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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

  • 저자 오가와 요코 지음
  • 역자 권영주
  • ISBN 978-89-7275-562-3
  • 출간일 2011년 11월 07일
  • 사양 372쪽 | -
  • 정가 13,000원

스스로 성장을 멈추고, 좁고 어두운 인형 안에 머물며 심원한 체스의 바다를 여행한 한 소년의 이야기 시의 언어로 새긴 그 숭고하고 아름다운 궤적 따뜻하고 잔혹하며, 애절하고 감미로운 오가와 요코 최고 걸작

“서두르지 마라, 꼬마야.” 마스터의 한마디는 일평생 소년의 등대가 되었다. 스스로 성장을 멈추고, 좁고 어두운 인형 안에 머물며 심원한 체스의 바다를 여행한 한 소년의 이야기 시의 언어로 새긴 그 숭고하고 아름다운 궤적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뛰어넘는 또 하나의 감동 소설! 따뜻하고 잔혹하며, 애절하고 감미로운 오가와 요코 최고 걸작 일본의 대표적 여성 작가 오가와 요코의 장편소설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열한 살 몸으로 성장을 멈춘 채 인형 안에서 체스를 두며 기적과도 같은 아름다운 기보(棋譜)를 남긴 한 소년의 이야기다. 세상에서 가장 좁고 어두운 곳에 몸을 두었으나 누구보다도 자유롭게 너른 체스의 바다를 유영했던 그의 투명하고 아름다운 삶이 오가와 요코 특유의 섬세하고 기품 있는 문체로 그려진다. 이 작품은 작가의 최고 걸작이라는 평을 받으며 독자와 문단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2009년 서점대상 후보작이었고, 책 관련 잡지 《다빈치》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체스의 무한한 우주를 여행하기 위해 성장을 멈춘 한 소년의 아름다운 궤적|『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 메마른 수식이 전하는 따뜻한 감동을 그려냈던 오가와 요코가 이번에 소재로 삼은 것은 체스다.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에서는 심원한 체스의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마음과 마음의 소통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주인공 소년은 아래위 입술이 붙은 채로 태어났다. 절개수술로 입술을 벌리긴 했지만, 정강이 피부를 떼어 이식한 탓에 입술에 솜털이 자란다. 고독한 소년은 벽의 틈에 끼여 빠져나올 수 없게 된 소녀 미라와 너무 커지는 바람에 백화점 옥상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생애를 마친 코끼리 인디라를 친구 삼아 지낸다. 자신에게 체스를 가르쳐준 마스터조차 거구로 인해 죽자, 소년은 ‘커지는 것은 비극’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고, 스스로의 의사로 열한 살 몸에서 성장을 멈춘다. 그 후, 러시아의 전설적인 체스 기사 알렉산드르 알레힌을 본떠 만든 자동 체스 인형 ‘리틀 알레힌’ 안에 들어가 지고(至高)의 대전을 펼친다. 소년은 모습을 보일 수도 없고,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체스판 밑에서 체스를 두면서도 어떤 상대를 만나든 시처럼 아름다운 기보(棋譜)를 남긴다. 소년에게 체스는 그때그때 체스판 위에서 만들어지는 아름다운 ‘시’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상대를 이기는 최강의 체스보다는 최선의 체스를 둔다. 체스판 아래서는 10의 23제곱의 경우수, 우주를 구성하는 입자의 수보다 많은 그 경우수 가운데 최선이 될 단 한 수를 선택하기 위한 사고(思考)의 바다가 펼쳐진다. |한계가 있는 삶을 넘어 ‘전설’로서 사람들의 기억에 살아남다| 소년은 스스로 닫힌 공간에 틀어박힌다. 그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가능한 한 무(無)의 상태로 둔 채, 대전 상대에게, 그리고 세상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상대에게 가장 어울리는 방식으로 상대의 킹을 향해 체스 말을 옮긴다. 소년은 ‘자기’라는 작고 하찮은 것으로부터 해방되어 체스의 우주를 자유로이 여행한다. 