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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라 웰티 (세계문학 단편선 34)

  • 저자 유도라 웰티 지음
  • 총서 세계문학 단편선
  • 부제 내가 우체국에서 사는 이유 외 31편
  • 역자 정소영
  • ISBN 978-89-7275-852-5
  • 출간일 2019년 09월 06일
  • 사양 844쪽 | 145*207
  • 정가 19,000원

미국 남부의 협소하고 단조로운 삶에서
인간 사회의 다양한 갈망과 갈등을 포착해 낸
열정적인 관찰자이자 위대한 이야기꾼, 유도라 웰티
?
전통적인 남부 지역사회의 풍경에 유머와 신화적 상상력을 더해
비극적 서사로 승화시킨 20세기 최고의 단편들

그녀가 몸을 살짝 움직였고 시선이 창문 쪽을 향했다. 앞이 안 보이도록 비가 퍼붓고 있었다. 내 무덤에도 이렇게 비가 내리겠지. 그리고 클라이드는 회한의 눈물을 흘리며 무덤을 내려다보며 서 있겠지. 이런 생각이 들자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나뭇가지처럼 사방으로 뻗으며 번개가 내리꽂혔다. 화덕의 온기와 가련하고 아름답고 강렬한 자신의 죽음에 둘러싸여 계속해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천둥이 쳤다.

_ 43쪽, 「소식」

 


외딴 작은 기차역 대합실은 밤 벌레 소리만 들릴 뿐 고요했다. 바깥 잡초 사이에서 수를 놓듯 움직이는 밤 벌레 소리를 들을 수도 있을 텐데, 어쩐지 밤에 가느다란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런 느낌이었다. 혹은 날벌레들이 나무 천장에 둔탁하게 부딪히는 소리나 그 커다란 날개를 쓸며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기도 할 것이다. 노란 전구에 기를 쓰고 달려드는 날벌레도 있었는데, 향기도 없는 것에 무작정 달려드는 멍청한 벌이나 마찬가지였다.
날벌레가 다닥다닥한 그 전구 아래에 사람들이 두 줄로 앉아 있었다. 초췌한 얼굴에 몸은 비틀리고 불편한 채로 꼼짝도 않는데, 삼삼오오 잠을 청하지만 별로 잠든 기색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도록 열차가 오지 않는데도 안달하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어린 소녀가 잠에 한 대 된통 맞기라도 한 양 엄마의 무릎에 나자빠져 있었다.

_ 70~71쪽, 「열쇠」

 


밤이 찾아왔다. 수많은 겨울 내내 입었지만 늘 뼛속까지 한기가 스며들던 추레한 드레스처럼 얇은 어둠이었다. 그러고는 달이 떠올랐다. 칙칙한 죽은 이파리들로 덮인 깊은 숲이 끝없이 펼쳐진 곳에서 농장은 마치 물 위의 흰 돌처럼 꽤나 눈에 띄었다. 달빛보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면 모턴네 농장에 딸린 게 모두 보일지도 몰랐다. 집 가장 가까이에 줄지어 가지런히 심어진, 연약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아주 작고 깃털 같은 회색 토마토 모종까지도. 달빛이 모든 것을 감쌌고, 지금 막 등불을 꺼서 그 무엇보다 어둑해진 농가에도 내려앉았다.
안에는 제이슨 모턴과 새러 모턴이 화덕 가까이 끌어다 놓은 매트리스 위에서 누비이불을 덮고 누워 있었다. 난로 가로대 안에는 여전히 불길이 펄럭거리며 이따금 나른한 소리를 냈고, 잦아드는 불빛이 마치 방에서 빠져나가려는 새처럼 벽면을 따라 위아래로 휙휙 움직이다가 서까래를 넘고, 노인들이 누워 있는 침대를 넘어갔다.
펄럭거리는 불길 위에 들리는 소리라고는 피곤에 지친 제이슨의 긴 숨소리뿐이었다. 문 쪽으로 얼굴을 향하고 모로 누워 누비이불을 덮은 그의 모습은 콩처럼 길쭉했다.

_ 120~121쪽, 「호루라기」

 


“저기 저 집 안에 무슨 일이 있는지 알아요?” 마침내 그가 물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꽃을 안고 경찰에게 뭘 물어보려니 민망하고 당황스러웠다.
“무슨 일인데요?” 경찰이 물었다.
하워드가 고개를 숙여 눈과 코와 입을 장미에 묻었다. “여자가 죽었어요. 마저리가 죽었어요.”
네거리 표지판이 바로 그들 위에 있었고 비둘기가 날아간 허공으로 6시를 알리는 시계 소리가 울리고 있었음에도, 경찰조차 잠시 그들이 어디 있는지, 지금 시간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가 없는 모양인지, 자기 시계와 주머니 속 물건을 살펴보았다.
하워드가 당혹감으로 고개를 좌우로 젓고 있는 중에 경찰은 그저 “오!” 그다음엔 “그렇군요!”라고 반복할 뿐이었다. 그가 커다란 회색 눈에 옅은 갈색 머리를 지닌, 먼지를 뒤집어쓴 별 특징 없는 모습을 영원히 기억하려는 듯 지그시 하워드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당신 바지에 있는 빨간 자국이 장미 꽃잎은 아닌 거죠, 그렇죠?”
경찰이 마침내 노려보고 서 있던 남자의 팔을 잡았다. “걱정 말아요. 내가 함께 가 보죠.”

