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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제임스 (세계문학 단편선 31)

  • 저자 헨리 제임스 지음
  • 총서 세계문학 단편선
  • 부제 나사의 회전 외 7편
  • 역자 이종인
  • ISBN 78-89-7275-849-5
  • 출간일 2018년 04월 15일
  • 사양 660쪽 | 145*207
  • 정가 20,000원

무한한 의식의 세계를 언어로 형상화한
모더니즘 문학의 선구, 헨리 제임스(1843~1916)
?
'헨리 제임스는 시의 역사에서의 셰익스피어와 같이
소설의 역사에서 그 자체로 존재한다.' _그레이엄 그린

“그건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유명한 옛날 책에 나오는 사건과 너무 비슷하거든요. 제 사촌 올케는,” 그녀가 아주 느긋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프로방스의 유서 깊은 귀족 가문 출신이래요.”

나는 절반쯤 놀란 상태에서 그 말을 들었다. 불쌍한 여인은 그 유서 깊은 가문의 정화精華인 백작 부인으로부터 사기당한 것을 아주 흥미로운 일로 여기고 있었다. 유서 깊은 가문이든, 그 가문의 정화이든, 혹은 단 한 알의 진실이든 과연 그 얘기 속에 그런 게 있기나 한지 의문이었으나, 스펜서 양은 그 얘기에 너무나 매혹되어 저금해 둔 돈을 빼앗긴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네 번의 만남」, 32~33쪽

 

“제네바로 돌아가겠다는 얘기는 진심이 아니지요?”

“우울하게도, 내일 아침까지 반드시 가 있어야 합니다.”

그녀는 그를 우쭐하게 만들 정도로 아주 생기발랄하게 말했다. “아, 윈터본 씨, 당신은 정말 너무해요!”

“아, 그런 가슴 아픈 말은 하지 마세요.” 그가 진정으로 호소했다. “이 마지막 순간에요.”

“마지막이라고요?” 젊은 처녀가 소리쳤다. “전 오히려 맨 처음 순간이라고 말하겠어요! 당신을 여기 두고 저 혼자 호텔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리고 그 후 10분 동안 그녀는 그가 너무하다는 말만 계속했다. 불쌍한 윈터본은 정말 당황했다. 자신의 개인 일정에 대해 이처럼 동요하는 아가씨를 일찍이 만나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데이지는 그 후로 시용성의 기이한 유물이나 호수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녀는 그가 황급히 돌아가서 지켜야 할 약속이란 게 다름 아니라 제네바에 있는 매력적인 특별한 여성일 거라고 생각하고, 그 여성에 대한 포화砲火를 개시했다. 어떻게 데이지 밀러 양은 그의 운명을 조종하는 제네바의 여인에 대해서 알았을까? 그런 여인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윈터본은 그것참 알 수 없는 노릇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데이지의 대담한 추리에 대한 놀라움과, 그녀의 뜬금없는 비판의 방향에 대한 즐거움 사이에서 묘하게 헷갈렸다. 이처럼 공격적으로 구는 그녀는 그에게 순진함과 대담함이 뒤섞인 아주 특별한 여인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데이지 밀러」, 95쪽

 

그는 마음속에서 그녀에 대하여 황당무계하고 근거 없는 동정심을 느낀다고 자신을 비난했으나 그래도 거기에는 일말의 진심이 깃들어 있었다. 비참함이 낯선 친구를 만들어 낸다면 동시에 낯선 감정도 친구를 만들어 낸다. 이런 사람들과 오래 살다 보면 사기가 저하되고 또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거칠어지는데, 그 때문에 좋은 매너를 갖춘 사람이었으면서도 펨버턴은 그런 거친 대답을 하게 되었다. ‘모건, 모건, 나는 너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 타락해야 하는 거니?’ 그는 속으로 개탄했다. 한편 모린 부인은 아이를 해방시키기 위하여 홀 아래쪽으로 둥둥 떠가듯 바삐 걸어갔다. 그녀는 걸어가면서 모든 것이 너무나 끔찍하다는 듯이 신음 소리를 냈다.

-「제자」, 200~201쪽

 

나는 캐릭터를 원했고, 어떤 타입에 고정되어 그것의 지배를 받는 것을 제일 싫어했다. 이 문제를 두고서 나는 몇몇 친구들과 다투기도 했다. 특히 이렇게 말하는 친구들과는 헤어지기도 했다. 화가는 타입의 지배를 받아야 하고, 그 타입이 아름답다면—가령 라파엘로나 레오나르도를 보라—그것에 복종하는 것은 오히려 득이 된다. 나는 라파엘로나 레오나르도가 아니었다. 나는 주제넘게도 뭔가를 추구하는 젊은 현대 화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캐릭터를 구현할 수 있다면 나머지 것은 다 희생해도 좋다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이 강박적인 형태도 쉽게 캐릭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 나는 다소 피상적으로 되받았다. “그건 누구의 캐릭터인가? 그건 모든 사람의 캐릭터는 될 수가 없으니 결국 그 누구의 것도 아닌 게 되어 버린다.”

