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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세계문학 단편선 35) Historias fantásticas (1972)

  • 저자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지음
  • 총서 세계문학 단편선
  • 부제 눈의 위증 외 13편
  • 역자 송병선
  • ISBN 978-89-7275-141-0
  • 출간일 2019년 11월 27일
  • 사양 492쪽 | 145*207
  • 정가 15,000원

★ 2020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

라틴아메리카 환상문학의 심장,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1914~1999)

비오이 카사레스는 나의 진정한 그리고 비밀스러운 스승이었다. _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비오이 카사레스는 오직 확신에 찬 문학가만이 전해 주는 매력과 사악한 재치와 복받치는 슬픔을 지니고 있다. _ 존 업다이크

나는 그날 저녁의 모습 ― 어둡고 매끈매끈한 거울 깊숙이 있던 파울리나 ― 을 선택했고, 그 모습을 떠올리려고 애썼다. 그녀의 모습을 보게 되자, 나는 순간적으로 깨달았다. 내가 파울리나를 잊어버렸기 때문에 의심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녀의 모습을 응시하는 데 전력을 쏟고자 했다. 그러나 환상과 상상은 변덕스러운 능력을 지니고 있다. 나는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옷의 주름, 그리고 그녀를 에워싼 희미한 어둠을 떠올렸지만, 정작 사랑하는 여인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파울리나를 기리며」, 23쪽

 

그때 어둠 속에서 거대한 몸집의 사람 모습이 나타났다. 모리스는 모자챙을 아래로 쓱 잡아당기고, 현관에서 가장 불빛이 약한 곳까지 뒷걸음질 쳤다. 곧 그는 졸음에 취한 채 분개한 그 남자를 알아보았고, 꿈을 꾸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모리스는 생각했다. ‘그래, 절름발이 그리말디, 카를로스 그리말디야.’ 이제 그는 그 이름을 기억했다. 이제는 믿을 수 없게도 15년 전에, 아니 더 이전에 그의 아버지가 그 집을 샀을 때 그곳에 살았던 세입자 앞에 있었다.

-「하늘의 음모」, 53쪽

 

내 눈은 멀리 숲속으로 지붕이 있는 조그만 축사 문을, 그리고 그 너머 나무 사이로 어둡게 사라지던 좁은 길을 보았다. 갑자기 하얀 점이 나타났다. 그때 나는 그것이 마차를 끄는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내 동료를 쳐다보았다. 그는 쌍안경을 내게 빌려줄 마음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서 쌍안경을 빼앗고서 초점을 맞추고는 노란 마차를 끄는 흰말을 선명하게 보았다. 거기에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 한 사람이 굳은 자세로 앉아 있었다. 남자는 마차에서 내렸다. 나는 아주 작은 점으로 나타난 그가 축사 문을 향해 부지런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자 그 하나의 움직임 속에서 과거와 미래의 반복된 행위가 서로 겹쳐졌으며, 쌍안경으로 확대된 이미지가 영원 속에 존재하는 것 같다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눈의 위증」, 94쪽

 

“(……) 넌 둘이 얼마나 비슷했는지 몰라. 무척 알랑거리고 아양 떨면서 거짓으로 가득한 고양이는 항상 속이고 농락했지만, 내가 그런 것을 알게 될 때면, 나를 현혹했어. 아주 우아하고 예민했으며, 더러움은 참지 못했어. 밥을 먹은 후에 고양이 아가씨는 모든 훌륭한 부인들이 입을 닦듯이 수염을 닦았어. 어느 날 애정의 증거를 보여 주며 나를 맞이했고, 그러자 나는 매우 기뻐했어. 나는 그것을 라비니아가 집 안에 들어와도 좋다고 허락하는 증명서를 내미는 것과 같다고 이해했거든. 언젠가 한번은 내 파란색 양복을 염색집으로 보내게 되었는데, 그때 나는 암고양이가 나를 친절하게 대하면서 속였고, 그렇게 내 바지를 냅킨처럼 사용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늘 쪽」, 260~261쪽

 

“사자가 동물원에서 도망쳤어요.”

그들은 모두 술집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어느 조그만 튜더 양식의 성에서 떨어져 나온 거실 같았다. 그곳에 있던 라디오에서 이런 설명이 흘러나왔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어느 자동차 운전자는 사자가 대로를 마구 건너서 숲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경찰 대변인에 따르면, 지금쯤 사자가 아틀레티코 클럽 언덕에 이르렀으리라고 예상됩니다.”

“우리 나라 만세!” 오를란도가 중얼거렸다.

-「팔레르모 숲속의 사자」, 290쪽

 

“더 이상한 일도 일어날 수 있소.” 린치가 말했다. “존 윌리엄 던의 이론을 아나요? 나는 그 이야기를 하면서 인생을 보낸다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동시에 공존하는데……”

“난 관심 없어요.” 캄폴롱고가 말했다.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있을 수 있소.” 린치가 말했다. “시간은 때때로 서로 연결되기 때문이오. 특별한 사람들, 그러니까 진짜 예언자들은 과거와 미래를 봐요. 당신에게 알려 주고 싶은 게 있는데, 미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예언은 수용될 수 없다오. 없는 것을 어떻게 볼 수 있겠소?”

캄폴롱고가 질문했다.

“당신은 알바레스 씨를 예언자라고 여기나요?”

“절대 그렇지 않소.” 린치가 단언했다. “가장 일반적인 사람들, 심지어 가장 세속적인 사람들도 조건이 되면 다른 시간에서 서로 연결된다오. 무슨 말인지 알겠소? 오늘 아침 알바레스 씨는 해적 돕슨이 배에서 내리는 것을 예감했을 수도 있어요.”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여주인이 의견을 피력했다. “돕슨이 살아 있다면 오늘날 150살 이상 되었을 거예요. 아무도 그 나이만큼 살 수는 없어요.”

-「위대한 세라핌」, 381~382쪽

 

비오이의 등장인물들은 이러한 두 개의 현실, 즉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 빛과 어둠 사이에서 움직인다. 방심하거나 조그만 실수로, 혹은 강박적인 탐색의 결과로, 대부분 여행을 하는 동안 ‘동요하지 않는 현실의 틈’이 발견되고, ‘다른 땅’과 연결된 비밀 통로가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그 다른 세상에서는 무진장한 미스터리가 발견된다. 핵심은 그런 세계를 들여다보고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며, 현실이란 확실하고 분명한 것이 아니라 틈이 존재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옮긴이의 말」, 476~4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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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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