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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평의회/기사와 죽음 Il Consiglio d’Egitto/Il cavaliere e la morte

  • 저자 레오나르도 샤샤 지음
  • 부제 레오나르도 샤샤 소설들
  • 역자 주효숙
  • ISBN 978-89-7275-794-8
  • 출간일 2016년 08월 29일
  • 사양 380쪽 | 126*194
  • 정가 14,000원

20세기 이탈리아의 양심
‘인간 존엄’과 ‘정의’를 위해 투쟁했던 작가
레오나르도 샤샤 국내 초역

작금의 이탈리아 소설가 중 최고는 아마도 레오나르도 샤샤일 것이다. 악에 대한 백열한 증오, 자유와 이성을 향한 애정은 고요하고 여백으로 가득한 그의 작품 내내 빛을 발한다.
루이지 바르치니(이탈리아 언론인·작가·정치인)

 

위대한 양심, 이탈리아 시민의 목소리.
조르조 나폴리타노(이탈리아 제11대 대통령)

 

샤샤는 기만적이고 쉽게만 가려는 조류潮流 속에서 우직하게 자신의 서사, 냉소적인 위트, 은유적인 저류底流를 고수한 최고의 이야기꾼이다.
 《타임스》

 

샤샤의 작품은 웅변적이고 깊이 생각하게 만들며 매섭지만, 섬세한 역설이 있다. 흡사 신탁처럼.
《네이션》

 

레오나르도 샤샤는 이탈리아의 최상위 작가군에 속하고 시칠리아 작가로는 단연 최고다. 그의 책들은 명쾌한 동시에 비밀스러우며, 복잡다단한 공공의 주제를 명료하고도 우아하게 다룬다. 또한 스릴러의 보폭으로 움직이면서 시의 울림을 가지고 있다.
《스펙테이터》

 

샤샤의 산문이 아름다운 까닭은 그와 그의 주인공들 모두가 직면하는 무언의 공모와 자기기만에 그것이 해독제가 되기를 작가 자신이 바라고 있기 때문이리라. 아울러 범죄에 대해 쓸 때, 그는 마찬가지로 진실과 고독, 어딘가에 소속된다는 것에 대해 쓰고 있다.
《옵서버》

 


 

[…] “온통 사기요. 역사는 존재하지 않소. 어쩌면 가을이 깊어질수록 나무에서 떨어져 버리는 나뭇잎 세대나 존재하려나? 나무가 존재하고, 새잎이 존재할 뿐이오. 그다음에 그 나뭇잎도 떨어져 버리고,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나무도 사라져 버릴 거요, 불에 타서, 재로 말이오. 나뭇잎의 역사, 나무의 역사라고요. 헛소리! 만약에 나뭇잎 한 장 한 장이 자신의 역사를 쓴다면, 나무가 자신의 역사를 쓴다면 그렇다면 역사라고 말할 테지요…… 당신 조부께서는 자신의 역사를 쓰셨소? 그리고 당신 부친은? 그럼 내 아버지는? 또 내 할아버지와 증조할아버지는……? 그들은 더도 덜도 말고 나뭇잎처럼 땅속으로 떨어져 부패해 버렸소, 역사를 남기지 않고…… 그리고 우리도 그렇게 가 버릴 거요…… 나뭇잎이 떨어져 나간 뒤 남게 될 나무는, 만약에 남는다면, 가지마다 톱으로 잘려 나갈 수 있소. 가지인 왕, 총독, 교황, 대장, 한마디로 높은 사람들은…… 약간의 불을, 약간의 연기를 피웁시다, 민족, 국가, 살아 있는 인류를 속이기 위해…… 역사? 그럼 내 아버지는? 그리고 당신 아버지는? 그분들의 텅 빈 창자가 꼬르륵거리는 소리는? 그분들의 굶주림의 소리는? 역사에서 들릴 거라고 믿으시오? 그런 소리까지 듣는 귀를 가진 역사가가 있을까요?” […]
_「이집트 평의회」 제1부 8, 89~90쪽

 

