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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 수액을 얻을 수 있는 나무는 여러 종류가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양의 수액을 얻을 수 있는 것은 헤베아Hevea 속 고무나무, 특히 아마존 지역에서만 자라는 헤베아 브라질리엔시스Hevea Brasiliensis였다. 그러나 문제는 이 나무가 헥타르당 서너 그루밖에 없어서 열대 우림에서 이 나무를 찾아 수액을 채취하는 일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라는 데에 있었다. 현지의 숙련 노동자들이 하루 종일 일해도 10킬로그램 남짓 얻는 게 고작이었다. 이 사업을 주관하는 외지인 사업가, 일명 ‘고무왕’들은 막대한 돈을 벌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갑부가 되었지만, 현지인 노동자seringueiros들은 식량과 채취 도구를 비롯한 모든 물품을 스스로 구입해야 하는 불리한 조건 때문에 대개 2년 치 임금을 가불받은 상태였으므로 일종의 채무 노예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그들은 하루에 70-80킬로미터씩 열대 우림을 돌아다니며 수액을 채취해야 했다. 더구나 과도한 채취로 인해 이 나무들이 결국 멸종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헨리 위크햄이라는 인물이 이 문제를 타개하는 데에 결정적 공헌을 했지만, 그것은 과히 정당한 방식은 아니었다. 브라질 정부의 금지와 감시를 뚫고 고무나무 씨앗을 영국으로 밀반출한 것이다. 그가 빼돌린 씨앗들은 런던의 유명한 큐Kew 식물원에서 발아하여 묘목으로 자라났고 지극정성으로 키운 이 묘목들이 캘커타, 실론, 남부 인디아, 버마 등 아시아 여러 지역에 보내져서 실험 재배되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결국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 농장 재배에 성공했다. 그 결과 1901년에는 말레이시아에서만 100만 그루의 고무나무가 자랐으며, 이후 그 숫자는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이 농장에 필요한 인력을 대기 위해 많은 중국인 노동자들(쿨리, 苦力)이 동남아시아로 몰려왔다.

서구 각국은 모두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 식민지에서 안정되게 고무를 공급받고 싶어했다. 그러나 모든 나라가 다 영국과 네덜란드처럼 고무나무 농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하지는 못했다. 따라서 무리를 해서라도 식민지 열대 우림에서 고무 수액 채취를 확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가운데 벨기에의 식민지였던 콩고에서 벌어진 일은 몸서리쳐지는 잔혹성으로 악명을 떨쳤다.

콩고에서 고무 수액을 채취하는 나무는 푼투미아 엘라스티카Funtumia elastica종으로서, 긴 해면질 넝쿨이 나무를 타고 30미터 높이까지 올라가 그곳에서 가지를 쳐 다른 나무로 뻗어가는 특징을 가졌다. 원래는 이 넝쿨의 표면을 살짝 벤 다음 그곳에서 나오는 수액을 받아야 하지만 넝쿨을 완전히 절단하면 더 빨리 채취할 수 있으므로 관리들의 금지에도 불구하고 모두 그런 식으로 일을 했다. 그 결과 마을 주변의 넝쿨들은 빠른 속도로 사라져갔다. 이제 수액을 채취하려면 하루나 이틀 거리를 걸어가야 했고, 그나마 지상에서 가까이 있는 넝쿨이 바닥난 후에는 점점 더 높은 곳으로 기어 올라가야 했다. 높은 나무에서 떨어져 등이 부러져 죽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쏟아붓듯 비가 내리는 지역에서 표범의 공격 위험에 시달리며 나무 꼭대기로 기어 올라가는 이런 힘든 일은 아무도 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니 일을 강제로 시키려면 특별한 방법이 필요했다. 그것은 사람을 볼모로 잡는 행위였다. 마을을 덮친 군대는 여자, 어린아이나 노인 혹은 이장을 볼모로 잡은 다음 마을 사람들이 고무 수액을 가져오면 그들을 풀어주었다. 볼모로 잡혀 있는 동안 여자들은 흔히 강간을 당했고, 형편없는 식사로 인해 풀려난 다음에도 죽는 일이 빈번했다.

콩고에서 영업하는 회사는 할당 제도를 도입했다. 각 마을에 할당된 양은 대개 2주 안에 한 사람당 말린 고무 3-4킬로그램을 채취해야 하는 수준이었다. 이 할당량을 채우려면 숲속에서 한 달에 24일 정도를 일해야 했다. 정해진 양을 채우지 못한 사람은 시코트(chicotte, 하마 가죽을 말려서 만든 나선형의 채찍)로 매질을 당했는데, 맞다가 의식을 잃는 일이 태반이었고 100대 정도 맞으면 대부분 목숨을 잃었다. 고무 채집에 협력하지 않는 마을은 군대의 공격을 받고 몰살당했다. 유럽 장교들은 아프리카 동맹군에게 학살을 대행시키면서 총알을 제대로 사용했다는 증거를 요구했고, 그래서 아프리카 군인들은 시체의 오른손을 잘라서 훈증 처리하여 가져왔다. 그러나 때때로 군인들은 사냥에 총알을 사용하고는 산 사람의 오른손을 절단해 오기도 했다. 이런 끔찍한 일들이 열대 우림 지역에 지워지지 않는 잔혹한 상흔으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