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이란 무엇일까?―내향도, 외향도 유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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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

우리는 흔히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부른다. 어린이날을 거쳐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 말 그대로 가정에 관한 행사가 많기 때문이다. 가정이란 무엇인가.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나의 가정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나는 지금 1인 가구의 가장이지만 본가에 내려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한 가정의 막내딸이 된다. 우리 가족은 흔히 사회에서 원하는, 그러니까 사회에서 말하는 정상 가족이다. 여기서 정상 가족이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자식 하나, 혹은 둘, 셋을 말한다. 정상 가족이라는 말은 그 반대로 비정상 가족이라는 말도 있다는 뜻인데 나는 이 말이야 말로 모두를 비극 속으로 밀어 넣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가족이 사회가 말하는 정상 가족에 포함된다고 해서 정말 정상 가족일까? 하는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정상 가족이어도 하나도 정상적이지 않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정의 형태가 다양해져가면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그러니까 지금 이 시대에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은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정상 가족이라고 불리는 우리 가족은 어떠할까? 몇 년 전 우울증도 유전일 수도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부모님 두 분께서 우울증이 있다면 그 자녀도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 어쩌면 유전보다 가정환경, 사회적 요인으로 인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울증이 대물림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찌되었든 어린 아이에게 부모님의 말씀이란 곧 법이니까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치인 것이다. 그렇다면 내향도, 외향도 유전일까? 조금 웃기는 말이지만 나는 이 또한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이다. 놀랍게도 우리 부모님은 나와 비슷한 점이 많다. 우리 부모님 두 분은 모두 내향과 외향이 반반이다(장난삼아 부모님 MBTI를 검사 했을 때 두 분 모두 내향과 외향이 비슷한 비율로 나왔다). 이 무슨 소리일까 싶지만 정말이다. 굳이 따지자면 아버지는 내향에 가까운 외향인, 어머니는 외향에 가까운 내향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일가친척 모임에 가면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나, 너나할 것 없이 모두 외향인이 된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이 모임을 가장 즐기는 자들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모임이 끝나갈 때쯤에 우리는 한마음 한뜻으로 집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모임이 끝난 후 집에 오자마자 우리는 그대로 뻗는다. 뻗는 동안 서로에게 아무 말도 걸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놀랍게도 우리는 사람들과 함께 있다가 집에 오면 급격하게 우울해지는, 그러니까 생각이 너무 많아지는 사람들이었다. 아마 자기가 모임에서 어떤 말을 했는지 각자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나는 우리 부모님에게서 분명 닮고 싶은 점이 있다. 그러나 또 어떤 모습은 죽어도 닮기 싫어하는 것 같다. 화가 나면 큰 소리를 치는 것, 답답하면 바로 전화를 끊어버리는 것, 어떤 일에 있어 무작정 통보하는 것(사실 더 많지만…… 생략하겠다) 등 우울하다는 것, 생각이 너무 많다는 것, 사실 이것만큼은 정말로 닮고 싶지 않아 했던 것 같다. 우리 부모님 두 분은 모두 우울증이 있으시다. 놀랍게도 두 분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네가 우울증이 있다고?”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나는 그 우울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 같다. 물론 나의 우울증이 백퍼센트 부모님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냥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을 뿐이다.

 

가정에 관한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늘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가정은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져 있지만 어떻게 보면 나는 사회가 말하는 정상 가족에 포함되는 것은 변함이 없으니까 말이다. 우리 가족은 화목할 땐 지독하게 화목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줄 땐 무심하게 상처를 준다. 서로가 서로를 찌르는데 우리는 정상 가족이라고 불린다. 나아가 우리를 화목한 가정이라고 생각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가정이 이렇게 산다고 한다. 서로 죽일 듯이 싸우고, 다시 화해하고,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고, 몇 마디를 나누다 다시 싸우게 되는 가정. 우리 정도면 화목한 가정이라고 생각하는 가정. 놀랍게도 이것이 정상 가족의 한 형태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사실 나는 아직도 가정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그저 이렇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가끔 안부를 묻고, 가끔 찾아뵙는, 각자 알아서 잘 지내는 것이 가장 좋은 가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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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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