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문학과 언어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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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회

언뜻 생각하기에 소설이나 희곡의 언어는 시의 언어와 달라서, 메시지의 전달에 그 목적이 있고 언어는 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사실 그렇게 생각한 유명한 사람들이 있기도 합니다. 가령 사르트르는 그의 문학이란 무엇인가에서 시와 산문을 구별하여, 전자는 언어창조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것인 반면에, 후자는 세상을 밝히고 변혁하기 위하여 언어를 이용할 따름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만일 산문이 언어에 너무 신경을 써서 자기가 그 언어에 담을 사상적 내용을 무시한다면 그것은 산문의 본뜻을 배반하는 것이라고 그는 단언합니다. 그러니까 극단적으로 말해서, 정치적 선전물이나 과학논문이나 소설이나 제 뜻만 잘 전달된다면 언어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뜻이 되죠. 그렇다면 그것은 맞는 말일까요? 아무래도 지나치고 잘못된 생각이 아닐까요?

사실, 그렇습니다. 아무리 사르트르가 위대한 작가이며 사상가라고 해도 그런 언어관은 합당한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소설이나 희곡작품의 언어는 단순히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작품들은 일상생활에서는 모르고 지내기 쉬운 참을 들어내기 위해서 허구를 꾸민다는 야릇한 지향志向을 보여줍니다. 한데 허구를 꾸민다는 것은 언어유희를 하는 것입니다. 작가들은 시인과 마찬가지로 이 말, 저 말을 고르면서(때로는 뒤틀고 파괴하면서) 문장을 만들어나가고, 한 문장과 다른 문장 사이의 유기적 관계를 설정하기 위해서 고심하면서 작품이라는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나갑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소설이나 희곡은 긴 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언어예술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시와 산문 사이에는 근본적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독일어의 ‘Dichtung’이라는 말은 참으로 좋은 말이라고 여겨집니다.

한데 산문작품에서 언어의 중요성을 경시한 듯한 사르트르도 후일에는 이 점에 주목하고 자기의 견해를 크게 수정했습니다. 이 달라진 견해에 의하면 작가의 말은 가령 수학에서 사용하는 기호(그것은 기의 앞에서 사라진다)보다는 한결 짙은 물질성物質性을 지니고 있다`. 작가는, 독립적인 생명을 갖춘 것 같고 그가 좌지우지할 수 없는 그 물질성에 관심을 갖는다.” 이 발언의 뜻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수학적 기호는 물론 교통표지도 하나의 약정이며, 중요한 것은 그 약정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나타내는 의미내용, 즉 기의입니다. 가령 ×는 곱셈을 의미하는 단순한 기호이지 그 자체에 무슨 독특한 뜻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하다면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도 되죠. ‘3 곱하기 5’하는 식으로요. 사르트르가 기의 앞에서 기표가 사라진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을 가리키는 겁니다. 그러나 작가가 쓰는 말은 다릅니다. 사르트르는 그 특징을 두고 말의 물질성이라고 하고 있는데, 한국작가들의 소설에서 자주 보이는 사투리에서 그 좋은 본보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투리에는 저마다 어떤 본질, 더 과장해서 말하면 어떤 혼이 배어 있습니다. 가령 충청도 산골의 이야기를 하는 소설에서, 의미내용이 같다고 하여 그곳의 농부의 사투리를 되바라진 서울말로 바꿔놓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런 것이 바로 말의 독립적인 생명이며 물질성입니다. 달리 말하면 기표의 중요성입니다. 소설가나 희곡작가라고 해서 그 점을 무시하면 안 됩니다. 그들 역시 자기의 주제나 통찰洞察에 적합한 언어유희를 해야만 자기의 세계를 훌륭하게 구축해나갈 수 있습니다. 마치 인형을 만들려는 아이가 제 앞에 놓인 여러 자료 중에서 잘 골라 꾸밀 때 비로소 예쁜 인형을 만들 수 있듯이 말입니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으니 한 가지만 예를 들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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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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