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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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회

바닷가 사람들 집에는 대부분 망원경이 하나씩 있다.

나도 이사를 오자마자 망원경이 있으면 편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닷물이 얼마나 나가고 들어왔나 망원경으로 보면 좋을 것 같았다. 읍내 장날 만 원짜리 망원경을 구입했다. 성능이 좋지는 았지만 그런대로 쓸 만했다. 그냥 심심할 때 거리를 당겨 보는 일도 재미있었고 어느 정도 물이 나갔을 때 소라나 모시조개를 잡으러 출발하면 중간에 멈춰 서서 물이 더 나길 기다리지 아도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실용적이었다. 그런 일이야 망원경 없이 육안으로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바다는 물이 있을 때도 그렇지만 물이 나가 뻘밭이 펼쳐졌을 때도 원근감이 잘 서지 않는다. 수직으로 서 있는 것들이 보여야 기준점을 잡아 거리를 어림잡아볼 수가 있는데 온통 수평뿐이어서 육안으로 거리 감 잡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이곳 사람들은 망원경을 다양한 용도로 사용한다. 뱃사람들은 출항을 할까 말까를 결정할 때 망원경의 힘을 빌리기도 한다. 앞바다에 파도가 없다고 해서 먼바다에 파도가 늘 없는 것도 아니고, 앞바다에 파도가 있다 해도 먼바다에 물 울만 크지 않으면 바다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먼바다를 살펴야 하는 뱃사람들에게 망원경은 거의 수 장비다. 또 일이 있어 바다에 못 나갈 때 그물이 제대로 있나 살펴보거나 그물이 혹 다른 사람들의 손을 타지나 나 감시할 때 유용하게 쓰이기도 한다. 이외에도 큰 파도에 배를 잡고 있는 닻이 끌리지나 나 살펴볼 때, 물고기가 어디에 많이 모여 있나 탐지할 때, 밤에 뻘이 얼마나 드러났나를 살펴 그물 줄 적당한 시간을 결정할 때, 동네에서 연기가 나면 불이 난 건가 아닌가 살펴볼 때 등 망원경의 용도는 다양하다.

 

몇 년 전 동네 형님의 길잡이로 서울에 갔을 때였다. 동네 형님은 볼일을 보다 두 시간 정도 빈 시간이 나자 청계천 도깨비 시장에 가보자고 했다. 차량 정비에 요한 공구를 사고 나자 망원경을 구경하자고 했다. 나도 성능이 좀 좋은 망원경을 구할까 하던 차에 잘되었다 싶었다. 둘이 망원경을 하나씩 들고 성능을 알아보려고 조리개를 돌리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 도대체 먼 곳에 있는 게 있어야 성능을 테스트해보지. 이건 사방이 다 벽으로 가로막혀 있어 멀리 있는 것을 봐볼 수가 없으니.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네요.”

망원경을 내려놓으며 우리 둘의 입에서 거의 동시에 같은 말이 떨어지자 노점상 주인이 시골에서 오신 분들 맞죠?”라고 물으며 웃었다.

사고에 비약이 좀 심한 나는 그 상황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같다는 속단에 이르렀다. 미래를 내다보고 살아가고 싶지만 그렇게 살아갈 수가 없는 현실과 도회지 한복판에서 망원경 보기가 무엇이 다를까. 위정자들이 우리를 근시안으로 만들어놓고 있는 것은 아닐까. 미래가 불투명하다면, 저녁이 약속되지 않는다면 조삼모사의 원숭이를 누가 비웃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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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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