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어머니」를 만든 사정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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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회

어머니를 만들어주셨으면 합니다.”

담당자를 마주하고 앉아 단 몇 초의 침묵도 견디지 못하고 내가 먼저 그렇게 입을 열었다.

뭔가 좀 다른 방식으로 말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메일로 이미 희망사항을 전달했기 때문에 확인하는 정도, 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겨우 그것뿐인 말조차 나는 끝까지 다 하지 못한 채 중간에 눈물을 글썽거리고 말았다.

어째서인지는 모른다. 어머니를 잃고 반년 동안 견뎌온 외로움이 터져나온 것이겠지만, 그러던 끝이 이건가 하고 어쩐지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그 불가능한 단어의 조합이 단순히 우스웠던 것도 같다.

우습다고 울면 안 될 이유가…… 있는가?

 

나는 얼마 전에 스물아홉 살이 되었다.

어머니와 나는 한쪽이 죽으면 남겨진 다른 한쪽은 외톨이가 되어버리는, 단둘뿐인 가족이었다. 그리고 나는 2040년대의 입구에 서서 이따금 뒤를 돌아보며 아직도 어리둥절 멍해져 있었다.

이제 어머니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 한 가지 일을 생각하면 할수록 나는 이 세계 자체가 변질되어버린 것에 당황하고 말았다.

간단한 것을 하나도 알 수 없게 되었다. 이를테면 왜 법을 지켜야만 하는가, 라든가.

아무리 조심해도 고독은 날마다 몸 곳곳에 뚫린 틈새로 차갑게, 소리 없이, 침투해 들어왔다. 나는 다급하게 약간의 창피함을 느끼며 다른 어느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그 구멍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우리를 아는 사람이라야 그리 많지도 않지만, 그래도 그들 누구에게나 사이좋은 모자간으로 여겨졌고 나는 어머니를 극진히 생각하는 점잖고 착한 청년이라는 평판이었다.

이렇게 간단히 말해버리면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 금세 VF(virtual figure)를 만들겠다는 생각에만 매달린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최소한 반년 동안 내 나름대로 어머니 없는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보려고 노력한 시간이 있었다.

이건 미리 알아주었으면 하는 것 중의 하나다.

 

나는 61일에 태어났고 그게 사쿠야朔也라는 내 이름의 유래가 되었다. 1일이 옛날 말로는 사쿠라는 것을 어머니에게서 여러 번 들었다.

어머니의 축하가 빠진 첫 번째 생일을 맞이한 며칠 뒤에 나는 문득 가슴을 짚은 채 말로 다할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나로서는 매번 마개를 잘 막아왔다고 생각했던 몸 구석구석의 구멍이 결국 크게 벌어진 채 내 안쪽에 군데군데 공허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외부 침입자를 지나치게 경계한 나머지 나 스스로 줄줄 흘려온 것들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몸이 가벼워진다는 것은 대부분 뭔가 후련함의 표현이지만, 썩은 나무처럼 물러버린 그 감촉에 나는 이건 안 되겠다고 비로소 자각하고 해결책을 찾아 나섰다.

그게 내가 지금 시부야 고층 빌딩 안에 와 있는 이유였다.

죽음은 물론 평범한 일일 것이다. 모두가 어느 순간 이 세상에 태어나고 모두가 언젠가는 죽는다. 이건 절대로 예외가 없는 사실이다. 특히 부모가 자식보다 먼저 죽는 것은 그야말로 평범한 일인 게 틀림없다. 그 반대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그리고 평범한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간은 주위를 짜증나게 만든다. 그건 나도 잘 알고 있다. 내 경험은 평범하다. 다만 문득문득, 왜 그렇게 다들 뭐든 평범한 일이라고 여기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코 입 밖에 내지는 않았지만.

나는 결국 감정 라이프의 낙오자다운 방법에 의지하려 하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에 주목한 자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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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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