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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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

이번 어린이날에는 전국적으로 비 소식이 있었다.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후 처음 맞는 어린이날이었을 텐데 얼마나 슬펐을까. 그래서 그런 것일까. 유독 그 전날과 그 전전날에 어딜 가든 사람이 많게 느껴진 것이.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 어린이날이 될 때마다 줄곧 생각해왔다.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이 되면 공부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으레 그렇듯 대학생만 되면 잠도, 공부도, 먹는 것도 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웬걸 나는 어쩌다 보니 공부만 주구장창 해야 하는 대학원생이 되어버렸다. 어릴 적 나의 꿈은 선생님이었다. 잘 기억나진 않지만 선생님께서 무언가를 가르치는 모습이 멋있게 느껴졌던 것 같다. 어릴 적 나의 또 다른 선생님은 바로 아버지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쪽으로든 좋지 못한 쪽으로든, 인생을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나는 여러모로 아버지에게 많은 것들을 배웠다. 아버지에게 배운 것 중 하나가 바로 자전거였다. 네발에서 세발로, 세발에서 두발로 넘어지지 않고 앞으로 잘 가기까지 내 옆에는 항상 아버지가 있었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면 된다. 손은 함부로 놓는 것이 아니다. 길이 위험해 보이면 바로 내려야 한다. 사람도, 차도 모두 다 조심해야 한다.” 두발 자전거를 완벽히 타기 위해 아버지께서 해주신 말인데 나는 그 말들이 어쩐지 인생에도 적용되는 말인 것 같았다. 어릴 적의 나는 확실히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하도 부딪혀서 그런지 별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넘어져도 한 번만 더 해보겠다고, 진짜 할 수 있다고 계속 말했다고 한다. 해가 다 져서도 들어오질 않으니 어머니께서는 그만하고 들어오라고 아버지를 혼내셨고, 그날 아버지께서는 밥을 먹다 우리 딸은 나보다도 더한 끈기가 있어하고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고 하셨다. 이제 나는 마음대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 마음대로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어른이기도 하지만…….

어렸을 때 내가 생각한 어른은 버스 손잡이를 아무렇지 않게 잡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또래에 비해서는 키가 큰 편이었지만 어른들에게는 턱없이 모자랐으므로 자연스레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청소년이 되어 버스비를 낼 땐 어른 한 명이요이 말이 왜 이렇게 멋있어 보였던 건지 모르겠다.

며칠 전 약을 먹다가 불현듯 떠오른 것인데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약봉지에 담긴 알약을 한 번에 삼킨 후 목구멍으로 잘 넘기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는 알약을 삼키는 것이 두려워 약을 그대로 놔두거나 녹여 먹거나 혹은 뱉거나 했었다. 그러나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알약을 입에 넣고 바로 물을 마시는 것이다. 아픈 곳까지 약이 빠르게 잘 가게끔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릴 때보다 두려움을 빨리 맞서고 그것을 빨리 해결하는 것이 어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도 여전히 어른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하나 확실한 건 이제 웬만한 알약은 크게 보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또 하나 알게 된 것은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모두 다 어른이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어른은 참으로 되기 어려운 것 같다.

 

어린이날이 되자 어머니께서 사진 몇 개를 보내주셨다. 오빠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사진, 바지는 거꾸로 입은 채 호수를 등지고 서 있는 사진, 계곡 근처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위를 올려다보는 사진, 어머니는 사진에 관해 상세하게 설명해주셨다. 나이며, 장소며, 상황이며. 사진 속 나의 표정에는 장난기가 가득해 보였다. 하도 잘 웃어서 누구를 따라가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는데 지금 이렇게 잘 자라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엄마, 미안 지금은 웃음이 많이 사라졌어.

아니야, 그래도 넌 지금도 잘 웃어.

 

농담 삼아 이야기했지만 약간 진심이었다. 물론 어머니의 말도 진심이었다. 맞다. 나는 웃음이 사라졌다고 해도 여전히 잘 웃는 편이었다. 모 예능 프로그램에서 MC가 지나가던 어린이에게 어른이 되면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가수 이효리가 뭘 훌륭한 사람이 돼? 하고 싶은 대로 그냥 아무나 돼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어쩌면 어린이들에게 그렇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어른일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 나에게도 그러한 어른이 필요했으리라……. 세상에 어린이들이 모두 행복했으면, 그리고 행복한 게 무엇인지 아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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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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