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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살인마

최제훈 -
9791190885324
2020년 09월 25일
196쪽 | 104*182 | 사륙변형
13,000원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서른 번째 책 출간!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서른 번째 소설선, 최제훈의 『단지 살인마』가 출간되었다. 2007년 「퀴르발 남작의 성」으로 등단한 이후 실재와 환상, 사실과 창작이 혼재된 기발한 상상력과 정교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구성으로 자신만의 유니크한 문학적 공간을 만들어온 작가의 이번 신작은 2019년 『현대문학』 12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것이다. 살인 후 손가락을 자르는 연쇄살인범의 살인 패턴을 해석해낸 화자의 완전범죄를 꿈꾼 성공적인 모방 살인과 또 다른 살인범과의 연대, 죽음 이후의 전개까지……. ‘살인’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타인을 향한 적의’라는 인간 존재의 어두운 욕망을 그린 소설이다. 

 

연쇄살인? 모방범죄? 십계명?

‘단지 살인마’라는 허명 뒤에 숨은 진짜 살인자들의 피의 카니발

인간 존재의 어두운 욕망의 늪!

 

첫 번째 희생자는 폭력 조직의 20대 조직원이었다. 그는 오른손 새끼손가락이 잘린 채였고, 최근에 신흥 경쟁 조직으로 옮겨 간 전력이 있었다. 두 번째 희생자는 모 아이돌 그룹의 사생팬인 여고생. 그녀는 오른손 새끼손가락과 약손가락이 잘려 있었다. 세 번째 희생자는 명동 일대에서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고 쓰인 붉은 십자가를 들고 다니며 아무에게나 호통치던 노파였고, 오른손 새끼손가락과 약손가락 그리고 가운뎃손가락이 잘린 채였다. 세상은 이때부터 ‘단지斷指 살인마’라는 별칭을 사용하며 살인범을 쫓기 시작했다. 네 번째 희생자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박봉으로 고용해 주말도 없이 일을 시키던 공장 사장.

 

주식 전업투자자인 ‘나’는 네 번의 연쇄살인 사건에 묘하게 이어지는 패턴을 찾아내고, 뒤이어 일어난 다섯 번째 희생자를 통해 이 사건이 한 사람에 의해 벌어진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갖게 된다. 관찰자에 머물던 나는 열일곱 살, 내 정신과 몸을 갉아먹은 동급생 악마를 떠올리고, 이 사건에 적극 개입하기로 결심한다.

 

‘단지 살인마’에 얹혀 완전범죄로 끝날 듯싶던 나의 복수극은 목격자가 나타나며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지만 그 목격자 역시 ‘단지 살인마’ 뒤에 숨은 사건의 당사자가 되고 만다. 협박과 회유로 시작한 우리의 관계는 위안과 공감, 불안과 불면을 나눠 갖는 사이로 발전하는 듯 보이나 여덟 번째 사건이 벌어진 이후 전혀 원치 않는 방향으로 틀어진다.

 

살인 사건인가? 연쇄살인인가? 모방범죄인가? ‘단지 살인마’라 불리는 연쇄살인범 뒤에 숨어 개인적 복수를 감행하는 또 다른 살인자들, 살의로 가득한 사회를 그린 소설이다.

 

“단지 살인마』에서 희생자의 손가락은 여덟 개가 잘리는 것에서 멈추지만, 주인공 장영민의 자살로 위장된 죽음은 상징적인 아홉 번째 손가락이 된다. 밧줄에 매달려 바람에 흔들리는 장영민의 시체는 최제훈이 독자들에게 흔드는 하나 남은 왼손의 새끼손가락이다. 그것은 끝의 예고―9는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숫자의 마지막이다. 10은 곧 0이기 때문이다―인 동시에 새롭게 시작되는 죽음―그것은 다른 방식으로 보자면 새롭게 숫자를 세어나가는 1이기도 하다―의, 아니 살인을 원하는 인간의 적의가 타인들에게 던지는 살인의 끝나지 않는 약속처럼 남게 된다.” (서희원)

 

 

작가의 말

 

연못에 비 내리는 풍경을 좋아한다. 수면에 무수히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동심원들은 시간의 흐름을 잊게 해준다.

여기저기 떨어지는 무상無常한 중심들,

파동으로 자신을 넓혀 서로에게 다가가는,

곡선으로 만나 겹쳐지며 새로운 무늬를 그리는,

들리는 건 은은한 빗소리뿐.

