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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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회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시도하는 것은 문학의 가장 큰 몫 중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차후로 미루고 지금까지 살핀 내용을 요약해보죠. 이야기가 다소 착잡했는지도 모르니까요. 오늘 내가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문학의 중요한 기능이 낯설게 하기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의심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이의제기를 위한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애초부터 몰랐던 야릇한 것에 대한 인식을 촉구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 것이 참을 향하는 길입니다.

그리고 나는 시건 산문이건 간에 참을 향하려는 이 낯설게 하기의 수법을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고 그것을 각각 기본적 리얼리즘과 제2의 리얼리즘이라는 서툰 용어로 정리해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두 가지로 참을 밝히려는 문학적 언어의 형식이 한정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여러분은 애초부터 현실세계와는 동떨어진 시간과 공간에서 전개되는 가지가지의 엉뚱한 이야기와 이미지를 많이 알고 있을 터입니다. 공상과학소설, 유토피아 이야기, 패러디와 풍자, 그리고 또 초현실주의 등, 그 형식과 내용은 무한하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나는 그런 형식들을 통틀어 역설적 리얼리즘 또는 제3의 리얼리즘이라고 부르고 싶어집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모두가 현실 밖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현실적 문제들을 역조명逆照明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이미 읽어보았을 돈키호테걸리버 여행기를 생각해보십시오. 아마도 그런 작품을 단순히 재미있는 소설로만 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한데, 이런 걷잡을 수 없는 모든 다양한 표현들은 두 가지의 것을 말해줍니다. 첫째는, 인지人智의 일치야말로 인간의 최고의 이상이지만, 그것은 아마도 영원히 있을 수 없고, 오직 궁극적 참을 향한 왈가왈부曰可曰否의 계속이 인간의 숙명이라는 것입니다. 둘째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이 왈가왈부의 계속을 위해서 언어를 총동원하고, 그 과정에서 그때마다 한 발짝이라도 더 가까이 참으로 간다고 믿어왔으며 이 믿음은 아마도 인류의 존속과 더불어 이어져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거시적巨視的인 전망으로 무슨 예언자 같은 자세를 취하려는 것이 나의 본의는 아닙니다.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다만 참을 향한 낯설게 하기의 작업에 여러분도 여러분 나름대로 동참해주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관념이나 관습이라는 따듯한 이불 속에 안주하지 말고, 미지의 나라로의 여행으로, 아마도 여러분을 구각舊殼에서 벗어나게 해줄 그런 여행으로 나서주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이어나갈 그런 끝없는 여행이야말로, 문화라는 탈을 쓴 가지각색의 값싼 오락으로 여러분을 소외시키고 획일화하려는 세력에 항거하면서, 생각하는 갈대로서의 인간을 회복해나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내가 줄곧 좋아하고 되씹어온 프루스트의 한구절 진실한 인생, 마침내 발견되고 밝혀진 인생, 따라서 진실로 체험된 유일한 인생, 그것이 문학이다라는 그 구절을 되새기면서 오늘의 강의를 마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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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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