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의 밀실'에서 벌어지는 연애 소동극의 세계!
《금각사》의 작가 '미시마 유키오'가 선보이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소설!
두 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가. 정치색을 떠나 일본의 두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사실 이 작가여야 했다고 회자되는 작가, 미시마 유키오. 그러나 우리에게 '미시마 유키오'라고 하면 그가 이룬 문학적 성취보다는 그의 우익적 사상과 정치적인 행보에 따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사실이다.
《미시마 유키오의 편지교실》은 1966년 여성주간지 《여성자신》에 연재를 시작한 서간문 형식의 연애소설이다. 젊고 연애에 미숙한 20대 커플과 어른의 연애를 즐기고픈 40대 중년 커플의 얽히고설키는 연애담과 두 커플 사이를 오가며 연애를 방해하거나 스파이 역할을 하며 웃음을 자아내는 인간계 연애와는 거리가 먼 1명의 남성, 이렇게 총 5명이 주고받는 편지글을 통해 내용이 전개된다. 미시마의 작품 중에서는 뒤늦게 출간되었지만 '미시마 유키오의 수려한 문체로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라는 평을 받으며 재평가 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금각사》의 미시마를 기억하는 독자들에게, 《금각사》에서 더 나아가 미시마의 다양한 모습이 궁금한 독자들에게, 이 책은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했던 ‘엔터테인먼트 소설’ 작가로서의 미시마의 면모를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다.
미시마 유키오
본명 히라오카 기미타케平岡公威. 전후 일본문학을 대표하는 탐미주의 작가로, 가쿠슈인 중등과 재학 중에 ‘미시마 유키오’라는 필명으로 쓴 『꽃이 만발한 숲』으로 조숙한 재능을 인정받았다. 도쿄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뒤 대장성大?省에 들어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퇴사하고 작품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가면의 고백』으로 문단에서 지위를 확보한 후 『사랑의 갈증』, 『금각사』, 『파도소리』, 『우국』 등 차례로 화제작을 발표, 수차례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국제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일본 탐미문학의 거장’ 미시마 유키오가 선사하는 색다른 ‘연애소설’
수려한 문장과 웃음 속에 숨겨진 ‘연애와 결혼’에 대한 신랄한 통찰!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애끓는 연심을 전하기 위해 공백의 편지지(혹은 카톡의 대화창)를 앞에 두고 밤새 고민만 하다 결국은 아무 말도 적지 못했던 경험이. 나에게 연애 고민을 털어놓는 짝사랑 상대에게 티 안 나게 ‘그 애는 아니야’라는 속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경험이. 연애가 아니라면, 이번 달 통장 잔고가 한 없이 제로에 수렴하는데 내일은 당장 월세를 내야하고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 달라 말은 해야겠지만 구차해 보이고 싶지는 않았던 그런 경험이.
마음은 간절한데 첫 문장을 꺼내기가 막막한 이런 때, 글쓰기의 달인이라면 어떻게 상대의 심금을 울리고,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글을 쓸까? 심지어 그 글쓰기(혹은 말하기)의 비법을 일려주는 사람이 일본 최고의 문장가 ‘미시마 유키오’라면?
제목만 보면 ‘편지 쓰는 법’을 알려주는 글쓰기 교본처럼 보이는 이 책은 일본을 대표하는 탐미문학의 거장, 《금각사》의 작가 미시마 유키오가 쓴 ‘연애 소설’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소설은 세 커플의 연애를 다루고 있다. 이미 신물이 날 정도로 연애와 결혼생활을 경험하고 이제는 바삭 말라 건조하고 타성에 젖은 일상을 촉촉하게 적셔줄 새롭고 위험한 사랑을 꿈꾸는 ‘중년 커플의 연애’. 연애도 사랑도 미숙하고 서툴지만 두 사람이 꿈꾸는 미래만은 풋풋한 대지 위에 견고하게 쌓아나갈 가능성이 창창한 ‘젊은 커플의 연애’. 마지막으로 실제 여자와의 연애보다는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 더 즐거운, 요즘말로 표현하면 ‘화면 속 2D와 사랑에 빠진 연애’.
글이 갖춰야 하는 궁극적 가치를 ‘격조와 기품’이라 말하던 탐미문학의 거장 미시마의 글치고는 너무나도 작고 통속적인 일상사를 다루며, 지나치게 솔직한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이 글은 평소 미시마가 강조하던 ‘격조와 기품’과는 거리가 있다. 미시마의 대표작인 《금각사》나 《가면의 고백》을 먼저 접하고, 그 글들의 분위기가 미시마의 이미지로 정착한 독자라면 과연 ‘어떤 상황과 분위기’ 속에서 이 글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할 것이다.
‘가장 통속적이며, 너무나도 미시마다운’
《미시마 유키오의 편지교실》
옮긴이 최혜수는 이 글의 탄생 배경으로 미시마의 작품 활동 말기에 일본 사회에 유행했던 여성잡지와 여성잡지 속 연애상담 코너의 인기를 지적하고, 이 글을 한국의 독자에게 소개하는 의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미시마가 여성잡지에 연재한 소설들에 대한 평가는 그가 사비를 들여 조직한 우익 민병조직 ‘방패회’의 운영자금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쓴 대중소설 정도로 취급하는 평론이 대다수를 점한다. 그러나 미시마가 쓴 모든 중·장편 소설 중 3분의 1이 여성잡지에 연재되었음을 고려할 때, 이를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치부하고 넘어가는 것은 작가를 이해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이제껏 미시마 연구 자체가 남성 중심의 시선으로 이루어져 왔음을 시사한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2025년은 미시마가 태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자, 충격적인 죽음으로부터 55년이 되는 해이다. 긴 세월이 흐른 지금, 이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미시마 유키오’에게도 더 다양한 얼굴이 있음을 살펴봐야 할 때가 아닐까? 그 ‘《금각사》의 미시마 유키오’가 여성잡지 연재를 통해 여성 독자들의 일상적인 고민을 피부로 느끼고 함께 고민하며, 그들의 삶 속에 녹아들어 함께 호흡하려 한 흔적의 의미를, 이제는 좀 더 고민해 보아야 할 때이지 않을까?
일본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그중에서도 특히 미시마 유키오를 아끼고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이제는 미시마의 연애소설을 읽을 준비가 되어 있느냐고 묻고 싶다. 만약 준비를 마쳤다면, 이 책 《미시마 유키오의 편지교실》은 미시마의 그 어떤 소설보다 이야기 자체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즐거운 연애담의 세계를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