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안개: 쉰들러 리스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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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회

사실 스필버그의 기법은 대개 이런 식이다. 작은 감동의 요소로 많은 것을 대신하고, 그것을 관객들에게 호소하는 것이다. 때로는 그것이 과하여 거부감을 일으킬 지경이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도망가기 직전, 그가 생명을 구해준 유대인들 앞에서 차를 부여안고 이 차를 팔면 그 돈으로 열 명을 더 구할 수 있었을 텐데하고 흐느끼는 장면이 그런 사례다(문화의 차이인지 모르겠으나, 미국 관객들은 이 장면을 보고 정말로 감동하는 눈치다). 그리고 갑자기 흑백 화면이 컬러 화면으로 바뀌며 푸른 하늘이 비치고 쉰들러가 구해준 사람들이 그의 묘에 돌을 하나씩 얹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그는 이런 도식적인 방법을 동원해 우리에게 감동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더 솔직하게 표현하면 감독이 관객들에게 휴머니즘을 팔아먹는다는 인상을 받기까지 한다.

홀로코스트에 대해 이 영화는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하고 있는가?

그의 영화는 말하자면 나치 독일과의 화해를 제기했다. 물론 그가 노골적으로 나치에게 면죄부를 주려고 한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인간은 기본적으로 선한 존재라는, 자기 식의 휴머니즘을 전하려고 했을 것이다. 1,100명의 생명을 구한 이야기가 감동적이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6백만 명의 죽음을 가져온 악을 상쇄하는 해독제로 쓰여서는 곤란하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이 영화가 흥행을 위한 상품이지 홀로코스트에 대한 역사 해석이 목표는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니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손쉬운 답을 주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해 감동을 자아내는 수밖에 없다.

할리우드 영화는 영웅을 필요로 하기 마련이다. 여기서는 쉰들러가 그 영웅이다. 쉰들러라는 한 영웅이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했다. 이제 홀로코스트는 그를 중심으로 해석된다. 쉰들러와 여자, 쉰들러와 섹스, 쉰들러와 돈, 쉰들러와 유대인…… 이런 식으로 모든 일이 그를 중심으로 일어난 것처럼 짜여 있다. 그것은 진짜처럼 보이지만 결코 진짜일 수가 없다. 이를 두고 비평가들은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쉽게 설명해버리는진부화의 잘못을 범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우리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마음의 평안함을 얻는다면 그것 자체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 전쟁 중에도 의인은 있다는 식의 위안을 얻는 대신 정작 우리가 진지하게 물어야 할 제2차 세계대전과 유대인 학살의 의미는 뒤로 물러나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영화는 하나의 멜로드라마가 되었고, 홀로코스트는 단지 영웅을 부각시키기 위한 배경으로 전락해버렸다. 이 영화는 화제를 모으기는 했으나 역사에 대한 성찰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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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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