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이론물리학 연구소에서 조수로 근무하는 노노무라는 중생대 지층에서 발굴된 기묘한 모래시계를 받은 후 고민에 빠진다. 어느 방향으로 뒤집든 간에 끊임없이 모래가 떨어지는 4차원적인 구조를 가진 이 물체는 현대 과학의 논리를 초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발굴 관계자들이 잇달아 알 수 없는 사고로 실종 및 사망하는 가운데, 노노무라도 연인인 사요코를 남기고 시속 70킬로미터로 달리던 택시 안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의식 진화의 계단을 오르기 위해 고투하는 인류의 운명과, 이를 둘러싼 두 세력 사이에 벌어지는 끝없는 투쟁에 휘말린 두 연인의 운명은?
저자_고마츠 사쿄
1931년 1월 28일~2011년 7월 26일. 본명은 고마츠 미노루(小松 ?)이며 교토대학 입학 후 반전ㆍ평화를 주장한 일본공산당에 입당했다. 이 때문에 필명을 좌파 기가 있는 교토대학생이라는 뜻으로 사쿄左京로 정했다고 한다. 호시 신이치星新一, 츠츠이 야쓰타카筒井 康隆와 함께 일본 3대 SF작가로 꼽히며 일본 SF를 견인해 온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종전 당시 14세의 나이였으나 오키나와전투에서 자신과 같은 나이의 중학생의 소년이 징집되어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살아남은 자의 책임을 고민하게 되었으며 SF를 쓰는 계기가 되었다. 하드SF부터, 시간여행, 대체역사, 액션, 공포, 미스테리, 정치소설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많은 작품을 발표했으며, SF가 아닌 작품도 모두 SF작가의 시점에서 작품을 구상했다고 자서전에서 밝혔다. 작가로 데뷔하기 전에 만화를 발표한 적도 있으며, 1970년 오사카 박람회 주제관 서브 프로듀서, 1990년 국제 꽃박람회 종합프로듀서, 우주개발 진흥을 목적으로 한 우주작가클럽 고문 등 집필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했다.
대표작인 『일본침몰』은 1973년 출판된 해에 상하권 합쳐 340만부가 판매되는 등 일본에...서 사회적인 현상을 일으키기도 했다. 1997년 SF매거진 500호 기념 특집으로 기획된 ‘일본 올타임 베스트’에서 본서 『끝없는 시간의 흐름 끝에서』가 장편부문 1위로 선정되었으며 「고르디우스의 매듭」도 단편 부문 1위로 선정되었다. 『끝없는 시간의 흐름 끝에서』는 2001년 ‘일본SF작가클럽 선정 일본 SF작품’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자네는 이미 호모사피엔스가 아니라네.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한 진화의 계단에 첫발을 내디뎠거든.
일본 베스트 SF 1위에 빛나는 역사적 명작
현대문학의 종합출판 브랜드 폴라북스에서 필립 K. 딕 걸작선에 이어 새로운 과학소설(SF) 총서 ‘미래의 문학’이 출범했다. 이 총서는 시공사 그리폰북스, 열린책들 경계소설선,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등을 기획하며 꾸준히 해외 SF를 소개해온 평론가이자 번역가 김상훈 씨의 책임기획으로, 문학사적인 의의와 읽는 재미를 겸비한 해외 과학소설의 고전과 최신작을 충실한 해설을 곁들여 체계적으로 소개할 의도로 기획되었다. ‘미래의 문학’ 총서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였던 전설적인 스페이스 오페라 아너 해링턴 시리즈의 첫 작품 『바실리스크 스테이션』, 국내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SF 작가 로저 젤라즈니의 라이벌이자 비평가로서도 명성이 높은 새뮤얼 딜레이니의 대표작 『바벨-17』, 여론조사에서 일본 작가가 쓴 역대 최고의 SF소설로 선정된 고마츠 사쿄의 『끝없는 시간의 흐름 끝에서』, 아메리칸 매직 리얼리즘의 대표주자 루셔스 셰퍼드의 수상 작품집 『재규어 헌터』,최첨단 SF의 기수 그렉 이건의 『디아스포라』, 3대 장르문학상을 30여 번이나 수상하며 미국 SF계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여성작가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의 『명예의 파편』『바라야』 등의 작품을 앞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이와 같이 고전과 최신 명작을 아우르는 1차 출간 예정작이 폴라북스 공식 블로그(http://blog.naver.com/polabooks296)에 발표되자마자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에 오르며 독자의 주목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총 열 작품으로 예정된 ‘미래의 문학’ 총서에서 두 번째 주자로 선정된 작품은 일본 SF의 거인 고마츠 사쿄가 쓴 『끝없는 시간의 흐름 끝에서』이다. 고마츠 사쿄는 밀리언셀러이자 영화화되기도 한 『일본 침몰』의 작가로 우리나라에도 유명하며, 쓰쓰이 야스타카, 호시 신이치와 함께 일본 3대 SF 작가로 불리기도 한다. 『끝없는 시간의 흐름 끝에서』는 고마츠 사쿄의 네 번째 장편소설로, 1965년에 《SF 매거진》에 실시간 연재 후, 그다음 해인 1966년에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으며, 이후 최고의 SF 소설을 꼽는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놓치지 않는 일본 SF 사상 최고의 걸작이다.
『끝없는 시간의 흐름 끝에서』는 중생대 지층에서 4차원 구조의 모래시계가 발견되면서 진화를 관리하는 우주의 높은 존재들과 인간의 자유의지 사이에 대립하며 쫓고 쫓기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20세기 현대로 시작하여 중생대, 미래 25세기와 45세기 등 10억 년에 걸친 시공간을 오가며 전개되는 장대한 스케일이 압권이다. 처음에는 단편적으로 끝을 알 수 없는 기묘한 사건들만 나열되는 듯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어감에 따라 퍼즐처럼 맞아들어가는 지적인 쾌락 또한 느낄 수 있다. ‘인류의 존재와 진화의 의미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추구하는 작품 전체의 철학적 깊이로 인해 일본 SF 전체의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기도 하다.
본서의 권말에는 SF 평론가이자 미래의 문학 기획자 김상훈 씨의 「끝없는 흐름 속에서 - 일본 SF 소고」라는 제목의 해설이 실려 있다. 세계 제2위의 시장인 일본의 SF 역사와 그 안에서 고마츠 사쿄의 위치와 평가를 상세하게 서술하여 작품의 깊이와 재미를 제대로 아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