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詩 변질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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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다가 인터넷을 검색했다. 최승호 시인의 시 한 편을 인용해야 하는데 집에 시집이 없었다. 짧은 시라 평소 외우고 있었지만 혹 잘못 외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한 대로 인터넷 카페 여러 곳에 찾고자 하는 시가 떠 있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시들이 조금씩 변형되어 있었다. 시의 부제가 시구절이 되어 있는가 하면 시의 연이 무시되거나 잘못 나눠져 있기도 하고 조사가 틀린 곳도 있었다. 부제 포함 단 세 줄짜리 시라 토씨 하나만 틀려 도시의 맛이 치명적으로 변질될 수도 있는데, 참 난감했다.

몇 년 전 노트북을 잃어버렸었다. 성격이 꼼꼼하지 못해 원고를 미리 출력해놓지도 않아 써왔던 글 전부를 날린 셈이었다. 시집 원고를 넘기기로 한 날짜는 다가오고 여간 걱정이 되는 게 아니었다.

친구의 조언을 듣고 인터넷을 뒤졌다. 성과 이름이 특이해 검색창에 세 글자를 쓰고 치니 관련 글들이 떠올랐다. 이곳저곳에 발표는 하고 시집을 엮지 않은 시 140편을 찾을 수가 있었다. 인터넷에 시를 올린 누리꾼들이 고마웠다. 그런데 시를 정리하면서 이건 아니란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 이유인즉, 일단 시들이 너무 심하게 변형되어 있었다. 시의 일부분이 시 전문이 되어 있기도 하고 어떤 시는 시를 읽은 사람의 시에 대한 평이 합쳐져 한 편의 시로 둔갑되어 있기도 했다. 시를 옮기는 과정에서 한두 군데 난 오타야 이해할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딴 시인의 시가 내 시로 떠돌고 있기도 하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시의 변형 외에 또 다른 문제점도 있었다. 이렇게 시들이 많이 떠돌고 있는데 시집을 엮는다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더 노골적으로 말해보면 시집이 팔릴 리가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물론 시집을 팔아 돈을 벌겠다는 생각도 없고 팔아 돈을 벌 수도 없음을 잘 안다. 그렇지만 시집이 어느 정도는 팔려야 출판사에서 시집도 출간해주고 출판사들은 그 작은 보람으로 문학지를 만들어 발표 지면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시를 쓰는 사람의 마음이 너무 야박하다고만 탓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시를 쓰는 사람이야 자신의 시가 인터넷을 통해 널리 알려지는 것이 왜 기쁘지 않겠는가. 시를 옮기는 사람들의 마음이 시를 쓰는 사람들의 마음보다 아름답다는 것을 왜 모르겠는가. 시를 옮기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은 시를 지은 사람의 노고를 생각해, ‘토씨 하나를 찾아 우주를 떠도는 시인이여라는 요절 시인 진이정의 시구절처럼 나름대로 고뇌하는 시인들의 마음을 헤아려 시를 무단으로 옮기더라도 정확하게 옮겨주길 바란다.

창밖에서 새가 운다. 나 또한 저 새 울음소리를 얼마나 활자로 잘못 옮겨왔을까 깊이 반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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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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