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추천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1 / 0

닫기
인터넷 서점 바로가기
예스24 인터파크 알라딘 교보문고
다운로드
표지 이미지 보도 자료

밤 기도 Plegarias nocturnas (2012)

  • 저자 산티아고 감보아 지음
  • 역자 송병선
  • ISBN 978-89-7275-999-7
  • 출간일 2019년 08월 16일
  • 사양 516쪽 | 140*207
  • 정가 15,000원

‘21세기의 마르케스’ 산티아고 감보아 국내 초역

“감보아는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콜롬비아 작가다”
_마누엘 바스케스 몬탈반(소설가)

■ 책 속으로

나는 처음 몇 년을 혼자 보냈습니다. 사랑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집의 나이 어린 유령이었던 것입니다. 나는 세상과 삶은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때때로 내가 주인공이 아니었던 사랑의 장면을 목격하긴 했지만 말입니다.

누군가가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내 눈높이에 맞추고 나를 안아주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 있었습니다. 내 세상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되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일곱 살 때였거나 조금 더 되었을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은 우리 부모님이 아니라 내 누나였습니다.

_제1부 2장, 23쪽에서

 

나는 그가 발을 질질 끌면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발목에는 족쇄가 채워져 있었다. 그가 말랐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구스타보가 정확하게 묘사했던 것처럼, 그는 엘 그레코의 어느 인물과 같았다.

그가 다가오자, 몹시 불안해하는 표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교도관이 팔을 풀어줄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 소개했고, 그는 나를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작가인가요?”

나는 다소 곤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어요.” 그가 말했다. “하지만 당신에게 말해주지요. 이것은 탐정소설류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혹시 놀라고 싶으신가요? 이것은 사랑의 소설이 될 것입니다. 나중에 그 이유에 관해 설명해주지요.”

_제1부 9장, 116쪽에서

 

너무나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어느 일요일에 아버지는 아침 일찍 나를 깨웠어요. 어서 옷 입고 나와 함께 가자, 마누엘, 네 어머니는 나와 함께 가려고 하지 않아. 나는 무슨 일인지도 모른 채 자리에서 일어났고, 내 일생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실종자들을 위한 시위에 가려는 것이었어요! 아버지는 <그들은 어디에?>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후아나의 컬러사진이 붙은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어요. 영사님, 내가 찍어준 사진이었는데, 가장 잘 나온 사진 중의 하나였습니다. 담배를 피우기 직전에 웃는 모습이었어요. 마치 누군가에게서 즐겁게 눈을 떼지 않는 것처럼 곁눈질로 쳐다보면서 와인 잔을 드는 모습이었어요. 아버지는 그 사진을 골라서 그 아래에 검은 글씨로 이렇게 썼습니다. <후아나 만리케, 24세, 2008년 11월에 실종>.

_제1부 14장, 192~193쪽에서

 

보고타에서 비는 항상 부적절한 순간이나 아주 슬픈 순간에 내립니다.

우리는 7번로를 따라 걸어서 돌아갔습니다. 그러면서 북쪽으로 가는 교통편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시위 때문에 거리가 봉쇄되었고, 우리는 물웅덩이와 비를 피해 이 처마 저 처마로 옮겨 다니면서 걸었습니다. 아버지는 젖는 것에 개의치 않았지만, 플래카드와 후아나의 사진만은 젖지 않게 보존하려고 있는 힘을 다했습니다. 아마도 그는 그녀를 지켜주려고 하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우리는 나란히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귀신과 같은 도시를 걸어갔습니다. 비가 내릴 때 보고타는 항상 그런 모습이지요.

_제1부 14장, 195쪽에서

 

때때로 나는 후아나의 목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그녀 역시 집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아이를 품에 안고서 세심한 눈으로 어둠 속에서 보살피면서 자장가를 부르고 있는 듯했다. 그 목소리는 희미한 중얼거림에 불과했다. 힌두스탄의 하늘을 가로질러 마누엘의 귀에 이르고자 하는 부드럽고 조그만 숨소리였다. 아마도 마누엘은 그 시간에 이미 그녀가 올 것을 알고 있기에,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청년은 방콕의 더럽고 축축한 감방에 있고, 그의 누나는 테헤란에서 사랑하지 않는 남자 옆에 누워 자는 척한다.

말, 말, 말.

밤 기도.

그들이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생각하는 이 기도. 그것은 마음속에서 울리는 가슴이 찢길 듯한 비명과 고통과 사랑의 외침이다. 그것은 두 개의 조용한 기도이다. 나는 그 이상한 폭풍우 속에, 그들이 만들었지만 한 번도 살아보지 못했던 행성과 가까운 곳에 있다. 이 두 연약한 인간은 함께 있으면서 잊히기를 염원하지만, 삶은 마치 벽처럼 그들 사이로 끼어든다.

_제2부 2장, 280쪽

연관 도서

로그인 후 이용해주세요.

이메일 무단 수집 거부

우리 현대문학 회원에게 무차별적으로 보내지는 타사의 메일을 차단하기 위해,
본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시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형사처벌됨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2008년 2월 19일]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