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하지 못한 순간에 화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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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회

가장 화나는 순간은 어떤 순간인가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바로 공평이다. 나는 공평하지 못하면 화가 난다. 공평은 배려와도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사실 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여러 사람과 함께 만날 때 가장 신경 쓰이는 건 대화 지분이 골고루 이루어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뭘 그런 것까지 신경을 쓰냐 말할 수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그러니까 정말 묘하게 신경이 쓰인다고 해야 할까? 한 사람이 유독 말이 없거나 눈치 보는 것 같을 때 혹 이 자리가 불편한 것은 아닌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 보니 의도치 않게 자연스레 사회를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어느 순간 ○○님은 어떠신가요? ○○님은 이러신가요? 등등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하게 된다. 물론 누군가한테는 이러한 질문이 매우 부담스러울 수도 있고, 피곤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너무 티가 나지 않게 적당히 잘 던져야 한다.

 

피곤하게 산다.

그런 말을 자주 듣는다. 사실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마음이 불편한 것보다 조금 피곤한 게 더 나은 것 같다. 여러 사람과 만날 때 가장 좋은 점은 정말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요즘은 뭐 하고 지내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물론 모든 사람에게 그런 궁금증을 가지지는 않는다). 대화가 물 흐르듯 유영하면서 흘러가는 것이 좋다. 표류하는 기분이랄까? 아주 잠시나마 평화를 느낀다고 해야 할까?

 

한번은 의도치 않게 인프제(INFJ)들끼리 모인 적이 있었는데, 모두 입을 모아 말했던 것 중 하나가 우리는 단순한 질문도 어렵게 생각한다는 것, 생각을 하는 것보다 생각을 멈추는 것이 더 어렵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공평하지 못한 상황에서 굉장히 신경이 곤두선다고 했다. 역시 다들 비슷하구나. 우리는 더 나아가 임금격차, 인권차별, 특정인 혐오 등. 세상이 평등하고 공평하다는 생각 아래에서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사람이 싫지만 사람을 좋아하고 동물 영상을 보며 울고 웃는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함부로 재단할 수 없지만 사람 사는 건, 아니 인프제들이 사는 건 다들 비슷하구나 싶었다. 같은 유형의 유명인사로 마틴 루터 킹, 넬슨 만델라, 마더 테레사 등 사회운동가가 많은 것 보면 우리의 생각이 영 이상한 건 아니구나 싶었다.

 

공평’. 도대체 공평이 무엇일까? 사실 따지고 보면 이 세상에 공평하지 못한 것들이 많은 것 같다. 작년에 마이클 샌델이 쓴 공정하다는 착각을 다시 읽었는데, 이 책에서는 정말로 우리 세상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돌아보면 모든 것이 공정하지 않은 것만 같았고, 내가 누리고 있는 어떤 혜택도, 어떤 특권도 공정하지 않은 것만 같았다. 그런데 자신의 성공을 혼자의 힘으로만 이뤄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고, 저자는 그런 사람들은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니 타인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어쩌면 너무 당연한 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지만, 사실 그 당연한 것조차 무감한 사람들이 있으니, 내 안일한 마음도 다시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주제는 공정이지만 큰 틀에서 보면 배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성공에 우쭐대기보다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하며, 타인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는 공평하지 못한 것, 배려심이 없는 것 그런 것에 화가 나는 것 같다.

 

화를 낸다면 도대체 어느 순간에 내냐는 질문에 공평하지 못한 것, 배려가 없는 순간이라고 답한 적이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니 답을 들은 누군가가 그럼 요즘 매일 화가 나겠다고 물어보았다. 사실 맞았다. 요즘 들어 화가 많아졌다. 인프제 유명인사들처럼 비록 사회운동가는 아니지만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늘 고민하는 것 같다. 더불어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써야 하는지, 어떤 것을 쓸 수 있는지 늘 고민이 된다. 그래서 내 시에 함께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함께할수록 더 좋으니까. 함께한다는 생각만으로도 표류하는 기분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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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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