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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스
FIX
워푸 유카
2019년 06월 14일
400쪽 | 135*207 | 국판 변형
14,500원

범인이 잘못 지목된 일곱 편의 추리소설

의문의 네티즌이 작가들에게 추리 대결을 청한다!

 

지난 30년간 일어난 억울한 누명 사건을 재구성하며

타이완 사회에 파장을 일으킨 문제적 미스터리

 

줄거리 ●

고등학교 시절부터 함께해온 7명의 T대학 졸업반 친구들. 그 친구들 중 한 명인 쇼코가 졸업을 몇 달 남겨두고 자신의 원룸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납득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 친구들은 바쁜 취업 준비 틈틈이 쇼코가 죽은 이유를 캐고 다닌다. 하지만 타살이라면 밀실인 쇼코의 원룸을 드나든 방법을 찾아야 하고, 자살이라고 해도 쇼코의 연인인 도도조차 모르는 자살의 이유를 밝혀내야 한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못하고 시간만 흐르던 어느 날, 남은 친구들은 은사인 미나미사와 선생님 댁에서 다도 모임을 갖는다. 제비뽑기를 해서 차를 마시는 사람, 차를 젓는 사람, 다식을 먹는 사람을 정하는 ‘설월화 의식’을 진행하던 중, 충격적인 두 번째 사건이 발생한다. 모인 사람 중 한 명이 차를 마시고 쓰러져버린 것. 피해자의 자살인가? 아니면 치밀한 트릭이 사용된 계획 살인인가? 가가는 두 사건의 연결고리를 찾으려 하지만 항상 벽에 부닥칠 뿐. 마침내 전국 학생 검도 대회 결승전에 가가는 결정적인 단서를 떠올리는데……. 과연 두 사건의 연결고리는 어디에 있을까, 그리고 그 속에 감춰진 동기는 무엇일까? 진실을 향한 가가의 추리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본문에서 ●

쇼코는 방 안에 있다, 게다가 형광등을 켠 채로—.

불길한 생각이 사토코의 가슴속을 덮쳤다. 왜 그런지는 그녀도 알 수 없었다. 아무튼 위가 오그라드는 듯한 서늘한 느낌이 덮쳐서 사토코는 다음 순간, 복도를 내달리고 있었다. 계단을 퉁탕퉁탕 내려가 관리실에 뛰어들었다. 중년 아줌마가 있었다.

“쇼, 쇼코 방의 열쇠를……. 아무래도 뭔가 이상해요!”

평소라면 금세 내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토코의 흥분한 말투에 압도되었는지 관리인 아줌마는 얼른 열쇠를 건네주었다. 어떤 방문이든 열 수 있는 마스터키인 것 같았다. 키를 들고 사토코는 다시 뛰었다. 마침 나미카가 방에서 나오는 참이었다.

“왜 그래, 갑자기?”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사토코는 열쇠 구멍에 키를 꽂았다. 달칵 하고 열리는 소리가 났다. 힘껏 문을 열자마자 사토코는 안으로 뛰어들었다. 동시에 형광등의 하얀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커튼은 꼭꼭 닫혀 있었다.

“쇼코!”

쇼코는 방 건너편의 좁은 부엌에 쓰러져 있었다. 초콜릿 색깔의 스웨터를 입은 등이 보였다.

_ 제1장 2 / 34~35쪽에서

 

가가는 다시 한번 안내도에 시선을 떨구었다. 그리고 처음 방에 들어왔을 때처럼 팔짱을 끼더니 작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딱 한 가지, 간단한 추리가 있어.”

와코는 가가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백로장에 사는 사람이 범인이라면 문제가 풀린다는 얘기를 하려는 거지?”

“그건 물론이고, 주범이 외부에서 침입한 자라고 해도 백로장 안에 공범이 있었다면 이 범행은 아주 쉬워. 뒷문으로 탈출하고 그 공범에게 안에서 잠그라고 하면 되니까. 하지만 그런 공범이 없었다면 이건…….”

“이건?”

“이건 밀실 살인인 셈이야…….”

_ 제2장 2 / 124~125쪽에서

 

추리에는 잘못이 없다.

