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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 (세계문학 단편선 37)

  • 저자 프란츠 카프카 지음
  • 총서 세계문학 단편선
  • 부제 변신 외 77편
  • 역자 박병덕
  • ISBN 978-89-7275-511-1
  • 출간일 2020년 06월 08일
  • 사양 840쪽 | 145*207
  • 정가 19,000원

시대의 지성들을 묶는 영원한 실존주의의 해시태그,
프란츠 카프카의 중·단편 78편을 엮은 대표 단편선

게오르크는 쫓기듯이 방을 나왔다. 그의 귓전에는 아버지가 뒤에서 침대 위로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층계에서 그는 계단을 마치 경사진 평면을 가듯이 달리다가 하녀와 부딪쳤다. 아침 청소를 하려고 올라가는 참이었던 그녀는 “맙소사!” 하고 소리치며 앞치마로 얼굴을 가렸지만,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문을 뛰어나와 차도를 지나 강으로 달려갔다. 그는 굶주린 자가 음식물을 잡듯이 난간을 꽉 잡았다. 소년 시절에는 부모가 자랑스러워하는 뛰어난 체조 선수였던 그는 그때와 같은 체조 솜씨로 난간을 훌쩍 뛰어넘었다.

점점 힘이 빠지는 손으로 아직 난간을 잡은 채 그는 난간 기둥 사이로, 자기가 물에 떨어지는 소리를 쉽사리 들리지 않게 해 줄 것 같은 버스를 보면서 “부모님, 전 항상 부모님을 사랑했습니다” 하고 나지막이 외치면서, 떨어졌다.

그 순간 다리 위는 자동차의 교통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p76,「선고」에서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침대 속에서 엄청 큰 섬뜩한 해충으로 변해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갑옷처럼 딱딱한 등을 대고 누워 있었는데, 머리를 위로 약간 들어 올릴 때마다 불룩하게 솟은 갈색의 배가 활 모양으로 휜 뻣뻣한 각질의 마디들로 나뉘어 있는 것이 보였다. 배 위에는 이불이 금방이라도 주르륵 미끄러져 내릴 것 같은 모습으로 아슬아슬하게 덮여 있었다. 나머지 몸뚱이에 비해 형편없이 가느다란 수많은 다리가 그의 눈앞에 어른거리며 속수무책으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하고 그는 생각했다. 꿈은 아니었다. 약간 너무 작다는 점 말고는 사람 사는 방으로 나무랄 데 없는 제대로 된 그의 방이 낯익은 네 벽에 둘러싸인 채 아무 일 없다는 듯 조용히 거기 있었다.

-p127,「변신」에서

 

“그에게까지 알릴 필요는 없습니다. 판결 내용을 몸소 직접 체험하게 될 테니까요.” 탐험가는 이제 말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죄수의 눈길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죄수는 탐험가에게 장교가 방금 전에 했던 말을 시인할 수 있는가 없는가 여부를 묻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탐험가는 이미 뒤로 젖혀져 있던 몸을 다시 앞으로 구부리고는 이렇게 물었다. “하지만 자신이 어떤 종류의 선고를 받았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요?”

“그것도 모릅니다.” 장교는 말하면서 마치 탐험가에게서 어떤 특별한 의견이 피력되기를 고대하기라도 하듯이 탐험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요?” 탐험가는 이마를 만지며 말했다. “그렇다면 저 사람은 지금까지도 자신의 변호가 얼마나 받아들여졌는지도 모르고 있겠군요?”

“변호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습니다.”

-p215,「유형지에서」에서

 

내가 소년에게 걸어가자 그는 나를 향해, 마치 내가 자신에게 예컨대 효력이 가장 강력한 수프라도 가져온 것처럼, 미소를 지어 보인다—아! 이제 말 두 필이 힝힝거리며 울고 있구나. 더 높은 곳에서 울려오는 그 소리가 나의 진찰을 분명히 용이하게 해 줄 것이다—그리고 이제 나는 찾아낸다. 그렇다, 소년은 아픈 것이다. 그의 오른쪽 옆구리, 엉덩이 부분에 손바닥 크기의 상처가 벌어져 있다. 장밋빛으로, 수많은 명암을 띠고 있고, 그 깊은 곳은 어두운 색이고 가장자리로 갈수록 점점 밝은 색이 되며, 부드러운 곡식알처럼 오돌토돌하게 맺혀 있는 피가 마치 노천 광산처럼 열려 있다. 멀리서 보면 그렇다. 가까이에서 보니 더 심한 상처가 드러난다. 누가 나직이 신음 소리를 내지 않고 그것을 볼 수 있겠는가? 굵기와 길이가 내 새끼손가락만 하고 본래 장밋빛 몸에다 피까지 묻어 지저분해진 그런 구더기들이 상처 내부에 착 달라붙어 하얀 작은 머리와 수많은 다리로 꿈틀거리는 모습이 드러난다. 가엾은 소년이여, 너를 도와줄 수가 없다.

-p259,「어느 시골 의사」에서

 

법法 앞에 한 문지기가 서 있다. 이 문지기에게 시골에서 온 한 남자가 와서는 그 법 안으로 들어가게 해 달라고 청한다. 그러나 그 문지기는 그에게 지금은 입장을 허락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 남자는 곰곰이 생각하고 나서는, 그렇다면 나중에는 그 안에 들어가도록 허락받을 수 있는지를 묻는다. “가능하지만,” 하고 문지기가 말한다. “지금은 그러나 안 돼.” 법으로 가는 문은 언제나처럼 열려 있고 문지기가 옆으로 비켜섰기 때문에, 그 남자는 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려고 몸을 구부린다. 문지기가 그것을 알아채고는 웃으며 말한다. “그렇게 자네 마음이 끌리거든 내 금지를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해 보게나. 그렇지만 알아 두게. 내가 힘이 세다는 걸 말이야. 그리고 난 가장 말단의 문지기에 불과하네. 홀을 하나씩 지날 때마다 문지기가 서있는데, 가면 갈수록 힘이 더 막강해지지. 세 번째 문지기의 모습을 보기만 해도 난 더 이상 참고 견딜 수가 없다네.” 그런 어려움들을 시골에서 온 그 남자는 예상하지 못했다. 법이란 누구에게나 언제나 마땅히 개방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그는 생각하지만, 지금 막상 털외투를 입은 문지기를 좀 더 자세히, 그러니까 그의 커다란 뾰족코, 길고 성긴 시커먼, 타타르인 같은 턱수염을 뜯어보고 나서는 입장 허가를 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차라리 더 낫겠다고 마음을 굳힌다.

-p269~270,「법 앞에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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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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