독일에서 <길 위의 집>으로 리베라투르 상(LiBeraturpreis)을 수상했다. 2006년 단편 '피아간'으로 제13회 이수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그 집 앞>, <꽃그늘 아래>, <틈새>와 장편소설 <길 위의 집>이 있다. 정이현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단편소설 '낭만적 사랑과 사회'로 제1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왔다. 이후 '타인의 고독'으로 제5회 이효석문학상을, '삼풍백화점'으로 제51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2006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낭만적 사랑과 사회>, <오늘의 거짓말>과 장편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 산문집 <풍선>, <작별>이 있다. 조성기 1951년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71년 '만화경'으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1985년 <라하트하헤렙>으로 제9회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고, <야훼의 밤>으로 제4회 기독교문화상을, 1991년 중편 '우리시대의 소설가'로 15회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2008년 현재 숭실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잃어버린 공간을 찾아서>, <왕과 개>, <굴원의 노래>, <통도사 가는 길>, <안티고네의 밤>, 장편소설 <천년동안의 고독>, <아니마, 혹은 여자에 관한 기이한 고백들>, <우리 시대의 사랑>, <에덴의 불칼>, <홍루몽>, <난세지략>, <유일한 평전>, <한경직 평전>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카를 융, 기억 꿈 사상> 등이 있다. 하성란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9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풀'로 등단했다. 1999년 <곰팡이꽃>으로 동인문학상을, 2000년 <기쁘다 구주 오셨네>로 한국일보문학상을, 2004년 <강의 백일몽>으로 이수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루빈의 술잔>, <삿뽀로 여인숙>, <내 영화의 주인공>. <웨하스> 등이 있다.
■ 선정위원 김윤식, 김화영, 이남호, 이재룡, 김동식 ■ 선정하고 나서 1차 후보작 45편을 일별하면, 대략 세 가지 종류의 소설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그룹은 가족과 친지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인생의 고달픔과 우여곡절과 사연을 들려주는 전통적인 서사들이다. 두 번째 그룹은 사랑과 불륜과 허영과 욕망의 드라마를 주로 여성의 목소리를 빌어 들려주는 서사들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그룹은 전혀 새로운 감수성과 문장으로 낯설고 당혹스런 반 전통의 서사들이다. 역시 안정된 수준을 보여주고 또 의미 있는 독서체험을 하게 해주는 작품들은 첫 번째 그룹에 속한 것들이 다수이다. 특히 몇몇 작품들은, 90년대 작가들의 작품에는 깊이가 없다라는 불만을 일소시켜줄 만한 의미의 공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만족스런 문학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다소 답답하고, 늘 보던 것이란 느낌을 외면하기는 어려웠다. 두 번째 그룹의 작품들은 재미도 있고 재치도 있고 또 어떤 경우는 인간 내면의 심연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늘 그렇고 그런 스타일이고, 그런 목소리들이다. 제일 당혹스런 것은 세 번째 그룹의 작품들이다. 도대체 이런 작품을 누가 읽으라고 왜 쓰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어떤 종류의 새로운 에너지가 느껴지고 또 감각과 상상력의 새로움은 있지만, 그래서 뭘 어쩌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소설이 무엇인가, 문학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 회의를 촉구하는 작품들이라 하겠다. 선정자들은 소설문학의 지형도를 대체로 수용해서, 세 가지 종류의 작품들을 두루 선정하려고 했다. 물론 작품의 수준에 대한 논란이 선정자들 가운데서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종 결과는 당위보다 현실이 더 많이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일반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2005년의 좋은 소설을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2005년의 한국소설의 지형도를 짐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2005년의 소설계에서도 문학의 혼란과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한 혼란과 변화가 우리 소설문학에 새로운 길과 지평을 열어줄 것임은 분명하지만, 그 새로운 길과 지평이 문학을 살릴 것인지 고사시킬 것인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 선정대상 문예지 월간지 『현대문학』『문학사상』 계간지 『동서문학』『문예중앙』『문학과 사회』『문학동네』『문학판』『세계의 문학』 『실천문학』작가』『작가세계』『창작과 비평』『파라21』 ■ 본문 중에서 "중국의 선비들 중에는 책을 보거나 글을 쓸 때 반드시 아내나 첩의 전족을 한 손에 쥐고 있어야 되는 사람들도 있대요. 서당에서 부인의 전족 신발을 들고 냄새를 맡거나 깨물어야 제대로 글을 가르칠 수 있는 선생들도 있다고 해요." "문인들이 담배를 손에 쥐고 있어야 글이 나오는 이치와 같은 건가?" "담배하고는 차원이 다르겠지요. 그리고 중국남자들은 여자의 발로 성교를 하기도 한대요, 쿠우욱." 나는 웃음이 터져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발로 어떻게?" "금련처럼 작은 발은 서로 모으면 여자의 성기처럼 된대요. 그러면 남자는 자기 물건을 거기에 넣는 거죠. 그걸 중국남자들은 최고의 성행위로 선망한대요." 그에게서 야단스런 반응이 나올 줄 알았으나 의외로 싱거운 대답이 나왔다. "아무튼 중국이라는 나라는."--- 본문 중에서 그 맛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처음엔 좀 깔깔하고 떫은 맛이 나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흙 알갱이들을 입 안에서 조금 더 굴리다보면 약간 쌉쌀한 맛이 배어나오기 시작하지요. 그때 좀더 자세히 음미해보면 아삭아삭하고 담백한 맛도 느껴질 겁니다. 그리고 침 때문에 찐득찐득해진 흙 입자들이 식도를 통과할 때쯤엔 마치 오래된 더덕을 씹어 삼킬 때처럼 풍성하고 맵싸한 향기가 입 안 가득 퍼져나가지요. 그건 뭐랄까요, 마치 몸 전체가 몇백 년 된 노송으로 고스란히 변해버린 듯한 느낌, 몸 전체가 진한 향기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 그래서 자꾸만자꾸만 낮게 가라앉는 듯한 느낌...... 신체 장기 대부분이 흙처럼 가벼워지는 느낌....... 그 맛이 바로 진정한 흙맛이지요.---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