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학의 재발견 ― 작고문인선집〉을 펴내며

한국현대문학은 지난 백여 년 동안 상당한 문학적 축적을 이루었다. 한국의 근대사는 새로운 문학의 씨가 싹을 틔워 성장하고 좋은 결실을 맺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난세였지만, 한국현대문학은 많은 꽃을 피웠고 괄목할 만한 결실을 축적했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시대정신과 문화의 중심에 서서 한편으로 시대의 어둠에 항거했고 또 한편으로는 시대의 아픔을 위무해왔다. 
이제 한국현대문학사는 한눈으로 대중할 수 없는 당당하고 커다란 흐름이 되었다. 백여 년의 세월은 그것을 뒤돌아보는 것조차 점점 어렵게 만들며, 엄청난 양적인 팽창은 보존과 기억의 영역 밖으로 넘쳐나고 있다. 그리하여 문학사의 주류를 형성하는 일부 시인·작가들의 작품을 제외한 나머지 많은 문학적 유산들은 자칫 일실의 위험에 처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문학사적 선택의 폭은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고, 보편적 의의를 지니지 못한 작품들은 망각의 뒤편으로 사라지는 것이 순리다. 그러나 아주 없어져서는 안 된다. 그것들은 그것들 나름대로 소중한 문학적 유물이다. 그것들은 미래의 새로운 문학의 씨앗을 품고 있을 수도 있고, 새로운 창조의 촉매 기능을 숨기고 있을 수도 있다. 단지 유의미한 과거라는 차원에서 그것들은 잘 정리되고 보존되어야 한다. 월북 작가들의 작품도 마찬가지이다. 기존 문학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작가들을 주목하다보니 자연히 월북 작가들이 다수 포함되었다. 그러나 월북 작가들의 월북 후 작품들은 그것을 산출한 특수한 시대적 상황의 고려 위에서 분별 있게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당위적 인식이, 200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학소위원회에서 정식으로 논의되었다. 그 결과, 한국의 문화예술의 바탕을 공고히 하기 위한 공적 작업의 일환으로, 문학사의 변두리에 방치되어 있다시피 한 한국문학의 유산들을 체계적으로 정리, 보존하기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작업의 과정에서 새로운 의미나 새로운 자료가 재발견될 가능성도 예측되었다. 그러나 방대한 문학적 유산을 정리하고 보존하는 것은 시간과 경비와 품이 많이 드는 어려운 일이다. 최초로 이 선집을 구상하고 기획하고 실천에 옮겼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위원들과 담당자들, 그리고 문학적 안목과 학문적 성실성을 갖고 참여해준 연구자들, 또 문학출판의 권위와 경륜을 바탕으로 출판을 맡아준 현대문학사가 있었기에 이 어려운 일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런 사업을 해낼 수 있을 만큼 우리의 문화적 역량이 성장했다는 뿌듯함도 느낀다. 
<한국문학의 재발견-작고문인선집>은 한국현대문학의 내일을 위해서 한국현대문학의 어제를 잘 보관해둘 수 있는 공간으로서 마련된 것이다. 문인이나 문학연구자들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공간에서 시대를 달리하며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기를 기대해본다. 

2013년 2월 
출판위원  김인환, 이숭원, 강진호, 김동식

부랑아
모오든 나는 오라
비인격형非人格型
또 하나의 전설
곰선생
황색시인
대도신문사
귀순貴順어머니
인간제대人間除隊
기적궁奇蹟宮
도묘기盜苗記
귀촌歸村
색시
죄罪
대류對流
엄친嚴親
꽃제비
염병染病
도관장 선생都觀長 先生
통로通路
왜가리
거짓말장이
온선생溫先生
다락속의 서 노인
합의서合意書
참초斬草
무골충無骨蟲

