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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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회

개를 한 마리 기르는데 어찌 된 일인지 도통 짖지 않는다. 먹을 것을 달라고 뎩뎩거리기도 하고 쥐를 보고 !” 단발로 짖은 적이 있으니 분명 벙어리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개는 왜 짖지 는 걸까. 무슨 도를 닦았을 리 만무한 똥개 주제에 무섭거나 수상함의 경계를 넘었을 리도 없을 텐데 말이다. 개가 어려서부터 혼자 살아 짖는 학습을 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멍청해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걸까. 선천적으로 모든 것을 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질병 아닌 질병에 걸려 있기 때문일까. 하여간 우리 개는 꼭 짖어야 할 때를 용하게 알고 짖어주기를 바라는 내게 늘 실망을 준다.

밥값 좀 해라.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지 말고. 이렇게 멍 멍 멍 짖어봐. 너는 저 불빛이 수상하지도 않니? 한밤중에 바깥마당으로 나와 개 짖는 소리를 시범 보여주며 잔소리 해대는 나를 개는 신경 끄고 조용히 불꽃놀이나 같이 보자는 듯 다음 불꽃이 피어나길 기다리며 어두운 하늘에 눈빛을 모두고 있다.

피웅뿌지지직. 이웃 민박집에서 불꽃이 솟아올라 터진다. 순간 불꽃에 어둠이 찢어지자 침묵도 찢어지며 소리를 내고 멀리 떠 있는 별빛이 움찔 놀라 흐려진다. 이를 본 사람들 환호성이 땅 위에서 터져 오르고 불꽃에 오염된 어둠이 화약 냄새를 풍기며 비틀거린다.

아주 시끄러워 잠을 다 못 잤다니까. 여름철이라 더워서 창문을 닫고 잘 수도 없고 그냥 시도 때도 없이 노래 부르고 떠들고 총 쏘는 것처럼 팡팡 불꽃을 터뜨려대고 사람도 잠을 제대로 못 잤으니 겁 많은 소 같은 가축들이야 오죽했겠어.”

읍내에 나가며 차에 동승했던 이웃 마을 할머니 말이 떠올라서인지 곤한 잠을 깬 잠결이라선지 불꽃놀이가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불꽃놀이는 불꽃이 손을 떠나는 순간 쓰레기 투척 행위가 되는 것 아닐까. 쓰레기 투척 행위가 맞다면 위법이니까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이고 정 불꽃놀이를 하고 싶다면 허락된 장소에서 허락된 시간에 해야 할 것이다.

지난겨울이었다. 우리 동네 해수욕장 해송 한 그루가 불탔다. 잘못 날아간 폭죽이 터지며 언 솔잎에 불이 번져서였다. 소방차가 와 불을 끄긴 껐는데 바람이 불지 길 다행이었지 바람만 불었다면 순식간에 수 년 된 해송들이 다 잿더미로 변할 뻔한 끔찍한 상황이었다. 무분별한 불꽃놀이에 놀라서인지 옛 서정을 일깨워주던 부엉이 울음소리도 사람들처럼 주 오 일만 근무한 지 벌써 오래되었다.

사람들이 하는 일을 놓고 괜히 엄한 개한테 이 멍청한 놈아 좀 짖어봐! 어쩌고저쩌고 잔소리한 게 미안해 사료를 준다. 뭘 입으로 우물거리면서 불꽃놀이를 즐기라고 밤참을 다 갖다가 준다고, 말이 안 통해도 마음을 알아주는 것 보니 주인 머리가 나쁘진 않은 것 같다고 개가 좋아서 꼬리를 흔든다. 개 눈빛이 푸르게 빛난다. 순간 사람들 욕망을 닮은 수직으로 솟아오르는 불꽃이 아닌 수평으로 수평으로 출렁출렁 날아다니던 반딧불이 푸른 불꽃이 아스라이 피어난다. 화약 냄새가 아닌 풀 냄새가 사방에서 죄처럼 짙게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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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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