[…] 강력한 거짓에 직면한 정직한 사람의 고통스러운 무능력과 반감을, 혼란스러운 죄가 드러나는 대신에 절망적인 무죄가 물러서는 것을 들었다. ‘거짓은 진실보다 훨씬 더 강하다. 삶보다도 더 강하다. 거짓은 존재의 뿌리에 박혀 있다. 거짓은 생명 너머에 있는 태초의 원시림에 숨어 있다.’ 어둡고 꺼칠꺼칠한 나무가 길게 늘어선 산마르티노의 길은 더욱 어두운 거짓의 잎을 뻗치고 있었다. ‘뿌리, 잎!’ 그는 종종 혐오스럽게 이미지를 떠올리며 깜짝 놀란다. ‘아이는 숨 쉬듯 거짓말한다. 그런데 우리는 아이들을 믿는다. 그리고 결국, 예수회 신부들이 말하는 야생을 믿는다. 우리는 진실은 역사보다 우선한다고, 역사는 거짓이라고 믿는다. 반면에 거짓으로부터 사람을 사면시키는 역사는 개개인을, 사람들을 진실로 이끈다……’ […]
_「이집트 평의회」 제3부 7, 171~172쪽

 

“사실,” 디블라시 변호사가 말했다. “모든 사회가 사기 유형을 만들어 내죠, 말하자면 사회에 맞추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 자체가 사기죠, 법적 사기, 문학적 사기, 인간적…… 그래요 인간적이죠. 심지어 존재에 대한 거라고 말씀드리겠어요…… 우리 사회는 물론, 당연히 정반대되는 사기를 만들어 내진 않았지요……”
_「이집트 평의회」 제3부 9, 180쪽

 

그는 열이 났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갈증이 났다. 이따금씩 물통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꼼짝할 수 없었다. 판사가 그를 다시 부를 때까지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갈증이 거세질수록 그는 땅에 발을 대려고 안간힘을 썼다. 다른 사람들이 없을 때 그는 살아났다. 다른 사람들. 교도관들, 판사들, 사형집행인이 없을 때 말이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 역시 어느덧 다른 사람들 세상에 속했다. 그가 걷던 그 다른 세상에서는 고통 없이 발이 땅을 디뎠었다. 고문은 그를 절대적으로 고독하게 만들어 버렸다. 다른 사람들은 어느덧 이런 면에서도 그와 달랐다, 그들은 걸을 수 있었다. 그에 대한 처벌 때문에 가슴 찢어지는 슬픔에 빠진 그의 어머니조차 그를 고문하는 저 사람들과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침대에서 의자로,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그렇게 떠오른 어머니가 조용하고 어두운 집으로 사라졌다, 고독한 모습. ‘시칠리아 사람들은 스페인의 성당 안에 있는 피에타 성모는 괴로워하는 모습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스페인 사람들은 고독한 모습이라고 말한다. 스페인 사람들에게 고통과 슬픔은 고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의 어머니의 고독은 나의 고독이 아니다. 신체적 고통, 신체의 절단이나 손상은 절대적인 특성을 지닌 고독을 부여한다. 더욱 깊은 영혼의 고통으로 우리와 다른 사람들 사이에 이어지던 가느다란 선이 끊어지고 만다…… 너는 영혼에 대해 말했다…… 고문이 너에게 너의 몸이 전부라는 것을 증명해 주었는데도 정말로 여전히 영혼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가? 너의 몸은 버티었다. 그러나 네 영혼은 아니다. 너의 정신은 몸이다. 그리고 너의 몸은, 너의 정신은, 잠시 후에…… 너와 이 땅이 함께하며 연기와 가루, 그림자로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 또 다른 시, 이 시는 네가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던 시다. 그런데 지금은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너는 더 이상 포도주를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취한 술주정뱅이 같다. 이전에 그렇게 애착을 가져 본 적이 없었던 것처럼, 이전에 그랬던 적이 없었던 것처럼 지금의 너는 삶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이제 너는 물, 눈, 레몬, 온갖 과일, 온갖 나뭇잎이 뭔지 안다. 마치 네가 그 안에 있는 것처럼, 마치 네가 그것들의 본질인 듯 말이다.’ […]
_「이집트 평의회」 제3부 14, 225~226쪽

 

[…] ‘상상하는 것만이 아름답다. 그리고 상상은 기억이기도 하다…… 몰타는 가난하고 씁쓸한 땅에 불과하다, 산파올로가 도착했을 때처럼 사람들은 야만적이다. 그저 바다에서 이슬람 세상의 우화와 그리스도교 세상의 우화를 상상으로 마주할 수 있을 뿐이다. 마치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역사라고 말할 테지만, 나는 우화라고 말한다.’
_「이집트 평의회」 제3부 15, 236~237쪽

 

