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이다

페이스북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블로그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링크 복사하기

35 회

타인과 함께 있을 때 내가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는 바로 상관없어이다. 나는 좋아하는 사람과 만나면 정말 상관이 없다. 그 사람이 무얼 하든, 무얼 먹고 싶어 하든, 어딜 가고 싶어 하든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그런데 몇몇 사람들은 그런 소리를 들으면 왜 상관이 없는지, 관심이 없는 건 아닌지 묻는다. 내게 상관없다는 것은 네가 좋으니까 뭘 하든 너의 의견에 따를 준비가 되어 있어와 같은 말이다. 어쩌면 평소에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편하고 좋은 사람들 앞에서는 그런 걸로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닐까?

상관없다는 것은 의견일까, 의견이 아닌 걸까. 한번은 친구에게 상관없다는 말을 하기보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확히 의견을 알려줄 수 있겠냐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다. 내가 의견을 말하거나 선택을 해야 상대방이 더 편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정말? 선택지를 더 많이 주는 것보다 확정해서 말해주는 것이 좋다고?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상관없어는 누군가에게 부담을 줄 수도, 선택을 대신 하게끔 나의 결정을 미루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부터는 나름 확실하게 말해보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선택을 확실하게 한 다음 상대방에게 알려주기. 무엇보다 그것이 강압적인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계속 생각하기. 살아가면서 최대한 후회할 일들을 많이 만들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그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니까 이런저런 노력으로 최대한 후회를 덜 해보는 것이다.

 

한 번에 좌표를 찍지 않아.

웃기는 소리 같겠지만 정말이다. 그러니까 나의 마음은 쉽게 한곳으로 기울지 않는다. 한쪽으로 쏠렸을 땐 오히려 굉장히 위험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굉장히 우유부단한 것이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땐 필요 이상으로 오래 고민하고 한참을 또 한참을 생각한 다음 결정을 내리게 된다. 비로소 결정을 내렸다고 하더라도 뒤를 돌아보거나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거나 그대로 멈춰 있기 일쑤다. 그러나 장 폴 사르트르가 인생은 B(Birth)D(Death) 사이의 C(Choice)라고 말했듯이,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하다못해 오늘 어떤 것을 먹을지, 외출을 할지, 집에 있을지 등 비교적 사소한 고민들조차 선택의 일종이다. 어떤 선택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간단하다. 순간적으로 내린 나의 선택에 잘못만 있을까봐. 혹은 더 큰 잘못으로 번져 감당하지 못할까봐. 그러나 진정한 어른은 자신이 선택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이럴 때마다 내가 정말 어른이 맞는지 의심스럽긴 하다). 좋은 선택이든, 그렇지 않은 선택이든 선택을 해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라는 불안한, 불완전한 장르를 선택했다는 것도 한편으로는 꽤나 놀라운 선택 같다. 매번 시를 쓸 때마다 어떤 장면을 쓸지 선택해야 하니까. 매 문장마다 나름 치열하게 선택해야 하니까. 첫 줄을 어떤 문장으로 하느냐에 따라 시의 결구도 달라지니까. 결말을 생각하고 쓴 적은 많이 없다. 늘 선택하고, 선택한 다음 주위를 둘러보면 멀리까지 가 있을 뿐이었다.

시 안에서는 그렇게 미끄러지는 것을 좋아하면서 왜 현실에선 조금이라도 미끄러지는 것을 참지 못할까. 이상한 일이다. 상관없다고 뭐든 다 좋다고 말하면서 시 안으로 들어가면 상관없을 수가 없다. 시 안에서는 태어나는 것도, 죽는 것도 선택해야 한다. 그 모든 걸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바라보게끔 할지도 모두 다 선택해야만 한다. 어쩌면 현실에서 그러지 못해서 시 안에서 조금은 거침없이 뛰어드는 것이 아닐까? 나는 시의 그런 점을 가장 좋아했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선택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상관없어. 아니다. 상관있다.”

나는 요즘 상관없다는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상관없는 것도 상관있게 만들어보자고, 정말로 상관이 없는지 봐보자고, 시 안에서 치열하게 선택했던 것만큼 현실에서도 치열하게 선택해보자고 다짐한다. 그러니까 정말 상관없지만 나는 이러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이런 말들을 내뱉는 연습을 한다.

 

이메일 무단 수집 거부

우리 현대문학 회원에게 무차별적으로 보내지는 타사의 메일을 차단하기 위해,
본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시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형사처벌됨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2008년 2월 19일]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