 

여섯 번째 동심원을 내놓는다. 빗방울의 공상을 종이에 인쇄하기까지 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

드린다. 연못에서 우연히 만난 당신께도 반가운 마음을 전한다. 우리는 모두 어딘가에 닿기 위해 퍼져 나가고 있다.

 

 

표4

 

잘려가는 손가락을 따라

우리 시대의 살의가 악몽처럼 펼쳐진다

 

‘살인’은 『성경』에 기록된 것처럼 「창세기」부터 시작하여 「요한계시록」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 장에서도 빠진 적이 없는 인류 보편의 문제이자 인간이란 존재를 혹은 그 욕망을 설명하고 해석하는 중요한 키워드이다.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인간의 심연을 작가는 펼쳐진 손바닥 위로 옮겨 그 안의 미로로 이끈다. 살인을 꿈꾸는 인간과 이를 금지하는 사회의 불협화음을 최제훈은 손가락을 잘라내는 단순하면서도 잔인한 화음으로 변모시켜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손가락을 접어서 숫자를 세듯 하나씩 잘려가는 손가락을 따라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어두운 욕망은 펼쳐진다. 여섯, 일곱, 살해당한 일곱 명의 버려진 스물여덟 개의 손가락을 따라 살인이라는 어둡고 복잡한 행위를 추리하는 합리적 의심은 사라지고 숫자의 연쇄만이 모든 살의를 알려준다. 여덟, 그리고 아홉, 최제훈은 마지막 남은 왼손의 새끼손가락을 흔든다. “그것은 연쇄 살인의 끝일까? 아니면 새롭게 시작될 살인의 약속일까?”

-서희원, 「작품해설」 중에서

 

 

본문 중에서

 

* 주식판에서 누구나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개별 연주자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훌륭한 연주자들을 끌어모았다 하더라도 각자 제멋대로 연주한다면 그건 시끄러운 소음일 뿐이다. 이들을 하나의 오케스트라로 묶는 건 악보다. 그 종이 쪼가리가 무의미한 소리 파편을 웅장한 교향곡으로 바꾸어놓는 것이다. 내겐 HTS 창 위를 흐르는 투명한 악보가 보인다. 남실거리는 오선 위로 꼬리를 흔들며 지나가는 음표들의 노래가 들린다. 그 선율에 손가락을 맡기고 매매하면 실패하는 법이 거의 없다. 오픈된 정보들에 한 스푼 첨가되는 마법의 약물.

-19쪽

 

* 십계명의 비밀을 엿본 순간부터 거대한 악보 속에 던져진 느낌이었다. 넘실거리는 오선 위로 내 키보다 큰 음표들이 꼬리를 휘저으며 헤엄쳐 다녔다. 높은음자리표가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도돌이표가 솟아올라 앞을 가로막았다. 접객실 벽에 걸린 병원 홍보 달력도 화음을 이루며 악보 속으로 스며들었다. 빨간 네모에 갇힌 오늘 날짜는 17일. 공교롭게도. 16의 미숙함과 18의 성숙함 사이에서 17이 맵시 있게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

-34쪽

 

* 백팩을 풀어서 물건들을 여기저기 정리해 넣었다. 집에 놔두면 한 번쯤 요긴하게 쓸 상비품을 구입한 셈 치기로 했다. 언젠가 라텍스 장갑을 끼고 김치를 담그다가 정전이 되어 헤드 랜턴을 찾을 수도 있으니까.

-46쪽

 

* 그녀는 도스토옙스키를 흠모하는 노문과 학생이었다. 우리 사이에 다리를 놓아준 것도 그 러시아 대문호였다. 드미트리, 이반, 알료샤, 스메르자코프, 이 안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다 있는 것 같아. 김밥처럼, 하나로 돌돌 말려서. 처음 같이 밤을 지새운 날 그녀는 손가락으로 내 가슴에 소용돌이 문양을 그리며 말했다.

-76-77쪽

 

* 담뱃갑에는 열 개비의 담배가 남아 있었다. 똑같이 생긴 열 명의 사람이 모여 서서 나를 올려다보는 것 같았다. 10, 손가락, 십계명. 왠지 불길하다는 핑계로 결국 한 대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메마른 향기가 기도를 긁으며 내려갔다. 마지막이다. 이게 정말 마지막이다.