해설-추식의 작품 세계
작가 연보
작품 연보
연구 목록

■ 지은이 : 추식
본명 성춘成春. 호는 고우古雨. 1920년 충북 청주 출생. 홍익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독립신문》, 《평화신문》, 《연합신문》, 《중도일보》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1955년 6월 단편 「부랑아」가 김동리에 의해 추천되고, 이듬해 《현대문학》 2월호에 단편 「모오든 나는 오라」를 발표하며 추천 완료되었으며, 1957년 단편 「인간제대人間除隊」로 제3회 한국문협 신인상을 수상하였다. 주요 작품으로 단편 「부랑아」, 「인간제대」, 「왜가리」, 「온선생」, 「다락 속의 서 노인」 등과 중편 「나옹전」, 「과막여설」, 「참초」, 「무골충」 등, 장편 『이십오 번 화신풍二十五番花信風』, 『가시내 선생』, 『오팔청춘五八靑春』, 『인간입대人間入隊』 등이 있고, 방송극으로 <동백아가씨>, <단골지각생>, <김 순경>, <마포 사는 황 부자>, <사랑의 배달부> 등이 있다. 소설집 『인간제대』와 전작장편소설 『가시내 선생』 등을 출간하였다. 1987년 자택에서 별세하였다.

■ 엮은이 : 김영애
경남 마산 출생. 고려대학교 서어서문학과와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다. 2003년 「선우휘 소설 연구」로 석사학위를, 2008년 「전후 여성 작가의 인물 형상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와 순천향대학교 강사로 재직 중이며, 주요 논문으로 「오정희 소설의 여성 인물 연구」, 「김승옥 장편소설 연구」, 「『자유부인』에 나타난 인물 형상화에 관한 연구」, 「박경리의 『표류도』 연구」, 「강명화 이야기의 소설적 변용」 등이 있다.
 

전후 한국 사회의 풍경을 냉정한 현실주의자의 시선으로 조명.
첫 창작집 《인간제대》 이후 55년 만에 펴내는 작가 추식의 작품 선집

현대문학에서 <한국문학의 재발견-작고문인선집> 시리즈의 하나로 『추식 소설 선집』을 출간하였다. 추식은 1955년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부랑아」라는 작품으로 등단했으며, 연합신문 등 언론사에서 십여 년간 기자 생활을 하던 추식의 이력은 그 작품 세계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작가는 전후의 궁핍하고 비참한 현실을 어떠한 관념적 치장도 없이 현실주의의 시선으로 기술하는바, 동시대의 어느 작가와도 다른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은 당시 관념적 작품들을 주로 평가하던 평단으로부터 외면당했고 결국 독자들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의 초기 작품들에 나타나는 등장인물들은 고아, 매춘부, 무직자 등 도시 주변부를 떠도는 불완전한 인생살이들이다. 추식의 작품에서 보여주는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사회에서 통용될 수 없는 비윤리적인 행위로 삶을 연명하다가 결국 파국을 맞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이러한 비윤리적인 행위에 대해 등장인물들은 죄책감보다는 일종의 피학적인 쾌감에 가까운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이다. 이는 왜곡된 인간 군상을 핍진하게 묘사한 결과이면서 동시에 인간성 자체에 내재한 본질적인 속성을 고찰한 결과이기도 하다.
작가의 초기작들이 한국 사회의 불모성과 불안을 예각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집중되었다면, 중후기작들은 그 불모성과 불안을 견뎌낸 존재들의 노쇠한 내면을 온정적인 시선으로 묘사하는 것으로 변모했다. 인간 대열에서 이탈한 존재들의 아우성에 귀 기울이던 작가는 이제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았는가를 이야기한다.
30여 년에 걸친 꾸준한 창작 활동을 통해 작가 추식은 10여 편의 장편소설과 30여 편의 단편소설을 발표했지만 그에 대한 문단과 연구자들의 관심이 극히 미미했다. 이는 초기 작품들이 전후소설의 문법에서 벗어난 때문이기도 하고, 등단 초기에 소설 등의 창작 활동에 주력하다 이후 방송극과 시나리오 집필로 방향을 선회한 것 또한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방대하고 다채로우며, 인간의 존재 조건에 대한 고민과 관심으로 충만한 추식의 작품 세계를 이제라도 독자들에게 널리 소개하는 것은 우리 전후문학의 다양한 시선과 새로운 표현 양식을 발굴한다는 점에서 의미 깊은 일이다. 
냉혹한 현실주의자의 시선에서 점차 온정주의적 태도로 변모하는 추식의 작품 세계를 통해 한국 사회의 다채로운 삶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