몇 번이나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다 완성된 추리도 꼼꼼하게 점검했다. 그 결과, 어떻게도 부정할 수 없는 스토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가가 스스로도 정말 믿고 싶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이제는 믿지 않을 도리가 없는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진실을 추구하는 것에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가—. 그것은 가가로서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미나미사와 선생님의 말씀대로 진실이란 볼품없는 것이고 그리 큰 가치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가치 있는 거짓말이라는 것도 이 세상에는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가가는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었다. 친구의 원한을 풀자는 게 아니었다. 아무 이론 없이, 오로지 진실을 알고 싶다는 것과도 달랐다. 더구나 정의감 같은 건 가장 적합하지 않은 말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이것이 우리의 졸업 의식이라고 가가는 생각했다. 긴 시간을 들여 언젠가는 무너져버릴 나무토막을 쌓아온 것이라면 그것을 무너뜨렸을 때 비로소 우리가 건너온 한 시대를 완성시킬 수 있으리라.

_ 제5장 3 / 373~374쪽에서

■ 워푸 臥斧, Wolf Hsu
의료 공학을 전공했으나 출판계에 몸담고 있다. 이야기를 쓰면서 이야기 쓰는 법을 가르친다. 그가 필명으로 삼은 ‘워푸臥斧’는 영어 ‘울프Wolf’의 중국어 발음과 유사하며, 영문 필명은 ‘Wolf Hsu’이다.
지은 책으로 『S에게 보내는 뮤직 러브레터』 『열쇠로 가득 꽂힌 빈방』 『비와 개들의 공간』 『따뜻한 맥주와 차가운 여자』 『서커스단, 마을을 떠나다』 『설행가족舌行家族』 『내가 떠났다는 걸 아무도 모른다』 『조각난 꿈들의 거리』 『터프가이도 부드러울 때가 있다』 『꿈의 나라에 도착하면 내게 알려주오』 등이 있다.

■ 옮긴이 유카
원문의 뉘앙스를 잘 살린 감각적인 번역을 지향한다. 옮긴 책으로는 『한자의 유혹』 등이 있으며, 재미와 의미를 두루 갖춘 중국어권 책을 꾸준히 소개해나갈 예정이다.

최근 10년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 소설가(교보문고 2019년 1월 집계),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 <가가 형사 시리즈>가 한국 출간 10여 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들을 만난다.

 

냉철한 머리, 뜨거운 심장, 빈틈없이 날카로운 눈매로 범인을 쫓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잃지 않는 불세출의 형사 가가 교이치로. ‘가가 형사’는 시리즈 캐릭터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는 히가시노가 이례적으로 30년 가까이 애정을 쏟으면서 성장시킨 인물로, 작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이자 그의 페르소나라고 불린다.

 

1986년, 20대 후반의 풋풋한 신인 작가 히가시노가 자신의 두 번째 책인 『졸업』에서 처음 등장시켰던 대학생 ‘가가 교이치로’는, 이후 『잠자는 숲』(1989)에서 형사로 변신해 10권의 작품에서 활약한다. 각 권에서 가가가 형사로서 성장하는 모습은 곧 그를 탄생시킨 추리소설가 히가시노의 변화, 발전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로서 기능한다. 탄탄한 트릭의 재미를 선사하는 『졸업』에서 시작하여, 히가시노표 로맨틱 미스터리의 첫 주자인 『잠자는 숲』, 마지막까지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는 전무후무한 구성의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1996) 등 초기 작품군에서는 가가의 놀라운 추리력 속에서 작가의 거침없는 발상과 솜씨를 맛볼 수 있다. 또한 90여 권에 이르는 히가시노 전 작품을 통틀어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악의』(1996)에서 ‘인간의 심리를 가장 완벽하게 꿰뚫는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추리소설을 쓰는 독보적인 작가로서의 면모를 확고히 보여주었으며, 나오키상 수상 이후의 첫 작품인 『붉은 손가락』(2006)에서 사회파 미스터리의 대가로 불리는 히가시노 문학이 정점에 이르렀음을 실감할 수 있다.

 

이번에 현대문학에서 새롭게 선보인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은 ‘가가 형사’의 대학 시절부터 네리마 경찰서 소속 형사 시기까지를 다룬 7권의 작품을 아우른다. 개정판에서 옮긴이 양윤옥은 10여 년 전 자신의 번역을 대대적으로 수정, 보완했는데,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바뀐 한글어문규정을 적용하고 기존 판본의 크고 작은 오류를 바로잡은 것은 물론, 권별로 문장 전체를 3,000군데 이상 다듬어 읽는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각 권에 대한 기발한 해석이 빛나는 그림작가 최환욱의 표지화로 시리즈로서의 통일성을 더하여 소장 가치를 높였다.

