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안개: 쉰들러 리스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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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회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으로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1993)를 들 수 있다.

사실 스필버그가 이런 묵중한 주제의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그 사실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그는 E. T.」 「인디아나 존스」 「쥐라기 공원과 같은 도피성 오락 영화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인 감독이다. 그의 영화는 주로 어린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서 전체적으로 애들 영화같은 냄새가 난다. 그런 가운데에도 그가 특유의 휴머니즘을 견지한 것은 사실이다. 억압받는 흑인 여성 문제를 다룬 컬러 퍼플(앨리스 워커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이 그의 필모그래피 최초의 스필버그적이지 않은영화라고 한다. 이 이후 그는 점차 사회성 짙은 작품을 만들어갔는데, 그 정점을 차지하는 것이 쉰들러 리스트. 흑백 필름에 다큐멘터리 스타일을 가미한 이 영화는 이전 오락 영화들에 비하면 훨씬 중후하고 절제된 분위기를 띤다. 이 영화는 1993년 가을에 개봉되자마자 곧바로 화제를 모았다. 우리 시대 최고의 흥행 감독이 인류사의 가장 심각한 문제를 감동적으로 그려낸 것이다(사실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 극영화는 수없이 많았지만 수용소의 공포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은 거의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무거운 주제에 세 시간이 넘는 긴 상영 시간 때문에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리라는 예상을 깨고 백만 명 가까운 관객을 모았다. 그리고 이 영화를 만든 공로로 스필버그는 후일 독일에서 최고 명예인 십자훈장을 받았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잘 알려져 있다. 돈만 아는 냉정한 사업가인 오스카 쉰들러는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전쟁 물자 사업에 뛰어들어 싼값에 유대인들을 고용해 큰돈을 벌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그는 유대인의 비극을 절감하게 되었고, 그들을 구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은 결과 1,100명에 달하는 유대인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살아남은 유대인들은 금니를 뽑아 반지를 만들어주며 거기에 한 생명을 구하는 것은 세상을 구하는 것이라는 탈무드 글귀를 적어 넣어 그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유대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기희생을 치른 독일인이라니, 이야말로 지옥에 피어난 한 떨기 꽃과 같지 않은가.

이 이야기는 분명 감동적이고, 감독의 휴머니즘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그렇게 단순하게만 받아들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이 영화가 자아내는 감동이 너무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 영화에서 쉰들러가 왜 갑자기 냉혹한 장사꾼에서 박애주의자로 변신했는지는 명료하게 설명되어 있지 않다. 어쩌면 쉰들러 본인도 설명을 잘 못하는 듯하다. 언젠가 그는 한 유대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네. 만일 개 한 마리가 트럭에 깔리려 하는 것을 보았을 때 자네라면 돕지 않았겠는가?”* 이 문제에 대해 영화 내에서의 설명은 매우 단순하다. 쉰들러가 나치들의 유대인 사냥장면을 목격했을 때, 우연히 한 어린이의 피신 장면을 가슴 아프게 본 것이 그의 변화를 설명하는 유일한 요인이다. 흑백 필름 위에 부분적으로 컬러를 입혀 이 어린이만 분홍 색조로 드러나게 만든 이 유명한 신scene은 분명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지만, 그래도 그것만으로 쉰들러의 변화를 설명하기에는 너무 부족하다.

 


* 이 영화에서 주인공 역을 맡았던 리암 니슨은 이렇게 소회를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아직도 그가 왜 그렇게 많은 생명을 구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인물이었지요. 그는 사람들이 자기를 좋아하는 것을 좋아했고, 대단한 아첨꾼이었습니다. 어쩌면 그는 어떤 위대한 일 한 가지를 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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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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