-150쪽

 

 

월간 『현대문학』이 펴내는 월간 <핀 소설>, 그 서른 번째 책!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월간 『현대문학』 지면에 선보이고 이것을 다시 단행본 발간으로 이어가는 프로젝트이다. 여기에 선보이는 단행본들은 개별 작품임과 동시에 여섯 명이 ‘한 시리즈’로 큐레이션된 것이다. 현대문학은 이 시리즈의 진지함이 ‘핀’이라는 단어의 섬세한 경쾌함과 아이러니하게 결합되기를 바란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은 월간 『현대문학』이 매월 내놓는 월간 핀이기도 하다. 매월 25일 발간할 예정인 후속 편들은 내로라하는 국내 최고 작가들의 신작을 정해진 날짜에 만나볼 수 있게 기획되어 있다. 한국 출판 사상 최초로 도입되는 일종의 ‘샐러리북’ 개념이다.

 

001부터 006은 1971년에서 1973년 사이 출생하고, 1990년 후반부터 2000년 사이 등단한, 현재 한국 소설의 든든한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렸고, 007부터 012는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 출생하고, 2000년대 중후반 등단한, 현재 한국 소설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013부터 018은 지금의 한국 문학의 발전을 이끈 중추적인 역할을 한 1950년대 중후반부터 1960년대 사이 출생 작가,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등단한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려졌으며, 019부터 024까지는 새로운 한국 문학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패기 있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발간되었거나 발간 예정되어 있는 책들은 아래와 같다.

 

001 편혜영 『죽은 자로 하여금』(2018년 4월 25일 발간)

002 박형서 『당신의 노후』(2018년 5월 25일 발간)

003 김경욱 『거울 보는 남자』(2018년 6월 25일 발간)

004 윤성희 『첫 문장』(2018년 7월 25일 발간)

005 이기호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2018년 8월 25일 발간)

006 정이현 『알지 못하는 모든 신들에게』(2018년 9월 25일 발간)

007 정용준 『유령』(2018년 10월 25일 발간)

008 김금희 『나의 사랑, 매기』(2018년 11월 25일 발간)

009 김성중 『이슬라』(2018년 12월 25일 발간)

010 손보미 『우연의 신』(2019년 1월 25일 발간)

011 백수린 『친애하고, 친애하는』(2019년 2월 25일 발간)

012 최은미 『어제는 봄』(2019년 3월 25일 발간)

013 김인숙 『벚꽃의 우주』(2019년 4월 25일 발간)

014 이혜경 『기억의 습지』(2019년 5월 25일 발간)

015 임철우 『돌담에 속삭이는』(2019년 6월 25일 발간)

016 최 윤 『파랑대문』(2019년 7월 25일 발간)

017 이승우 『캉탕』(2019년 8월 25일 발간)

018 하성란 『크리스마스캐럴』(2019년 9월 25일 발간)

019 임 현 『당신과 다른 나』(2019년 10월 25일 발간)

020 정지돈 『야간 경비원의 일기』(2019년 11월 25일 발간)

021 박민정 『서독 이모』(2019년 12월 25일)

022 최정화 『메모리 익스체인지』(2020년 1월 25일)

023 김엄지 『폭죽무덤』(2020년 2월 25일)

024 김혜진 『불과 나의 자서전』(2020년 3월 25일)

025 이영도 『마트 이야기―시하와 칸타의 장』(2020년 4월 25일)

026 듀 나 『아르카디아에도 나는 있었다』(2020년 5월 25일)

027 조 현 『나, 이페머러의 수호자』(2020년 6월 25일)

028 백민석 『플라스틱맨』(2020년 7월 25일)

029 김희선 『죽음이 너희를 갈라놓을 때까지』(2020년 8월 25일)

030 최제훈 『단지 살인마』(2020년 9월 25일)

 

 

현대문학 × 아티스트 구본창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아티스트의 영혼이 깃든 표지 작업과 함께 하나의 특별한 예술작품으로 재구성된 독창적인 소설선, 즉 예술 선집이 되었다. 각 소설이 그 작품마다의 독특한 향기와 그윽한 예술적 매혹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소설과 예술, 이 두 세계의 만남이 이루어낸 영혼의 조화로움 때문일 것이다.

 

구본창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독일 함부르크 조형미술대 사진 디자인 전공, 디플롬 학위 취득. 국내외 40여 회 개인전.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필라델피아 박물관, 보스톤 미술관, 휴스턴 뮤지엄 오브 파인 아트,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삼성 리움 등 다수의 박물관에 작품 소장. 작품집 한길아트 『숨』 『탈』 『백자』, 일본 Rutles 『白磁』 『공명의 시간을 담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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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Author: Juan Lee (Seung 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