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대표작가 박완서, 이동하, 윤후명, 김채원, 양귀자, 최수철, 김인숙, 박성원, 조경란, 이상 9명의 작가가 풀어놓은 그들의 삶과 사랑, 진솔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데 묶었다. 현대문학 창간 55주년 기념도서로 상재된 이 책은 1970년 등단해, 10권의 소설집과 15편의 장편소설, 다수의 산문집을 내며 올해로 등단 40주년을 맞은 박완서와 2002년 『문학인』 여름호에 「어느 우둔한 자가 작성한, 어떤 사기사건에 관한 보고서」 이후 8년 만에 신작을 발표하는 양귀자, 2004년 『문학사상』 1월호에 「지붕 밑의 바이올린(4)-유쾌한 장난」 이후 6년 만에 새 작품을 선보이는 김채원 등 수록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한국문학의 대표성을 갖을 만한 기념비적인 도서이다.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와 그 빈자리를 늘 모자람 없이 채워주던 한학에 능하셨던 할아버지와 딸의 교육을 위한 투지와 신념으로 자신의 희생을 불사한 어머니, 그리고 먼저 떠나보낸 남편과 아들에 대한 담담한 고백을 한 박완서, 전쟁통에 홀로 떨어져 피난길을 가던 한 낯선 소년의 모습을 자신의 자화상으로 떠올리며 자신 역시 늘 길 위의 삶을 살았다 고백하는 이동하, 병상에서 아들의 손 한 번 잡길 간절히 바랐던 어머니의 임종을 지킨 후 고향 바다에 뿌려드린 애련을 추억하는 윤후명, 누구의 가슴속에도 들어가 살아남지 못하고 오직 자신 안에 숨어사는 괴물이 되어버린 한 여인의 투명한 고백을 그린 김채원, 뜻을 못 이룬 예술에 대한 굴욕과 배신과 분노를 견디지 못하고 투신하고 만 천재 오빠에 대한 안타까운 기억을 그려낸 양귀자, 『페스트』를 쓰는 동안 그 자신 역시 철저히 페스트를 앓으며 글을 마무리했다 고백하는 최수철, 찬물 담긴 솥에 빠진 아이가 뜨거운 물에 덴 줄 알고 순간 정신줄을 놓아버린 주인집 여자의 가족이 빚어내는 비극의 틈새에서 전동타자기를 두드리는 자취생 김인숙, 홀로 텐트 들고 여행하길 즐겨했으나 텐트를 도난당하고 정처 없이 떠돌다 낯선 곳에서 만난, 환영처럼 다가왔던 한 여인과의 약속을 끝내 지키지 못한 소설가 지망생이었던 박성원, 새로운 작업실의 환상은 온 데 간 데 없이 여전히 가족들을 머리 위에 이고 집과, 유령과 함께 살아가는 조경란의 비밀스런 이야기 들이다. 조심스레 한 땀 한 땀 힘들게 고백하며 적어내려간 이 소설들은 양귀자 소설의 제목처럼 그들의 과거와 오늘을, 그들의 아픔과 상처를 스스로 보듬으며 소설과, 세상과의 단절을 잇고 있다.
박완서 1931년 경기도 개풍 출생. 서울대 국문과 중퇴. 1970년 『여성동아』 등단. 소설집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엄마의 말뚝』 『저문 날의 삽화』 『한 말씀만 하소서』 『너무도 쓸쓸한 당신』 『친절한 복희씨』 등. 장편소설 『휘청거리는 오후』 『목마른 계절』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도시의 흉년』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미망』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아주 오래된 농담』 『그 남자네 집』 등.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이산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대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 수상. 이동하 1942년 일본 오사카 출생. 경북 경산시 남천면에서 자람. 서라벌예대 문창과 졸업. 1966년 『서울신문』과 1967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소설집 『모래』 『바람의 집』 『저문 골짜기』 『밝고 따뜻한 날』 『문 앞에서』 『우렁각시는 알까?』. 중편소설 『장난감 도시』. 장편소설로 『우울한 귀향』 『도시의 늪』 『냉혹한 혀』 등. <소설가협회상> <현대문학상> <오영수문학상> 등 수상. 윤후명 1946년 강원도 강릉 출생. 연세대 철학과 졸업. 1967년 『경향신문』에 시가, 1979년 『한국일보』에 소설이 당선. 소설집 『둔황의 사랑』 『협궤열차』 『여우 사냥』 『가장 멀리 있는 나』 『모든 별들은 음악소리를 낸다』 『삼국유사 읽는 호텔』 『새의 말을 듣다』 등.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등 수상. 김채원 1946년 경기도 덕소 출생. 이화여대 회화과 졸업. 1975년 『현대문학』 등단. 소설집 『초록빛 모자』 『가득찬 조용함』 『봄의 幻』 『장미빛 인생』 『달의 몰락』 『가을의 幻』 『지붕 밑의 바이올린』. 장편소설 『형자와 그 옆사람』 『달의 강』. <이상문학상> 수상. 양귀자 1955년 전주 출생. 원광대 국문과 졸업. 1978년 『문학사상』 등단. 소설집 『귀머거리새』 『원미동 사람들』 『슬픔도 힘이 된다』. 장편소설 『희망』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천년의 사랑』 『모순』. <유주현 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21세기 문학상> 수상. 최수철 1958년 춘천 출생. 서울대 불문과와 동대학원 졸업. 1981년 『조선일보』 등단. 소설집 『공중누각』 『화두, 기록, 화석』 『내 정신의 그믐』 『분신들』 『모든 신포도 밑에는 여우가 있다』 『몽타주』. 장편소설 『고래뱃속에서』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사랑』 4부작 『벽화 그리는 남자』 『불멸과 소멸』 『매미』 『페스트』 . <윤동주문학상> <이상문학상> 수상. 김인숙 1963년 서울 출생. 연세대 신방과 졸업. 1983년 『조선일보』 등단. 소설집 『함께 걷는 길』 『칼날과 사랑』 『유리 구두』 『브라스밴드를 기다리며』 『그 여자의 자서전』 등. 장편소설 『핏줄』 『불꽃』 『79~80 겨울에서 봄 사이』 『긴 밤, 짧게 다가온 아침』 『그래서 너를 안는다』 『시드니 그 푸른 바다에 서다』 『먼길』 『그늘, 깊은 곳』 『꽃의 기억』 『우연』 『봉지』 등.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이수문학상> <대산문학상> 수상. 박성원 1969년 대구 출생. 동국대 문창과 대학원 졸업. 1994년 『문학과사회』 등단. 소설집 『이상(異常) 이상(李箱) 이상(理想)』 『나를 훔쳐라』 『우리는 달려간다』 『도시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등.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현대문학상> 수상. 조경란 1969년 서울 출생. 서울예대 문창과 졸업. 1996년 『동아일보』 등단. 소설집 『불란서 안경원』 『나의 자줏빛 소파』 『코끼리를 찾아서』 『국자 이야기』 『풍선을 샀어』. 중편소설 『움직임』. 장편소설 『식빵 굽는 시간』 『가족의 기원』 『우리는 만난 적이 있다』 『혀』. <문학동네작가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