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어두운 빛: 모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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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회

사실 콩고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외부 세계는 전혀 몰랐다. 현장에서 끔찍한 광경을 목도한 선교사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려 해도 세상에 알릴 방도가 없었던 것이다. 이 사태를 정확히 알리고 비판한 사람은 에드먼드 딘 모렐이라는 뜻밖의 인물이었다.

그는 영국인 어머니와 프랑스인 하급 관리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영어와 프랑스어 두 언어에 모두 능통했다. 그러나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열다섯 살에 학교를 중퇴한 뒤 파리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고, 후일 리버풀 소재 해운 회사인 엘더 뎀스터 회사의 직원이 되었다. 이 회사의 배들은 콩고를 오가는 모든 화물을 독점운송했다. 모렐은 영국과 벨기에 사이를 오가며 회사 일을 하는 동시에 해운업 전문 잡지에 아프리카 무역 관련 기사를 써서 기고했다. 애초에 그는 레오폴드 국왕의 체제를 찬미하는 글을 썼다. 그러나 예리한 관찰력을 가진 그는 앤트워프 항구에서 뭔가 의심스러운 일들을 발견했다. 콩고에서 들어오는 증기선이 실어 오는 물품과 또 그 배에 실어 콩고로 보내는 물품의 실제 양과 서류상의 목록을 비교하니 이상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첫째, 콩고로 가는 선박에는 늘 엄청난 양의 탄환과 수천 정의 소총이 실렸다. 이 무기는 도대체 어디에 쓰이는가?

둘째, 콩고에서 벨기에로 들어오는 화물량은 콩고 정부의 공식 발표를 훨씬 상회했다. 중간에 사라지는 이 수량은 어디로 가는가?

셋째, 콩고로 들어가는 상품은 거의 없는데 콩고에서는 갈수록 더 많은 상아와 고무를 수출했다. 말하자면 콩고 사람들은 거의 아무런 대가도 받지 못하면서 노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여러 정황으로 보건대 콩고에서는 노예 노역이 진행되고 있음에 틀림없다. 만년에 그의 친구가 된 아서 코난 도일 경이 창안한 주인공 셜록 홈즈처럼 그는 정확한 자료 수집과 예리한 추론을 통해 실상을 파악해낸 것이다.

처음 모렐은 순진하게 해운 회사 사장을 찾아가 사실을 보고했다. 그러나 사장은 말단 직원의 말을 듣고 회사의 최우량 고객을 놓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회사는 그의 입을 막기 위해 승진과 봉급 인상이라는 당근, 전보 발령이라는 채찍을 병행하며 압박을 가했다. 그러자 모렐은 회사를 나와 서아프리카 통신이라는 신문을 창간하고 폭로 기사를 썼다. 누구도 그의 펜을 막을 수 없었다. 그는 세 권의 저서, 두 권의 공동 저서, 영국·프랑스·벨기에의 유력 신문에 보낸 수백 건의 기사를 쓰는 동시에 서아프리카 통신을 직접 운영하며 대부분의 기사를 스스로 썼다. 그의 글은 아주 정확한 증거를 가지고 쓴 기사들이었다. 반대파들이 트집을 잡기 위해 그의 기사의 오류를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곧이어 그의 글에 영향을 받은 의원들 몇이 동조했고, 그동안 참혹한 실상을 알고 있지만 이를 세상에 알릴 길이 없어 한탄하던 선교사들, 회사 관리 등이 그에게 정보를 보내왔다. 레오폴드 측이 콩고 남자들에게 고무 수집을 강요하기 위해 그들의 아내를 볼모로 잡은 적이 없다고 성명을 발표하면 모렐은 현장에서 여자들을 볼모로 잡은 현황을 기록한 문서를 공개하며 비판하는 식이었다. 선교사들은 폐허가 된 마을, 절단된 손목, 손발이 없는 어린이들을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사살당한 사람들의 목록과 구체적 상황을 기록한 자료와 진술도 공개되었다.

학대를 목격한 스웨덴과 미국 선교사들은 레오폴드의 콩고 진출에 반대하는 운동을 펼쳤다. 코난 도일, 조셉 콘래드, 마크 트웨인과 같이 자신의 견해를 표명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레오폴드의 허위로 가득 찬 야만성을 비판하는 글을 썼다. 그러나 레오폴드는 가증스럽게도 테뷰런 박물관Tervuren Museum을 짓고 거기에 콩고인들이 이교異敎와 노예제에서 해방된 것을 축하하는 아프리카 예술품을 전시하며 자신의 자비로움을 과시했다. 1908년 임종에 가까워 레오폴드는 그의 식민지 지배권을 정부에 양도하였는데, 이때부터 이 지역은 벨기에령콩고Bel-gian Congo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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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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