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거 외롭지 않아?

페이스북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블로그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링크 복사하기

26 회

혼자 사는 거 외롭지 않아? 라고 묻는 것은 혼자 사는 거 편안하지 않아? 라고 묻는 것과 별다를 게 없다. 혼자 산지 10년이 되었다고 말하면 종종 외롭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혼자 있어서 지독하게 외로웠던 순간보다 혼자 있어서 편안했던 순간이 더 많다. 그냥 인간이라서, 외로운 감정이 무엇인지 너무 잘 알아서 외로운 상태에 빠지기 쉬운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가만 보면 인간이라는 동물이 외로움에 가장 취약한 것 같기도 하다.

 

외롭지.

어쩌면 너무 당연한 말이다. 혼자 사는 것은 외롭다. 특히나 아플 때, 서러운 일이 있을 때,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 인간은 정말 혼자서는 살 수 없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물론 내가 들어갈 관은 1인용이다. 누군가와 손을 꽉 잡고 들어갈 것이 아니라면 혼자서도 잘 지내야 한다.

 

혼자 산다는 것은 정말이지 원하는 시간에 밥을 먹고 원하는 시간에 취미 생활을 즐기며 원하는 시간에 잠을 잘 수 있는 것이다. 원하는 시간에 빨래와 욕실 청소를 할 수 있으며 원하는 시간에 노래를 부르고 중간 중간 사랑하는 사람들과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가끔 불 꺼진 집은 순간적으로 나를 외롭게 만들지만 말이다. 사실 살면서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은 정말 많을 것이다. 20대 초반에는 시간이 나면 본가에 내려갔었다.(그래도 자주 가지는 못했다.) 외로움을 느끼려는 찰나에 본가로 도피한 것이다. 한번은 본가에 내려가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는데 엄마가 내 앞을 휙 하고 지나간 적이 있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집 안에 TV를 보고 있는데 누군가 지나가다니. 아 사람이구나. 누군가와 같이 살면 내 시야에서 사람이 지나다니는 것을 볼 수 있구나. 나는 엄마에게 내 앞에 엄마가 지나다니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엄마는 혼자 사는 게 익숙해져서 그런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본가에 있다가 서울로 올라오는 차를 타면 외로움이 천천히 몰려오기 시작했다. 외로움은 정말 지독한 것이었다. 정말로 끈질긴 것이었다. 서울로 올라오는 내내 나는 혼자 사는 게 정말로 익숙한가?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외로움에 익숙해지려면 어느 정도로 혼자 지내야 할까? 우선 기간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냥 무뎌진 채로 잊고 살다가 어느 날 잃어버린 양말 한 짝을 발견하는 것처럼 문득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동안 혼자 있었을 양말 한 짝에게 제 짝을 다시 찾아주는 것처럼 다시 안정감을 느끼기도 하고 그러다 또 잃어버려서 혼자가 되기도 하고 계속 반복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외로움의 또 다른 말은 고독이다. 둘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고독은 개인의 선택에 의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싶다. 고독을 즐긴다는 표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고독은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외로움은 본인이 그 상태를 자처한다기보다 외로운 상황에 놓여 있는 것, 혹은 갑자기 형성되는 것이다. 원하는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행동을 하듯이 원하는 시간에 고독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외로움이라는 상태 위에 고독이라는 상태가 올라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고독은 외로움을 포함해 나 자체를 감싸고 있는 순간이 있다. 나는 책을 읽는 행위야말로, 그리고 글을 쓰는 행위야말로 정말 고독해지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 순간만큼은 외로움이 아닌 고독한 순간으로 이 세상에 오직 책과 글만이 유일한 대화 상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책과 글을 쓰기엔 아무래도 밤과 새벽이 가장 좋다. 모두가 잠이 들 때 고요한 상태에서 나는 고독을 더욱 즐길 수 있게 된다. 이때는 작은 소리도 가까이에 있는 것처럼 아주 크게 들린다. 엉킨 이어폰을 풀어가듯이 엉킨 생각의 줄을 천천히 풀어본다. 그리고 쓴다. 새벽에 글을 쓰면 가장 위험한 것을 나는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러니 퇴고는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일어나자마자 가장 맑은 정신으로 두 시간 정도 나의 글을 보는 게 가장 좋다. 마찬가지로 아침에도 나는 여전히 고독하다.

 

그렇다면 외로울 땐 어떻게 하나?

글쎄. 이제는 외로울 때 그냥 외롭다고 인정하고 외로운 상태를 받아들이는 게 최우선이라는 것을 알았다. 외로우니 사람을 더 만나야겠다고 하거나 대단한 무언가를 꼭 해야겠다고 다짐하지 않는다. 어쩌면 외로운 상태에 벗어나려고 발버둥치거나 그 상태를 인정하지 못해서 더 외로움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외로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그냥 산책을 한다고 해야 할까? 물론 여전히 불 꺼진 집에 들어가는 건 순식간에 고독해지지만 말이다.

문이 쾅 닫히고 불 꺼진 집을 바라본다. 신발을 벗고 익숙하게 불을 켠다. 탁 하고 불이 들어올 때 잠시나마 무사히 돌아왔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그때부터 고독해지는 것이다. 외로움을 잠시 밖에 두고 고독을 즐겨보려고 책을 편다. 책을 읽는 내내 아무리 생각해도 혼자 사는 게 외롭지 않느냐는 질문에 고독은 꽤 괜찮은 것이라는 대답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이메일 무단 수집 거부

우리 현대문학 회원에게 무차별적으로 보내지는 타사의 메일을 차단하기 위해,
본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시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형사처벌됨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2008년 2월 19일]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