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한복판에서 나만의 장소 찾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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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회

서울에 한강이 없었더라면?

사람들은 어땠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가끔 나만의 공간, 나만의 장소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 말은 다른 사람은 모르게 특별히 여기는 공간과 장소가 있느냐는 질문이다. 도시 한복판에서 나만의 장소를 찾기란 정말 쉽지 않다. 서울에는 사람도 많을뿐더러 만약 찾는다 하더라도 나만 아는 장소가 아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실 정말 사적인 곳이라면 내 방, 내 침대가 아닐는지…… 그래도 밖으로 나가보자. 집 앞에 있는 동네 카페? 혹은 도서관? 공터? 놀이터? 등등.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듯 우선 시끄러운 곳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도시는 어딜 가든 대체로 시끄럽다. 그런 곳에서 살고 있는 것이 굉장히 아이러니긴 하지만…… 그러니까 사람이 많고 복잡한 도시 속에서 비교적 평화롭고 고즈넉한 곳이 있다면 바로 그곳이 나만의 장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지만 나는 그 질문에 한강을 포함한 공원과 당산에서 망원으로 가는, 망원에서 당산으로 가는 열차의 한 구간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하나는 정물처럼 계속 남아 있는 곳이고, 하나는 섬광처럼 나타났다 다시 사라지는 곳이다. 물론 두 곳 다 마냥 조용한 곳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 조용해지는 순간이 있다. 이런 시시한 대답에 누군가는 그건 자신만의 특별한 장소가 아니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겠다. 사실 따지고 보면 맞는 말이다. 정확히는 나만의 장소가 아니라 내가 특별하게 여겼던 순간, 그래서 잊지 못하는 그 순간 나는 어떤 곳에 있었는가? 바로 그곳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선 공원은 생각보다 소란스럽고, 생각보다 조용하다. 몇 년 전 증강현실게임인 포켓몬 고가 출시되었을 때, 국민게임이라고 불린 만큼 나 또한 포켓몬을 잡으러 공원에 자주 가곤 했었다. ‘포켓몬 고는 말 그대로 증강 현실을 이용해 현실에 나타나는 포켓몬을 휴대폰으로 잡는 게임이었다. 길을 가다 무심코 이런 기상천외한 조형물이 있었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바로 그곳이 포켓몬이 자주 나타나는 곳이다. 아마 서울 일대에 있는 조형물을 열심히 찾아다닌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을 것이다. 조형물은 다양한 곳에 있긴 하지만 대체로 공원과 함께 있다. 한동안 낮이고 밤이고 포켓몬 고로 인해 공원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시끄럽다기보다는 약간 소란스러웠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한번은 잘 나타나지 않는 희귀한 포켓몬, 즉 전설의 포켓몬이 한강 근처에 나타난 적이 있었다. 나는 그 포켓몬을 잡으러 한강으로 달려 나갔는데 포켓몬이 나타났다는 그 근처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 화면을 보며 몬스터 볼을 던지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환호를 지르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됐다고 말하며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나는 여기까지 온 마당에 절대 놓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몬스터 볼을 던졌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더 비싼 몬스터 볼을 사용해) 전설의 포켓몬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런데 뭐랄까? 그토록 원하던 것을 손에 넣었는데 꽤나 허무했다고 해야 할까? 마치 12년 동안 공교육을 받으며 수능 하나만을 보고 달려왔지만 막상 수능을 보고 나니 허무함이 밀려온 것처럼 말이다. ‘밖으로 나가서 새로운 모험을 즐기라는 문구는 집을 좋아하는 나에게 소소한 충격을 안겨주었지만 전설의 포켓몬을 잡은 뒤로는 흥미가 떨어져 새로운 모험을 즐길 수 없었다.

 

사실 서울에 살면 한강에 자주 갈 줄 알았다. 자전거도 타고, 텐트 안에서 책도 읽고, 라면도 먹으면서 여유로운 한강 라이프를 즐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때가 되면 아주 작게라도 한강이 보이는 집에 살 수 있을 줄 알았고, 한강에서 열리는 다양한 축제도 즐기러 갈 줄 알았다. 한마디로 한강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그러나 한강 근처에 살지 않는 한 한강에 가는 일은 적었고, 정말 힘들지 않은 이상, 그러니까 정말 답답하지 않은 이상 한강에 가는 일은 없었다. 이 말은 반대로 마음이 힘들고 답답하면 한강에 간다는 뜻이기도 했다.

 

*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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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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