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기에 좋은 사람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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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

며칠 전 친척언니의 결혼식이 있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언니를 보자 정말로 결혼을 하는구나, 정말로 가는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졌다. 조금은 무뚝뚝해서 무서울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나한테 가장 다정했던 언니를 떠올리니 정말 눈물이 나려고 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종종 자매로 오해받았었다. 성격은 다르지만 외형이 비슷한 탓에 오빠보다도 더 닮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었다. 스무살이 되고 난 후엔 종종 한강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고, 사회 초년생이 된 언니는 그래도 자기가 밥을 사는 게 맞다며 나에게 항상 밥을 사주었다. 그런 언니가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한다고 하니 어쩌면 눈물이 나는 게 당연한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서 울면 안 된다. 여기서 울면 되게 이상해지는 것 알지?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왜 이렇게 결혼식에만 가면 눈물이 날까? 정말 알 수가 없다. 아는 사람의 결혼식은 그렇다고 쳐도 친구 언니의 결혼식이나 이름만 알고 처음 보는 사람의 결혼식에서 우는 건 좀 많이 아니지 않나? 싶다. 아무튼 결혼식만 가면 순간적으로 무언가 울컥하는 게 있다.

 

결혼식장은 정말 신기한 곳이다. 평소 알고 지냈던 이가 갑자기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고, 연락도 없던 지인을 우연히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이름도 몰랐던 먼 친척과 인사를 나누게 되고, 누군지도 모르지만 일단 고개를 숙이게 되는, 꽃과 조명이 아름다운, 그러나 모든 게 이질적이게 느껴지는 그런 곳이다. 그곳에서 누군가는 사랑을 영원히 약속하고, 누군가는 그 약속에 박수를 쳐준다. 결혼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이미 아이가 둘인 친구도 있고, 아예 비혼주의를 선언한 친구도 있다. 사는 게 너무 바빠 결혼은 아예 꿈도 꾸지 않는 친구도 있고, 결혼제도가 싫어서 결혼은 정말 하지 않겠다고 말한 친구도 있다. 애인이 있지만 결혼 생각은 없는 친구도 있고, 때가 되면 자연스레 결혼하겠지 하고 생각하는 친구도 있다. 뭐 집만 있다면야……. 그래, 대한민국에서는 둘이 살 집만 있다면 결혼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잠시 잊고 있었다.

 

너는 누구 만나는 사람 없냐는 질문에 나는 마침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고 생각했다. 수도 없이 받았던 질문이지만 나는 이러한 질문에 아직도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사람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지요, 라는 애매모호한 답변과 함께 때가 되면 알아서 가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더 이상 물어보지 않으셨다. 언니가 갔으니 다음은 나한테 가라고 하겠지, 예상은 했었다. 물론 식사 도중에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공격을 받을지는 몰랐지만 말이다.

식사를 다 마쳐갈 즈음에 막내고모에게 물어보았다. 결혼하면 어떤 느낌이냐고, 막내고모는 내게 결혼은 정말 현실이라고, 환상을 다 버리면 결혼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흔히 들었던 대답임에도 불구하고 결혼에 관해 생각해보니 나는 아직도 환상을 버리지 못한 것 같았다. 고모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그런데 환상을 버려도 혼자 사는 것이 좋다고, 그냥 혼자가 최고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정말 결혼이란 무엇일까? 여전히 알 수 없고, 결혼을 하기 직전까지, 아니 어쩌면 하고 나서도 영원히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식을 마치고 언니와 형부가 식사 자리에 감사 인사를 전하러 왔다. 나는 처음으로 형부와 인사를 나누었다. 어른들의 덕담이 이어졌다. 나는 그저 언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덜 아프고 더 행복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물론 그 말을 하는 대신 언니의 손을 잡고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전했지만 말이다. 언니는 내 손을 꼭 잡고 와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해주었다. 어쩌면 정말 진심으로 결혼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울컥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를 보자 또 다시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꾹 참아보았다.

 

너도 결혼하기에 좋은 사람이 있으면 얼른 결혼해라.

 

웃어른께서 다음으로 결혼할 사람은 나라고 했다. 나는 멋쩍게 웃어보았다. 그런데 결혼하기에 좋은 사람이 있나? 나는 잘 모르겠다. 사실 그런 건 이 세상에 없는 것 같다. 그거야 말로 정말 환상처럼 느껴졌다. 결혼하기에 좋은 사람이 아니라 결혼해서 좋은 사람은 있겠지, 라고 생각한다. 말이 어 다르고 아 다르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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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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