-「실제와 똑같은 것」, 240쪽

 

그것은 한 권짜리 소설이었다. 그는 단권을 좋아했고 그런 만큼 남들과는 다르게 멋지고 진귀하게 압축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그는 책을 읽기 시작했고, 조금씩 조금씩 독서에 몰두하면서 마음이 진정되고 위안을 얻었다. 모든 것이 그의 머릿속에 되돌아왔다. 생각은 경이로움과 함께 되돌아오는가 하면, 무엇보다도 고상하고 장엄한 아름다움과 함께 되돌아왔다. 그는 자신의 문장을 읽었고, 자신의 책을 넘겼으며, 봄 햇살이 책장 위를 어른거리는 가운데 특별하고 강렬한 정서를 느꼈다. 물론 그의 경력은 끝났으나, 모든 것을 말해 놓은 지금, 그런 특별한 정서와 함께 끝난 것이었다.

-「중년」, 263쪽

 

“선생님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셨습니다!” 휴 선생의 젊은 목소리에는 결혼식 종소리 같은 강조된 억양이 있었다.

덴콤은 병상에서 그 말을 들었고 마지막 힘을 모아 한 번 더 말했다. “두 번째 기회, 그것은 망상입니다. 원래 기회는 단 한 번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어둠 속에서 작업을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을 내어놓습니다. 우리의 의심은 우리의 열정이고, 우리의 열정은 우리의 직무입니다. 그 나머지는 예술의 광기입니다.”

-「중년」, 289쪽

 

“나는 명쾌하게 평론가에게 단서를 주고 있습니다. 모든 쪽, 모든 문장, 모든 단어가 그렇지요. 그것은 새장 속의 새, 갈고리에 꿰인 먹이, 쥐덫 속의 치즈만큼이나 구체적입니다. 그것은 당신 발이 신발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내 모든 책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것이 모든 문장을 지배하고, 모든 단어를 선택하며, 모든 종지부를 찍고, 모든 쉼표를 집어넣습니다.”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나의 질문은 우둔하고 나의 통찰력은 한심하게 느껴졌다. “안녕히 주무시오, 젊은이.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결국 당신은 다른 평론가들처럼 할 테니까.”

-「양탄자의 무늬」, 306쪽

 

“선생님이 똑똑하게 파악한 다른 것들은 무엇인가요?”

“절 즐겁게 하고, 매혹시키고, 동시에—기이하게도 이제 그것을 알게 되었는데—의아하게 하고 괴롭히는 것들이지요. 저 아이들의 지상의 것 같지 않은 아름다움, 아주 부자연스러운 선량함, 그건 겉으로 꾸민 것, 놀이예요.” 내가 계속 말했다. “그건 계책이고 사기일 뿐이에요!”

“저렇게 작고 귀여운 애들이요—?”

“사랑스러운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는데, 라고요? 미친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그게 사실이에요!” 이렇게 내뱉음으로써 나는 그것을 추적하여 점검하고 또 하나로 종합할 수 있었다. “저 애들은 선량하지 않아요. 표면적으로 나쁜 짓만 안 하고 있을 뿐이에요. 저 아이들은 자기들 나름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고, 그래서 저 애들과 함께 살기란 쉬운 일이죠. 저 애들은 나의 것 혹은 우리의 것이 아니에요. 저들은 그 두 남녀의 것이에요!”

“퀸트와 그 여자요?”

“퀸트와 그 여자요. 둘은 저 애들을 데려가려 해요.”

그러자 불쌍한 그로스 부인은 애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무엇 때문에요?”

“지나간 무서운 시절에, 그 둘이 저 아이들에게 주입한 사악함 때문이죠. 저 애들에게 악을 가르치고, 악마의 소행을 계속하게 만들려고 그들은 계속하여 돌아오고 있는 거예요.”

-「나사의 회전」, 445~446쪽

 

그것은 차가운 4월의 황혼 녘에 달려들었다. 병들어 창백하고 초췌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름답고, 또 어쩌면 회복도 가능했을 그녀가 의자에서 일어나 그의 앞에 서서 상상력을 발휘하여 한번 짐작해 보라고 했던 그때에. 그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고 그때 짐승이 튀어나왔다. 그녀가 아무 희망 없이 그에게서 돌아설 때 짐승은 달려들었고, 그리고 그가 그녀와 헤어질 무렵, 운명의 표시는 그것이 떨어지기로 되어 있었던 곳에 떨어졌다. 그는 자신의 공포를 정당화했고 자신의 운명을 성취했다.

-「정글의 짐승」, 5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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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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