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은이 김서령 1974년 포항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3년 「역전다방」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2005년 대산창작기금, 2008년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을 받았다. 옛 풍경이 되어버린 도시 서민층의 삶을 세밀한 묘사력과 서정적 문체로 복원했다는 평을 받은 첫 작품집 『작은 토끼야 들어와 편히 쉬어라』로 2007 동인문학상 최종심 후보에 올랐다. 이 밖에 젊은 작가들의 테마 소설집 『피크』와 『캣 캣 캣』이 있다.
싱글맘을 택한 엄마 밑에서 자란 소연과 겉으로는 화목해 보이지만 실상은 전쟁판과도 같은 분위기의 가정에서 자란 미유. 절친한 친구사이인 이 두 주인공과 그녀들의 가족, 남자친구 등 주변 인물들을 통해 작가 김서령은 ‘사랑의 무게’와 ‘관계의 허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편안한 문장과 현장감 넘치는 묘사력, 담백하고도 경쾌한 문체는 마음속 결핍을 해소하지 못하고 삶의 매뉴얼을 갖지 못한 채 미성숙한 상태로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부유감과 깊은 고독을 더욱 극대화하며 작품에 흡인력을 더한다. 이 작품은 2009년 1월부터 12월까지 월간 《현대문학》에 연재된 작품을 단행본으로 묶은 것이다. ■ 이 책은… 사랑을 믿는 그녀와 사랑을 믿지 않는 또 다른 그녀, 투명했던 한 시절과 이별하는 두 여자의 이야기 ????티타티타????는 “숱한 날들이 지나도 나는 여전히 미성숙했다”라는 주인공 소연의 말대로, 어른이 된 이후에도 여전히 끝나지 않는 성장에 대한 이야기이며, 마음속에 자리 잡은 ‘요지부동인 결핍들’을 처리하지 못해 앙앙불락하는 삶의 아마추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녀들에게 삶이란 ‘지금 누른 건반 이후에 또 어느 건반을 짚어야 하는지’, 혹은 ‘지금 두들겨야 할 건반이 어떠한 소리를 낼지 전혀 짐작하지 못’하던 서투른 피아노 연주와 같은 것이다. 자신의 욕망과 자신을 둘러싼 관계들에 대처하는 방식에 서툰 그녀들은 끝끝내 어긋나버리는 각자의 욕망으로,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또한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에게 지울 수 없는 고통의 흔적을 남긴다. 그러나 주인공들은 그러한 마음의 고통과 혼란을 거쳐 마침내 애써 외면해왔던 마음속 깊은 상처를 용기 있게 마주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새로운 인생을 받아들인다. 이렇듯 『티타티타』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에도, 또 그 사랑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에도 서툴기만 한 사람들이 자신의, 혹은 서로의 서투름을 끌어안으며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통해 ‘나’의 상처가 어떻게 ‘우리’의 새로운 소통의 형식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 줄거리 소연과 미유 두 사람은 둘도 없는 단짝 친구로 어린 시절부터 기억을 공유해왔다. ‘사랑받고 자란 아이’ 소연. 그러나 소연에게 아빠의 부재는 미유의 집에 놓여 있던 유리재떨이와 성냥통 하나에도 온통 마음을 빼앗겨버릴 만큼, 영원히 채울 수 없는 깊은 결핍이었다. 그런 소연에게 ‘관계맺음’이란 피아노 연탄곡 같은 것이어서 미유와 함께 <티타티타>로 귀엣말을 나누고 지환과 함께 <매직왈츠>로 사랑을 나누듯, 서툴지만 ‘함께’ 관계를 연주해갈 수 있다고 믿는다. 타인과의 관계맺음에 서투른 탓에 늘 크고 작은 상처를 입으면서도 소연은 ‘우리’라는 이름으로 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보듬어 안을 줄 안다. 반면 미유에게 ‘사랑’은 슬픔의 근원이다. 아빠의 왜곡된 자식 사랑도, 엄마의 욕설도, 전쟁판 같은 집안 분위기 때문에 자신이 받는 상처도 다 그 몹쓸 ‘사랑’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사랑 따위’를 비웃고 폄하하며, 사랑을 버리려 또 다른 사랑을 찾곤 한다. ‘티’와 ‘타’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피아노 연탄곡 선율처럼 소연과 미유,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번갈아 교차되는 가운데 두 사람은 서정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절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