 

그의 미스터리에는 평범한 삶 속의 뒤틀림을 아프게 바라보는 공감이 있고, 명랑하지만 섣부르지 않은 희망이 있다. 잔혹함에의 호기심이나 배배 꼬인 내성적 기척은 과감히 생략하는 선 굵은 전개, 추리에의 진지한 실험, 현실을 단단히 짚고 선 치밀한 상상력이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일 것이다. 내가 했던 번역 문장을 한 줄 한 줄 수정하면서 말은 시간과 함께 거듭 태어난다는 것을 실감했다. 가가 형사 이야기는 이번 개정판으로 신기하게도 바로 오늘을 사는 소설로 부활했다. 한달음에 세월을 건너뛰는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였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 독자에게 성큼 옮겨온 책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옮긴이 양윤옥,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에 부쳐

 

도서 소개 ●

대학졸업반 친구들 사이에 발생한 의문의 죽음

자살인가 타살인가? 범인은 우리 안에 있다!

청년 히가시노 게이고의 풋풋한 청춘 미스터리

 

『졸업』은 히가시고 게이고의 두 번째 소설이자, <가가 형사 시리즈> 첫 작품이다. 명실상부한 일본 미스터리계의 제일인자인 히가시노는 갓 데뷔한 20대에 발표했던 이 작품에서도 녹록지 않은 필력을 과시한다. 『졸업』에서 첫 등장한 가가 교이치로는 대학생 신분으로 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난 의문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쳐간다. 인간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냉철하게 사건을 해결해가는 『졸업』 속 가가의 모습은 더욱 멋진 캐릭터로 두드러질 가가 형사의 원형이라는 데서 그 출현의 의미가 크다. 히가시노의 분신이 되어 사건의 중심에서 종횡무진으로 대활약을 해나갈 가가 형사, 그 첫 등장을 주목해보자.

 

인간의 내면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긴 드라마

『졸업』은 대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청춘 미스터리이자 학원 미스터리이다.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분주한 7명의 친구들에게 친구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가가의 활약으로 사건은 해결되지만, 이들이 결국 마주하게 되는 것은 아주 사소한 진실이다.

벌써 이 작품에서부터 드라마에 강한 작가의 장기는 유감없이 발휘된다. 취업과 연애 등 젊은이들이 공감할 만한 고민거리에 덧붙여 존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인간을 안다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연인이나 절친한 친구 사이라고 해도 서로를 안다는 것은 피상적인 것뿐일지도 모른다. 친구가 죽은 이유를 알지 못해 고민하고 우왕좌왕하는 친구들의 모습에서 독자들은 참된 인간관계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풋풋한 청춘 미스터리

히가시노 게이고는 ‘졸업’이라는 사건을 통해 인생의 비극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누구든 알을 깨는 아픔을 겪어야 새로운 세계로 나갈 수 있는 법이다. 소설 속에서 남은 친구들은 과거와 이별하고 미래를 향해 힘찬 첫발을 내디딘다. 묵묵히 앞을 향해 걸어 나가는 젊은이들이라는 그 자체로 가슴 뭉클하다.

소설 속에서 주요 테마로 등장하는 검도 대회와 진한 녹차 향기를 풍기는 다도 모임은 추리의 깊이와 무게감을 더해주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 더불어 조심스럽게 진행되는 가가의 첫사랑도 무거운 사건 사이에 양념처럼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한 『졸업』은 탐정이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범인이 마지막에 밝혀지는 정통 미스터리로, 단서를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추리 게임을 풀어가는 가가의 모습은 사건의 정곡을 파헤치는 노련함으로 고전적인 명탐정의 오라를 엿보게 한다. 더욱이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하드보일드풍 탐정과는 차별화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누가 죽였느냐 하는 요소와 함께 왜 죽였느냐에 무게중심을 두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스타일에 주목하면 책 읽는 재미는 더욱 배가될 것이다.

 

『졸업』에서 가가는 대학생 신분으로 활약을 펼친다. 그 이후 30년이 넘도록 히가시노 게이고와 함께 걸어온 주인공이고, 아마 앞으로도 이 작가와 함께 나이를 먹어갈 것 같다. 날카로운 관찰력과 흔들림 없는 냉철함, 인간에 대한 따스한 믿음을 버리지 않는 가가 형사의 원점이라는 점에서 『졸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서 의미가 큰 작품이다.

「옮긴이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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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Author: Juan Lee (Seung 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