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생각하면 무슨 감정이 떠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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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회

아주 가끔 사랑에 관한 시가 비교적 빨리 써질 때가 있다. 이렇게 빨리 쓰이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할 수 있다. 정말 마감이 급했거나 사랑에 관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분명했거나.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들은 사랑을 좋아하는 것 같다. 사랑이라는 단어도,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도, 사랑이 가득한 세계나 사랑이 전혀 없는 세계에 관한 이야기들까지도. 사랑이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사랑이 존재하면 그냥 지나치지를 않는 것 같다. 물론 나 또한 마찬가지다. SNS를 포함해 어떤 글을 읽을 때 사랑이라는 단어가 쓰여 있으면 우선 멈추고 본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한참 동안 생각하다가 한없이 몸을 웅크려 작가가 어떤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귀를 기울여본다. 왠지 사랑 이야기는 귀에다 속삭이는 기분이 들어서 나도 덩달아 조용히 듣게 된다.

 

사랑을 생각하면 무슨 감정이 떠오를까?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 여러 감정이 교차된 상태, 아주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게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게 사랑은 보이는 것이라고 말한 적 있다. 조금 더 나아가서 말해보자면 보여서 아픈 것이다. 그러니까 내게는 사랑을 생각하면 가장 첫 번째로 떠오르는 감정이 아픔이다. 나는 왜 아픔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착각일까? 좋아하는 상대, 비단 연인뿐만 아니라 사랑할 수 있는 모두를 포괄한 그 상대가 잘못을 해서 아픔을 준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지만 좋아하는 상대를 빤히 보고 있으면 진짜 아파지는 것은 사랑이 아닐까 싶다. 문득 이 사람이 슬프면 어떡하지? 아프면 어떡하지? 사라지면 어떡하지? 하게 되는 것이다. 불안한 마음을 아픔이라고 착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가끔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라는 노래를 떠올린다. 그렇지, 그렇게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지. 한없이 아프고 고통스럽기만 해서는 안 되지. 내가 말하는 아픔이란 그 아픔 뒤에 상대에게 더 잘해주고 싶어지거나 사랑이 더 깊어지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그렇게 아픈 사랑이 끝나버리면 다시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사랑을 통해 아파본 사람이라면 사랑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니까, 분명 무언가를 이길 힘이 있을 것이다.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힘을 믿는 사람이다.

 

한 심리학 박사님은 모 프로그램에서 아무리 완벽한 사람이라도 어떤 때에는 민망한 순간이 찾아온다고 말을 한 적이 있다. 너무 완벽성을 강조하지 말라는 이야기 같았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에게도 완벽해 보이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던 것 같다. 사랑하는 상대에게 아주 작은 허점이라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 허점이 아픔으로 이어지는 순간이 많아서 그랬던 것일까? 안간힘을 다해 최대한 나의 부끄러운 부분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그런 민망한 순간을 함께 견디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싶다. 견디고 견뎌서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깨닫는 것, 아픔 뒤에 더 큰 사랑이 온다는 것을 믿는다는 것, 그 긴 시간을 함께한다는 것. 그것이 사랑이 아닐까?

 

사랑이라는 단어 앞에 멈춰서 사랑을 생각하다가 사람을 생각하다가 결국 울게 된다. 사랑을 무조건적으로 예찬하는 것도 아니고, 사랑이 모든 것을 구원해준다고 믿지도 않는다. 사랑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어떤 순간에는 사랑을 믿고 싶어진다. 사랑이 가진 힘을 한없이 믿고 싶어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안에는 사랑이 가득한 것 같다. 보여주고 싶은 사랑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보여주지 못한 사랑이. 그 둘이 함께 있기 때문에 사랑은 정말로 어려운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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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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