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던 여자가 버리고 간 아파트에는 먼지와 쟈크가 건조하게 적체되어 있고, 그 외로운 공간 속으로 아름다운 파출부 로라가 걸어 들어오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고용과 피고용의 관계 설정, 그리고 둘 사이에 미묘하게 싹트기 시작하는 감정.
저자 : 크리스티앙 오스테르 (Christian Oster) 1949년 태어났다. 미누이 출판사에서 동화책 일곱 권을 펴냈는데, 그 중 <커다란 내 아파트>는 메디시스 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아기 돼지들의 왕국>, <사람을 찾는 왕자>, <금지된 살라드> 등 여러 책이 있다. 역자 : 임왕준 파리 4대학에서 앙드레 말로에 대한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파리 8대학 철학과 박사과정에서 엠마뉴엘 레비나스를 전공했다. 옮긴 책으로 <하느님, 왜?>(피에르 신부 지음), <이별의 기술>(프랑코 라 세클라 지음), <그리스로마 철학자들의 삶과 죽음의 명장면>(로제 폴 드루아 지음), <사랑>(산도르 마라이 지음), <지식인은 왜 자유주의를 싫어하는가?>(레이몽 부동 지음) 등이 있다.
현재 프랑스 문단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작가 크리스티앙 오스테르의 최신작 『로라, 내 아름다운 파출부』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사랑했던 여자가 버리고 간 아파트에는 먼지와 쟈크가 건조하게 적체되어 있고, 그 외로운 공간 속으로 아름다운 파출부 로라가 걸어 들어오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고용과 피고용의 관계 설정, 그리고 둘 사이에 미묘하게 싹트기 시작하는 감정. 그것은 철저하게 자기 내면세계에 고립되어 스스로에게조차 냉담한 자크의 의존적인 사랑으로 치닫는다. 이 소설은 언뜻 보면 현대인들이 조금씩은 가담하고 있는 이율배반적인 사랑에 관한 날카로운 스케치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는 그 정도에서 마무리 짓기를 거부한다. 소설 전체를 이루고 있는 중요한 이미지는 먼지이다. 아무리 털어내고 닦아내도 어디선가 내려와 쌓이는 먼지, '나를 이루고 있던 것은 한줌의 먼지였다'는 어느 시인의 유언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먼지는 쉽게 죽음을 유추시킨다. 먼지(소멸)와 로라(삶) 사이를 위태하게 오가는 쟈크는 근원적인 절망과 대치하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딱 한 번만, 함께 자고 싶어요'라는 로라의 제안을 받아들여 동거에 들어간 어느 날, 옛 애인 꽁스땅스가 돌아와 재결합을 애원하지만, 쟈크는 '사랑 없는 사랑'에 치유되지 않을 상처를 입은 후였다. 그는 옛 애인으로부터 무작정 도망친다. 로라는 무조건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요청한다. 여행지는 수첩을 펼쳐 제일 먼저 눈에 띈 랄프의 집. 여행중 쟈크는 로라의 머리를 짧게 자르게 한다. 한결 달라진, 본래의 나이를 되찾은 듯한 로라와 동행하며 쟈크는 서로의 삶의 먼지까지 씻어내줄 관계의 실마리를 발견하다. 그러나 그것은 그만의 생각이었을 뿐, 끝내 딸처럼 젊은 로라는 그를 떠나버린다. 그리고 그는 거대한 먼지 더미 같은 해변가에서 절망적인 실존과 대면하게 된다. 마치 『이방인』의 뫼르소처럼. 다른 점이 있다면 뫼르소와는 달리 쟈크는 그 절망적인 상황을 지극히도 냉담하게 바라본다는 점이다. 결국 로라뿐 아니라 어느 누구도 삶의 먼지를 털어낼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그는 그처럼 철저하게 제3자의 입장을 취함으로써 사라지고 말 먼지 같은 인간의 숙명과 맞서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비평가 마리 고뱅이 '뱀의 글쓰기'라고 표현했듯이 파편처럼 흩어진 단문의 연속이다. 그...현재 프랑스 문단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작가 크리스티앙 오스테르의 최신작 『로라, 내 아름다운 파출부』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사랑했던 여자가 버리고 간 아파트에는 먼지와 쟈크가 건조하게 적체되어 있고, 그 외로운 공간 속으로 아름다운 파출부 로라가 걸어 들어오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고용과 피고용의 관계 설정, 그리고 둘 사이에 미묘하게 싹트기 시작하는 감정. 그것은 철저하게 자기 내면세계에 고립되어 스스로에게조차 냉담한 자크의 의존적인 사랑으로 치닫는다. 이 소설은 언뜻 보면 현대인들이 조금씩은 가담하고 있는 이율배반적인 사랑에 관한 날카로운 스케치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는 그 정도에서 마무리 짓기를 거부한다. 소설 전체를 이루고 있는 중요한 이미지는 먼지이다. 아무리 털어내고 닦아내도 어디선가 내려와 쌓이는 먼지, '나를 이루고 있던 것은 한줌의 먼지였다'는 어느 시인의 유언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먼지는 쉽게 죽음을 유추시킨다. 먼지(소멸)와 로라(삶) 사이를 위태하게 오가는 쟈크는 근원적인 절망과 대치하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딱 한 번만, 함께 자고 싶어요'라는 로라의 제안을 받아들여 동거에 들어간 어느 날, 옛 애인 꽁스땅스가 돌아와 재결합을 애원하지만, 쟈크는 '사랑 없는 사랑'에 치유되지 않을 상처를 입은 후였다. 그는 옛 애인으로부터 무작정 도망친다. 로라는 무조건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요청한다. 여행지는 수첩을 펼쳐 제일 먼저 눈에 띈 랄프의 집. 여행중 쟈크는 로라의 머리를 짧게 자르게 한다. 한결 달라진, 본래의 나이를 되찾은 듯한 로라와 동행하며 쟈크는 서로의 삶의 먼지까지 씻어내줄 관계의 실마리를 발견하다. 그러나 그것은 그만의 생각이었을 뿐, 끝내 딸처럼 젊은 로라는 그를 떠나버린다. 그리고 그는 거대한 먼지 더미 같은 해변가에서 절망적인 실존과 대면하게 된다. 마치 『이방인』의 뫼르소처럼. 다른 점이 있다면 뫼르소와는 달리 쟈크는 그 절망적인 상황을 지극히도 냉담하게 바라본다는 점이다. 결국 로라뿐 아니라 어느 누구도 삶의 먼지를 털어낼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그는 그처럼 철저하게 제3자의 입장을 취함으로써 사라지고 말 먼지 같은 인간의 숙명과 맞서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비평가 마리 고뱅이 '뱀의 글쓰기'라고 표현했듯이 파편처럼 흩어진 단문의 연속이다. 그러한 서술들은 소설 속의 길고 복잡한 묘사들과 병치되어 독특한 문체를 획득하는 동시에 현대인의 심리를 대변하는 장치로 소설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마치 탈진한 자폐적인 주인공이 거대한 세상의 질서 앞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듯한 형상을 훌륭하게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