그리고 결국 그 우주에서 ‘비숍의 기적’이라는 기보만을 남긴 채 생을 마감한다. 체스판에는 말을 움직이는 사람의 인격이 그대로 나타난다. 철학, 정서, 교양, 품성, 자아, 욕망, 기억, 미래. 체스판은 그래서 그 인물이 걸어온 길을 반영한다. 그런 만큼 체스는 인간이 살아가는 의미와도 연결된다. 한 걸음 잘못 디디면 돌이킬 수 없게 되거나 소중한 이를 희생시키는 불상사도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코 뒤로 물러설 수 없는 폰과 같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그 게임 끝에는 단 한 장의 기보만이 남게 된다. 그렇기에 소년의 삶이, 그가 체스판 위에 새기는 시가 더욱 아름답고 숭고하게 생각되는 것이다. 소년의 삶은 독자를 ‘내 지나간 인생의 기보는 어떤 모양을 그리고 있을까?’라는 물음으로 이끄는 동시에, 자신의 나약함을 마주하고 낙담하는 사람에게 ‘힘껏 열심히 사는 것은 무의미하지 않다’라는 따뜻한 성원을 보내준다. |풍요로운 이미지가 엮어내는 정밀(靜謐)한 멜로디||읽을 때마다 몇 번이고 완전히 매료되는 신비한 세계|『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는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가 없는 독특한 세계를 섬세한 터치로 그려온 오가와 요코의 작품 세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이다. 원무(元舞)를 추고 활주하고 도약하는 체스판 말들. 그 움직임이 자아내는 음표와 시구가 마치 눈앞에서 펼쳐지듯 섬세하고 생생하게 묘사된다. 또 체스판을 사이에 두고 위와 아래에서 펼쳐지는 대전을 벌이는 상대와 소년과의 우정, 신뢰, 존경, 사랑이 아름답고 따뜻하게, 그리고 때로는 애절하게 그려진다. 특히 체스판이라는 유한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체스라는 무한한 세계와의 대비감은 작품에 판타지적 요소와 매력을 더해준다. 오가와 요코는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베테랑 작가로 손꼽힌다. 그녀가 발표하는 작품마다 미디어를 비롯해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나타내고 다음 작품을 기대한다. 그녀의 작품 기저에 흐르는 것은 ‘아름다움’인데, 악의를 드러내는 소설조차도 아름답고 투명하다는 특징이 있다. 과장된 클라이맥스나 고비도 없고 등장인물이나 풍경, 도구 등 모든 것이 눈에 띄거나 강렬한 인상을 주기보다는 차라리 억제되어 있다. 그럼에도 책을 읽고 난 감동은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으며, 몇 번을 다시 읽어도 읽는 순간마다 완전히 다시 매료되는 신기한 감각을 느끼게 된다. ■ 본문 중에서 할아버지는 집 1층에 작업장을 두고 망가진 가구를 수선하는 일을 주로 했다. 신품을 만드는 쪽이 더 보람도 있을 테고 기분도 좋을 텐데 왜 낡은 가구만 상대하는지, 소년은 늘 이상하게 생각하곤 했다. “신품은 너무 위세가 좋으니 말이다.” 할아버지는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좀 힘 빠진 녀석을 더 신경 써줘야 하는 거다.” 소년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일을 방해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15쪽 소년은 할머니에게 어째서 입술을 떼었느냐고 물은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그야 숨을 못 쉬니 그렇지.” 할머니의 대답은 어디까지나 현실적이었다. “숨은 코로도 쉴 수 있잖아요.” “그럼 젖은 어떻게 빨 거냐?” “그럼 하느님은 왜 나를 젖도 빨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드신 거예요?” 할머니는 바느질을 중단하고 앞치마 끝에 늘어뜨린 행주를 뭉쳤다가 폈다 하며 시간을 벌었다. “하느님도 가끔은 허둥댈 때가 있단다.” 손안에서 다양하게 형태를 달리하는 행주를 보며 할머니는 말했다. “다른 데 특별히 신경을 써주시느라, 그래서 마지막에 입술을 뗄 시간이 없었던 게 아닐까.” “다른 데라뇨?” “그건 할미도 모르지.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니 말이다. 눈인지, 귀인지, 목인지, 좌우지간 어딘가에 보통 사람한테는 없는 특별한 장치를 해주신 게야. 