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목

페이스북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블로그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링크 복사하기

56 회

유실수 접목 붙이기 강의를 들으러 농업기술지원센터에 갔다. 컴퓨터 기초반을 다닐 때처럼 참가자들이 많았다. 인터넷으로 수강 신청자를 미리 받은 상태였다. 정원이 꽉 차 혹, 미참석자가 있으면 강의를 들을 수 있을까 하고 강의실을 기웃거렸다. 다행히 자리가 하나 나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참가자들을 둘러보니 농민들도 많았지만 외지에서 이사 와 전원생활을 하는 듯한 분위기의 사람들도 많았다.

강의실 열기는 대단했다. 엄청난 집중과 질의문답이 오갔다. 청 강사도 열화와 같은 성원에 신이 나 강의실이 쩌렁쩌렁 울리는 열강을 토해냈다.

접목接木은 번식시키려는 어미나무의 가지나 눈을 떼어내어 다른 나무에 붙여 키우는 방법인데, 이때 접을 하는 가지를 접수接穗, 눈을 접아接芽라 하고, 뿌리가 되거나 접수의 밑부분이 되는 나무를 대목臺木이라 한다.’

강사는 접목이란 무엇인가부터 시작해, 접목의 효과, 접목의 시기, 접목의 종류에 대해 준비해온 시청각 자료를 보여주며 차근차근 설명해나갔다.

은행 안 열리는 은행나무 수놈에다가, 암놈을 접붙여도 됩니까?”

물론, 됩니다. 다른 과실나무나 꽃나무도, 열매 잘 달리고 꽃 잘 피는 나무로 접붙여도 됩니다.”

일 교시 이론수업이 끝나고도 질문은 쉬는 시간까지 이어졌다.

 

이 교시는 접붙이기 실습이었다. 강사는 실제 접붙인 묘목을 전국적으로 판매도 하는 경험 많은 사람이었다. 강사는 대목에 접수를 붙여놓은 견본품 여러 개를 보여주었다. 그런 다음 실제 접붙여보는 실습으로 들어갔다. 강사는 접도로 접수 깎는 법과 대목 쪼개는 법을 시범 보였다. 수강생들에게도 나무를 나눠 주고 접도를 이용해 단번에(그래야 활착이 잘 된다) 접수 깎는 법을 연습하게 했다. 접도는 큰 조각칼처럼 생겼는데, 날이 잘 들었다.

접수 깎는 법이 익숙해졌을 때쯤 접사(접붙이는 기술자) 아줌마 다섯 명이 들어왔다. 접사 아줌마들의 하루 일당은 얼마이고 하루에 몇 그루 접을 붙일 수 있다는 소개를 했다. 강의실 한복판에 미리 준비되어 있던, 대목 여러 개가 고정된 커다란 나무틀 앞에 접사들이 띄엄띄엄 앉아 대목 깎기와 접붙인 후 물기가 안 들어가게 비닐 끈으로 붙잡아 매는 법을 시범으로 보여주었다. 수강생을 한 명 한 명 앞으로 나오라고 해 접사들이 직접 개인 지도를 해주었다. 여러 번 실습해보는 사람이 있어 내 차 까지 오지 않아 구경만 했다.

이 나무에는 여러 나무 꽃이 핍니다. 한 가지에서는 복숭아꽃, 또 한 가지에서는 자두꽃, 다른 가지에서는 살구꽃이 핍니다.”

강사는 자신이 직접 접붙여 만들었다는 분재를 보여주며 설명을 했다. 그러면서 모든 핵과일(씨앗이 하나인 열매. 복숭아, 자두, 살구, 매실 등)끼리는 접붙이기가 가능하다고 부연 설명을 했다. 살구나무에는 매화를, 고욤나무에는 감나무를, 찔레에는 장미를…… 접붙일 수 있다고 접붙임이 가능한 수종들을 알려주었다.

유실수를 접붙여 먹거리를 효율적으로 생산한다는 것은 그래도 이해할 만했는데, 관상품인 분재에 여러 종류의 나무 접을 붙여 다양한 꽃을 본다는 것은 왠지 잔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나무 분재 두 그루를 가지고 있지만, 분재는 성장을 억제시키는 한 가지만 봐도 잔인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거기다가 다른 나무 여러 개를 접붙인다니. 과연 그 꽃들이 아름다울까. 오히려 괴기스럽지 않을까.

삼 교시. 묘목 농원으로 실습을 가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무거운 마음 위로 전에 고욤나무에 감나무를 접붙여 놓았었는데, 제 제가 묻어 감나무가 죽자, 다시 고욤나무가 자라던 것을 본 일이 떠올랐다.

묘목 농원에 도착하자 수강생들은 서로 먼저 접을 붙여보려고 밭으로 뛰어들어갔다.

 

형님, 아니 고욤나무가 그대로 있네요?”

이 사람아, 저 나무도 그대로잖아.”

나는 어제 동네 형과 이웃 동네에 갔었다. 동네 형이 친척집에 들러 볼일을 보는 동안 집 주위 나무를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이 년 생은 직한 감나무를 보다가, 감나무 밑둥치가 아직 고욤나무라는 사실을 보고 놀랐다. 오톨도톨한 고욤나무 껍질과 감나무 껍질의 경계가 한없이 슬펐다.

 

이메일 무단 수집 거부

우리 현대문학 회원에게 무차별적으로 보내지는 타사의 메일을 차단하기 위해,
본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시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형사처벌됨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2008년 2월 19일]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