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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퐁스 도데 (세계문학 단편선 29)

  • 저자 알퐁스 도데 지음
  • 총서 세계문학 단편선
  • 부제 아를의 여인 외 24편
  • 역자 임희근
  • ISBN 978-89-7275-811-2
  • 출간일 2017년 11월 21일
  • 사양 356쪽 | 145*207
  • 정가 13,000원

풍자와 유머, 인간미 넘치는 서정적인 글로
야생적인 자연풍광과 정감 어린 인물들을 그린
인상주의자, 알퐁스 도데(1840~1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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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숨은 걸작 「아를라탕의 보물」 수록

별들의 결혼이라는 게 무엇인지 설명하려는데, 뭔가 상큼하면서도 여릿한 것이 내 어깨에 살풋 기대는 느낌이 들었지요. 잠결에 무거워진 아가씨의 머리가, 예쁜 리본과 레이스와 굽슬굽슬한 머리칼이 부딪쳐 사각대는 소리를 내며 내게 기대어 온 것이었어요. 아가씨는 이렇게, 희부옇게 밝아 오는 새벽빛으로 하늘의 별빛이 바래어 마침내 안 보이게 될 때까지 꼼짝 않고 그대로 있었어요. 나는 아가씨가 자는 모습을 지켜보았지요. 내 존재의 깊은 곳에서는 조금 흔들리는 마음으로, 하지만 이제껏 오직 선한 생각만을 내게 전해 주었던 이 밝은 밤의 성스러운 보호를 받으면서 말입니다. 우리 주위에는 별들이 커다란 양 떼처럼 유순하게, 소리 없는 운행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앉은 채로 이따금 난 그려 보곤 했어요. 저 별들 중에 가장 여릿여릿하고 가장 반짝이는 별 하나가 가던 길을 잃고 내게 내려와서는 이 어깨에 기대어 잠든 것이라고요.

_ 48~49쪽, 「별」

 

그분이 마메트였습니다. 리본 매듭으로 장식한 보닛을 쓰고 카르멜 수녀복 같은 긴 옷에 옛날식으로 나를 존중하는 뜻에서 자수 손수건을 한 손에 꼭 쥔 이 자그마한 할머니보다 더 어여쁜 모습이 있을까요…… 가슴 뭉클해지는 일! 내외분은 서로 꼭 닮은 모습이었습니다. 할아버지도 머리를 둥글게 에워싼 가발 타래를 쓰고 노란 리본 매듭 장식만 단다면 마메트라 불러도 될 것 같았으니까요. 단 한 가지, 진짜 마메트 할머니는 일생 울 일이 많았던 것인지, 할아버지보다 주름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할아버지처럼 할머니도 고아원의 소녀 하나를 곁에 두었는데, 푸른색 케이프를 두른 그 아이는 잠시도 할머니 옆을 떠나지 않고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두 고아 소녀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노인들을 보는 것은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일 중에 가장 마음을 울리는 것이었습니다.

마메트 할머니는 들어오면서 내게 정중히 절부터 했지만, 할아버지가 그 인사를 중간에 한마디로 중단시켰습니다. “모리스 친구래……” 그러자 바로 할머니는 바르르 떨며 울고, 쥐었던 손수건을 떨어뜨리고, 얼굴이 빨갛게, 아주 빨갛게, 할아버지보다 더 빨갛게 상기되었습니다…… 이 노인네들! 핏줄 속에 피라고는 한 방울밖에 없으면서 조금만 감격했다 하면 그 피는 다 얼굴로 몰리니 말이죠.

_ 111~112쪽, 「노부부」

 

나를 “그 착한 양반!”이라고 부르지. 그리고 나는 어떻게든 그들의 혜택을 받아 보려고 말장난을 하거나, 그들이 글씨 쓸 때 밑에 받치는 압지 모퉁이에다 짙은 콧수염을 쓱싹 그려 주는데, 아주 좋아서들 죽는다니까…… 20년간 요란뻑적지근한 성공을 거둔 내가 글쎄 이 모양 이 꼴이 된 게요! 예술가의 일생, 말로末路가 이렇다고! ……그런데도 글 쓰는 우리 직업에 군침을 흘리는 건달들이 프랑스에만 4만 명이나 된다니까! 그리고 쓸데없는 이야기와 활자화된 풍문에 게걸들린 바보 천치들을 떼거리로 태우고서 칙칙폭폭 김을 뿜으며 파리로 달려오는 기차가 각 도道에 매일 한 대씩은 있다니까!

