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단의 거장 김종길 시인의 신작 시집 『해거름 이삭줍기』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은 평소 과작寡作으로 유명한 시인이 『해가 많이 짧아졌다』(2004)를 출간한 이후 4년 만에 내는 것으로, 여든을 넘긴 연치가 무색할 만큼 열정적이면서도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깊이 있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52편의 작품이 수록된 이번 시집은 발표 시기 순서에 따라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나온 삶의 궤적을 노련하게 견지하는 노경의 일상과 상념을 주요 소재로 한다. 평생 같은 걸음걸이와 속도로 한국 시단을 묵묵히 지켜온 시인의 시선은 늘 새롭고 경이로운 발견에 닿아 있다. 지나치기 쉬운 주변의 사물과 현상에도 눈과 귀를 활짝 열어두어 자연의 이치와 섭리를 하루하루 새롭게 깨닫는다. 이러한 경이의 발견은 노경의 깊이 있는 삶의 철학과 융해되어 한층 원숙한 시 세계를 이루어낸다. 한편 세상을 떠난 동료 시인들에 대한 추모의 정을 드러낸 작품들을 통해 시인은 생을 마감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자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인은 비관이나 체념이 아닌 한 차원 높은 달관의 경지로 그것을 끌어올린다. 죽음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당당한 여유로움은 인간의 유한한 삶이 노년에 갖추어야 할 미덕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김종길 시인은 절제된 감정과 언어, 쉽고 명확한 주제의식으로 시를 애독하는 문학 독자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 시집에서도 정갈한 모범시의 전형을 보여주며, 이와 함께 어우러진 깊이 있는 성찰의 시편들은 등단 이후 60년이 넘게 시의 길을 걸어온 노시인의 원숙한 경지를 들여다보는 데 부족함이 없다. 아울러 시인의 끊임없는 창작에 대한 열정과 애정은 한국 문학계가 경의를 표할 만한 뜻 깊은 문학적 성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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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길 시인 약력 1926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194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였다. 1958년부터 1992년까지 고려대학교 영문과 교수 및 문과대학장을 역임하였고, 1988년에는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냈다. 현재 고려대학교 영문과 명예교수이자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며, <목월문학상><인촌문학상><대한민국예술원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저서로는 시집 『성탄제』『하회에서』『황사현상』『달맞이꽃』『해가 많이 짧아졌다』와 시론집 『시론』『진실과 언어』『시에 대하여』『시와 시인들』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역시집 『20세기영시선二十世紀英詩選』, 시선집 『천지현황天地玄黃』, 영역 한국 한시선 『Slow Chrysanthemums』, 영역 김춘수 시선 『The Snow Falling on Chagall’s Village』, 영시론집 『The Darling Buds of May』와 『현대의 영시』, 시론선집 『시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영역 한국 한시선(미국판) 『Among the Flowering Reeds』, 독역 시선집 『Nachtkerze』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