_ 207쪽, 「마저리에게 꽃을」

 


밤에는 얼마나 많은 소리가 있는지! 개울물이 흘러가는 소리와 불이 꺼져 가는 소리를 들었고, 이제는 자신의 심장 소리, 갈비뼈 아래에서 심장이 뛰며 내는 소리도 들리는 게 분명했다. 복도 건너편 침실에서 부부의 편안하고 깊은 숨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그게 다였다. 하지만 점차 어떤 감회가 내면에서 차오르면서 그 아이가 자기 아이였으면 하고 바라게 되었다.
예전에 있던 자리로 돌아가야 했다. 그는 발간 석탄 앞에서 후들거리며 일어나 외투를 입었다. 옷이 너무나 무겁게 느껴졌다. 밖으로 나가면서 그는 주변을 보았고, 여자가 램프 닦는 일을 결국 마치지 않았음을 알았다. 어떤 충동에 사로잡혀 지갑에서 가진 돈을 몽땅 꺼내 세로로 홈이 새겨진 램프 유리 받침대 아래에 놓았다. 거의 과시하듯이.
창피해져서 슬쩍 어깨를 으쓱하고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그는 가방을 들고 나갔다. 바깥의 냉기가 몸을 가볍게 하는 것 같았다. 하늘에 달이 떠 있었다.
비탈길에서 그가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었다. 그의 차가 달빛 아래 보트처럼 버티고 있는 길에 이르자 마치 탕탕탕 소총이 발사되듯이 그의 심장이 터져 나갔다.
공포에 사로잡혀 가방을 떨어뜨리며 길 위에 주저앉았다. 이 모든 일이 예전에도 일어난 느낌이었다. 심장에서 나는 그 요란한 소리를 누구라도 들을까 그가 두 손으로 가슴을 감쌌다.
하지만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_  248쪽, 「어떤 외판원의 죽음」

 


리비 뒤에 선 베이비 마리가 어깨 너머로 거울을 들여다보며 그녀 머리칼을 꼬아 위로 올려 보였다. “그 립스틱, 단돈 2달러에 줄게요.” 목 가까이에 대고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전 돈이 없어요. 돈을 가져 본 적도 없는걸요.” 리비가 말했다.
“아, 지금 안 줘도 돼요. 다시 올 거거든요. 원래 그래요. 나중에 다시 올게요.”
“아.” 그 부인을 기쁘게 해 주기 위해 다 이해하는 척하며 리비가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 물건을 사지 않으면 아마 내가 여기 오는 건 오늘이 마지막일걸요.” 베이비 마리가 매섭게 말했다. “분명히 말하지만, 여긴 너무 외진 곳이니까 말이야. 근처에 아무것도 없잖아요.”
“맞아요. 돈은 남편이 다 가지고 있어요.” 리비가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 “얼마나 엄한지 몰라요. 당신이 여기 들어왔다는 것도 모른다고요, 베이비 마리!”
“지금 어디 있는데요?”
“지금 저기서 잠을 자고 있죠. 늙은 내 남편은. 뭐든 달라고 할 생각도 못 해요.”
베이비 마리가 립스틱을 도로 받아 가방에 넣었다. 백인용 흑인용 할 것 없이 유리병을 다시 다 거둬들이더니, 그것들을 꺼낼 때와 마찬가지로 의기양양하게 수선을 떨며 가방 안에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자리를 뜰 채비를 했다.
“잘 있어요.” 당당한 뒷모습을 보이며 그렇게 말하더니 마지막 순간, 문간에서 돌아섰다. “남편 좀 보게 해 줘요.” 그렇게 속삭이듯 말하는데 낡은 모자가 기우뚱했다.

_ 428~429쪽, 「리비」

 


시섬 씨가 물에 빠져 죽었을 때 에크하르트 선생님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장례식에 갔다. 루미스네가 같이 마차를 타고 가자고 했다. 둥글둥글하고 견고한 그녀는 여느 때와 똑같았다. 계절에 어울 리지 않는 길이의 드레스를 입고, 맨날 쓰는 직접 만든 모자에 얇은 천으로 만든 꽃을 꽂은 선생님의 등은 아주 꼿꼿했다. 하지만 거대한 목련나무 아래 시섬네 가족묘 자리에 만들어진 시섬 씨의 자리로 관이 내려가고 칼라일 목사님이 장례사를 읽자 에크하르트 선생님은 둘러선 사람들 무리에서 벗어났다.
모두 장로교도인, 각지에서 온 시섬네 친척들을 뚫고 앞으로 밀고 나가더니 가까이 다가가 내려다보았다. 루미스 씨가 붙잡지 않았으면 붉은 흙구덩이에 거꾸로 곤두박질쳤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냥 놔뒀으면 관 위로 몸을 던졌을 거라고들 했다. 나중에 숨진 빅터를 프랑스에서 데리고 왔을 때 케이티 레이니 아줌마가 그랬던 것처럼.

_ 540~541쪽, 「6월 발표회」

 


“어디 가는 거야? 어디 정해 놓은 데 있어, 버지?”
캐시가 자기 집 쪽으로 꺾어 들어갈 때 버지는 속력을 줄였다. 매클레인네가 앞서 살았던 때―에크하르트 선생님이 살았을 때―만 빼면 모리슨네 집은 늘 똑같았다. 지금 문간에는 검은 우편함들이 파리처럼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 도로 인부와 벌목꾼들을 위해 그 자리를 내준 것이다. 불쌍한 모리슨 씨를 가둬 두려 했던 위층 구석방엔 여전히 블라인드가 내려와 있었지만, 그녀는 그가 망원경으로 내다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봄이 오기를 기다리며 앞마당을 가로질러 심어 놓은 마마즈네임 주변으로 제비꽃이 테두리를 이루고 있었다.
버지가 손을 들었고, 두 사람은 손을 흔들었다.
“로크처럼 떠나는구나.” 캐시가 계단에서 소리쳤다. “자기만의 삶을 찾아 멀리 떠나는 거지. 너나 로크 같은 사람 보면 잘됐다 싶어. 정말로.”

_ 823쪽, 「방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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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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