_ 130~131쪽, 「빅슈의 손가방」

 

그러던 어느 날 이 농부 중 한 사람의 아들이 이 장대한 폐허에 매혹되어, 옛 궁성 터가 이렇게 더럽혀진 꼴을 보고 분개합니다. 부랴부랴 그는 궁성 앞뜰에서 짐승들을 쫓아내고, 요정들의 도움을 받아 혼자 손으로 큰 계단을 새로 쌓아 올리고, 벽에는 나무 장식을 다시 붙이고, 창틀에 유리를 새로 끼우고, 무너진 탑들을 다시 세우고, 왕이 거하던 넓은 방도 다시 금색으로 칠하고, 그리하여 지난날의 장대한 궁성, 교황들과 황후들이 살았던 그곳을 일으켜 세웁니다.

복원된 이 궁성, 그것이 프로방스어입니다.

농부의 아들, 그는 미스트랄입니다.

_ 152쪽, 「시인 미스트랄」

 

꿈을 꾸게, 꾸라고, 가엾은 사람아! 내 자네보고 꿈꾸지 말란 소리는 안 하겠네…… 그 작은 북을 과감히 두드리게. 있는 힘을 다해서. 자네 모습을 보고 우스꽝스럽다 할 권리가 내겐 없어.

자네가 몸담았던 그 병영에 향수를 품고 산다면 난, 난들 왜 나 살던 병영에 대한 향수가 없겠는가?

나의 파리는 꼭 자네의 병영처럼 여기까지 따라다닌다네. 자네는 솔숲에서 북을 치지! 난 말이야, 나는 솔숲에서 원고를 쓴다네…… 아! 우린 얼마나 착한 프로방스 사람 행세를 하고 있는 건가! 저기, 파리의 병영에서 우리는 이 푸른 알피유산맥과 야생 라벤더 내음을 그리워했었지. 지금 여기 프로방스 한복판에서, 우리는 병영이 그리운 게야. 병영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뭐든 소중한 거지……!

아! 파리……! 파리……! 그래도 파리!

_ 235~236쪽, 「병영의 향수」

 

지중해 바닷가, 그녀에게는 그토록이나 가볍고 좋은 하늘 아래에서, 시의 각운이 마치 황금 화살처럼 치솟아 오르고 또 올랐다.

“하느님 맙소사,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소녀가 황홀경에 빠져 소곤거렸다.

샤를롱의 집에 다다르니 즐겁고 안심되는 목소리들이 들렸다. 집 앞에는 찬란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늪지대 전체에 환히 불이 밝혀진 듯, 연못과 운하엔 별이 가득하고 그 밑바닥까지 달빛이 비추고 있었다.

“잘 자거라, 꼬마 지아.” 앙리는 이마가 성체처럼 신비롭고 하얗게 빛나는 소녀에게 아주 나지막이 말했다…… “내 오두막에 와서, 우리 또 시를 읽자꾸나. 우릴 구원하는 건 시인들이란다.”

_ 293쪽, 「아를라탕의 보물」

 

아! 선한 사람들! 시골의 모든 하층민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양치는 사람들, 얼굴에 칼자국이 나고 구릿빛 얼굴 피부가 모자처럼 딱딱한 소치기들, 이 모든 보잘것없는 사람들이 같은 고장 사람의 절망 앞에서 잠잘 시간을, 가엾어하는 마음을 아낌없이 내주며 자기가 피곤한 것도 제쳐 두고 얼마나 너그럽고 착하고 형제같이 굴던지…… 게다가 그 사흘 동안 지독한 폭풍우까지 왔다네! 돌풍, 번개, 우박…… 바다와 바카레스 호수는 잔뜩 성이 났고, 소 떼는 당황해서 강풍을 피하거나 발만 동동 구르며 우두머리 소 뒤에서 머리를 숙이고 바람 부는 쪽으로 뿔을 돌리고—카마르그 사람들 표현대로라면 말이야—있었지. 이 아이의 자살을 허락한 신들의 불공정함에 발끈하여 들고 일어선 이 모든 야생의 자연은 이교도적으로 아름다웠다네! 그 소녀는 분명 자살한 거니까 말일세, 불행한 소녀, 그것도 어떤 이상하고도 잔인한 강박적 망상에서 벗어나려다 죽은 건지 자네가 알았다면……

_ 320쪽, 「아를라탕의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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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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