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저도 사실 내향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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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

작가님, 저도 사실 내향인이에요!”

이런 고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그 말 자체로 위로가 되거든요.

 

가끔 밖에서 어떤 사람의 행동이 묘하게 눈에 띌 때 저 사람은 내향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의 뚝딱거리는 모습에서 나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나의 낭독회에 오신 분들은 대부분 그렇게 느끼시지 않으셨을까 싶다.

 

작년 여름 첫 시집을 내고 처음으로 낭독회를 하던 자리였다. 낭독회를 들으러 와준 동료 시인에 의하면 나의 눈은 그저 땅바닥 아니면 천장을 향해 있었다고 한다. 처음 간 장소도 아니었지만 그때 행사를 진행했던 서점의 천장이 이렇게 높다는 것을, 바닥이 매우 반질반질하다는 것을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처음 본 사람들의 눈을 바라보는 일이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예상치 못한 순간, 어느 독자분과 눈이라도 마주친다면 나의 눈은 이제 바닥이 아닌 지하를 향해 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보통 낭독회가 그러하듯 낭독회가 다 끝난 후 질문을 받는 시간이 있는데, 그 시간에 손을 들어 질문을 해주시는 분이 얼마나 용기를 내었는지 나는 알고 있다(사실 나는 낭독회에서 (질문을 하고 싶지만)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으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가끔 서명하는 시간에 독자 분들께서 조용히 숨어계시다가 빼꼼 고개를 내미는 것처럼 고백을 하는 경우가 있다. 사실은 자기도 내향인이라 공감이 갔다고, 그리고 부끄러워서 질문을 하지 못해서 아쉬웠다고 말이다. 낭독회 때보다 오히려 서명을 할 때 독자 분들과 눈을 조금 더 마주칠 수 있었던 것 같다.(역시 11이 더 편하기 때문일까?) 낭독회 전반적으로 보자면 내향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서명을 할 때만큼은 나름 외향인이었던 것 같다. 소중한 시간을 낭독회에 써주셨다는 생각에 내가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독자 분들도 작가님을 따라가는 것일까요?

비교적 차분했던 나의 낭독회를 보고 누군가 해주었던 말이었다. 그러니까 나의 낭독회에 오신 분들도 대부분 내향인 같다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내 안에 숨어 있던 깨어나라 용사여, 아니 내향인들이여하게 되는 것처럼 묘한 동질감을 느꼈던 것 같다. ‘공감이 갔다는 표현이 누군가에겐 별말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 순간 나에게는 가장 안정감을 주는 말이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다들 잘 지내시다가 이렇게 와서 말해주시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집을 너무 잘 읽었다는 말, 정말 위로가 되었다는 말. 어쩌면 내가 독자 분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것보다 독자 분들께서 나를 더 위로해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비건을 지향한다는 것을 알고 비건 빵을 주시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땐 정말 내가 이런 것을 받아도 되나 싶다(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세상에 이렇게나 따뜻한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행사를 할 때마다 느끼는 좋은 점은 행사를 통해 정말 많은 것을 얻어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에서만 존재하던 독자 분들을 직접 만나 뵙는다는 것, 그리고 그 독자 분들께서 마음을 건네준다는 것, 그들에게 따뜻함을 배우고 온다는 것. 물론 행사를 할 때마다 너무 뚝딱거렸다는 생각에 살짝 괴롭지만 말이다……. 위로의 방식은 참 다양하지만 그중 가장 강력한 위로는 이 세상에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느낀 마음을 이미 알고 있다는 것, 그 마음을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작가님, 저도 내향인이라 정말 공감이 갔어요.” 이 한마디에 괜히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어쩌면 위로를 주고받는 순간이야말로 정말 예기치 못하게 찾아오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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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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