그래, 그거다. 틀림없어.” - 28~29쪽 소년은 한평생 그 일요일에 있었던 일을 거듭 돌이켜 생각해보게 된다. 그 밖의 추억과는 별도로 특별한 작은 상자에 넣어두고는, 몇 번이고 상자를 열어 살며시 보듬게 된다. 체스에게 배신당했다고 느낄 만큼 상처를 입었을 때, 마스터의 추억에 잠겨 눈물을 글썽이고 말았을 때, 그 포근한 겨울 햇살에 싸인 회송 버스에서 두었던 게임을 생각하며 마스터가 가르쳐준 체스의 기쁨에서 구원을 발견하게 된다. - 66쪽 폰을 끌어안고 빛의 띠에 몸을 맡겼을 때, 소년은 지금껏 맛본 적이 없는 기묘한 감촉을 느꼈다. 소년은 백화점 옥상에서,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수면은 저 멀리 위에 있고, 바닥은 너무나도 깊고, 물은 차가운데도 조금도 무섭지 않았다. 무섭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몸 어디에도 괜한 힘이 들어 있지 않았다. 아아, 나는 입술이 됐구나. 소년은 깨달았다. 의사가 쓸데없이 손을 대기 이전의, 서로 포옹하듯 딱 붙어 떨어지지 않는, 하느님이 만들어주신 상태의 입술로 바다 속을 여행하고 있었다. 더욱이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인디라와 미라도 같이 있었다. 인디라는 코를 휘휘 젓고 귀를 펄럭이며 소년의 주위를 헤엄치고 있었다. 물론 족쇄는 차지 않았다. 네 다리는 옥상의 콘크리트 바닥을 차고 날아올라 자유롭게 움직였다. 헤엄친다기보다 마치 환희의 춤을 추는 것 같았다. 그리고 미라는 폰이 토해낸 공기 방울에 들어가 인디라가 일으키는 해류를 타고 떠다녔다. - 69~70쪽 “체스는 머리가 좋고 나쁜 것만으로 승패가 결정되는 게 아니란다.” “운도 필요하단 뜻이에요?” “아니. 운은 상관없다. 운이 좋았던 것 같은 시합이라도, 하늘에서 우연히 떨어진 게 아니라 본인이 자기 힘으로 이끌어낸 거야. 체스판에는 말을 만지는 사람의 인격이 고스란히 드러나거든.” 마스터는 선언문을 낭독하는 듯한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 “철학, 정서, 교양, 품성, 자아, 욕망, 기억, 미래, 좌우지간 전부다. 감출 수가 없어. 체스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암시하는 거울인 거다.” - 80쪽 “진심으로 잘 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이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도, 상대방이 실수를 했을 때도 아니거든요. 상대편 말의 힘이 이쪽 진영까지 메아리쳐서 제 말의 힘이랑 공명할 때예요. 그러면, 말들이 제가 상상도 못 해본 음색의 소리를 내요. 그 음색을 듣고 있노라면 아아, 지금 체스판에서 올바른 일이 일어나고 있구나, 그런 기분이 들어요. - 105쪽 “내 친구는 모두 아무 데도 가지 않는 사람들뿐이었거든. (……) 자기가 원한 것도 아닌데 다들 정신이 들어보니까 그렇게 돼 있었어. 그렇지만 아무도 빠져나가려고 버둥대지 않았어. 불평도 하지 않았고. 그런가, 나한테 주어진 곳은 여기인가, 하고 말없이 받아들이곤 거기에 몸을 두었어.” - 183~184쪽 “체스판은 위대해요. 그냥 평평한 나무판자에 가로세로로 줄을 그었을 뿐인데도 우리가 어떤 탈것으로도 도달할 수 없는 우주를 감추고 있어요.” 리틀 알레힌은 입술을 다문 채 눈을 내리깔았다. “그래요, 그렇기 때문에 체스를 두는 사람은 공연한 생각을 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자기 스타일을 구축하고, 자기 인생관을 표현하고, 자기 능력을 자랑하고, 자기를 멋지게 보이려는 그런 건 전부 허사입니다.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요. 자기보다 체스의 우주가 훨씬 광대하니까요. 자기 같은 하찮은 것에 구애되면 진정한 체스는 둘 수 없어요. 자기 자신으로부터 해방돼서 이기고 싶다는 마음조차도 초월하고 체스의 우주를 자유로이 여행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요.” - 2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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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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