“그런데 그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핵심은 89년의 아들들이 지금 생겨나고 있는 중이라는 거죠. 허언증 때문에, 지루함 때문에 아니면 적어도 음모를 꾸미고 범죄를 저지르려는 작자들 때문에요. 라디오, 텔레비전 및 신문에서 이 소식을 떠들어 대기 1분 전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산도츠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도록 시킨 사람의 계산으로 만들어졌어요.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결과를 정확하게 계산하면서 말이죠. 아니 어쩌면 어느 멍청이가 사실이 아닌 89년의 아들들이 사실이라고 주장하면서 맞장구칠 최대 효과도 계산했겠네요.”
_「기사와 죽음」 307쪽

 

“그 왜는 오래된 예감과 덜 오래된 경고 때문일 걸세. 우리는 그걸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알고는 있지…… 우리가 어렸을 적에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필수 불가결한 범죄와 관련된 권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지금보다 더 많이 들었지. 그 권력은 역설적으로 건전하고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지. 오늘날에 권력자들의 범죄는 항상 정신분열증과 비교해서 이해하게 되지. 특히 과시적이고 심미적으로 장식된 그들의 범죄는 자신의 것 이외에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는 데서 분명하게 드러나지…… 그러니 굳이 건강보다 정신분열증을 선호한다고 말할 필요도 없을 테지. 어떤가, 자네도 동의할 거라고 여겨지는데. 정신분열증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네, 그렇지 않으면 어떤 사건은 설명 불가능하거든. 가끔씩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만연한 어리석음, 그 어리석음 자체를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지…… 눈에 보이고 이름 붙일 수 있고 열거할 수 있는 권력이 있고, 열거할 수 없고 이름도 없고 물밑에서 움직이는 또 다른 권력이 있지. 눈에 보이는 권력은 물밑의 권력과 겨룬다네. 숨어 있다가 난폭하고 잔혹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에 싸우는 거지. 그런데 사실은 그럴 필요가 있다네…… 자네가 나의 이런 사소한 철학을 용서해 주었으면 싶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권력은 이게 다야.”
“그래서 첫머리의 기사로 나열되는 비밀스럽게 구성된 조직의 존재를 의심할 수 있다는 거로군. 권력의 안전은 시민들의 불안에 근거하니까.”
_「기사와 죽음」 334~335쪽

 

“말씀 잘하셨네요, 사슬고리. 그런데 그 사슬고리는 서장님 말씀과 정반대로 멍청하고 고통스러운 사슬이죠…… 참으세요, 잠깐 제 말씀 좀 들어 보세요…… 이 젊은이는 오늘 아니 어쩌면 내일도, 일주일 동안 아니면 적어도 1년 동안 계속 부인할 겁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파괴적인 89년의 아들들 혁명 집단의 일원임을 인정하겠죠. 후회한다고, 아주 후회스럽다고 고백이라도 하면서 서너 명 정도 동료나 공범의 이름을 대겠지요…… 자신의 지인들 중에 더 호감이 가는 사람을, 아니면 더 싫어하는 사람을 고를지 모를 일이죠. 연구할 만한 심리학적 메커니즘이지요…… 아무튼 그렇게 되면 우리는 또 다른 사슬고리 몇 개를 더 확보하게 되겠죠…… 이 시점에서 어떻게 될지 추측하는 게 너무 쉽잖아요. 우리 요원들이 이 젊은이 주변의 선생, 수위, 커피 전문점 직원, 클럽 관리인, 빵집 주인에 대해 물어 댈 테죠. 기껏 몸서리쳐지는 새로운 소식이라야, 빵집 주인이랑 도서관 사서가 같이 구린내가 나는 것 같다는 정도겠지요. 신문하면서 그들 중에 이 젊은이가 습관적으로 함께 어울리던 이가 더 있는지 알 수 있겠지요…… 행여 그가 말하지 않기로, 이름을 대지 않기로 고집을 부리는 개탄스러운 상황일 때는 수사를 통해 밝혀낸 목록에서 우리가 누군가를 추려 내겠지요, 그건 일도 아니잖아요……”
_「기사와 죽음」 349~350쪽

 

[…] 아니 어쩌면 세상에서 모든 일이 인플레이션 현상 비슷하게 벌어지고 있다. 삶의 통화가치는 매일 떨어졌다. 온전한 삶은 더 이상 그 어떤 구매력도 없는 일종의 공허한 행복감이라는 통화가치를 지녔다. 생각 및 감정의 대비는 쓸모없었다. 참된 것은 이미 도달할 수 없는, 심지어 알 수 없는 미지의 가격을 지녔다.
_「기사와 죽음」 3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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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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