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여인: 성적性的 전도 (2)

페이스북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블로그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링크 복사하기

61 회

이 점에서 특히 여성들이 주관하는 축제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개 축제는 남성들이 주관하지만 여성이 주관하는 축제도 꽤 있었다. 프랑슈콩테 지방의 5월 축제가 그런 사례다. 이때에는 그동안 자신을 때린 남편을 물에 빠뜨린다든지 혹은 나귀에 태워 놀리는 한편, 부인들은 남편 허락 없이 맘대로 놀고 마시고 춤출 수 있었다. 원래 5월은 로마 시대 이래로 음기가 강하고 여성의 욕망이 과도한 달로 치부되었다. 5월에 결혼한 신부는 남자들을 휘어잡고 산다고 믿었기 때문에 남성들로서는 5월 결혼을 피하려 했다. 16-17세기에 뉘른베르크에서 행해졌던 축제도 흥미롭다. 이 기간 중 여성들은 특별 허가증을 받았다. 이 농담조의 칙령들은 여성들이 남편의 자유를 제한하고 남자들의 똥구멍이 울부짖을 때까지때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또 고통받는 부인들에게 3년 동안 남편을 지배할 특권을 허락해준다는 칙령에 따르면 회원들은 무기를 소지할 수 있고, 자기네들의 대표를 뽑아 자치를 누리며, 남편의 허락 없이 나가서 놀 수 있는 반면, 남편들은 집안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여자 허락 없이는 맥주도 살 수 없다고 규정한다. 농담이라고는 해도 꽤나 위협적이지 않은가.

여성들의 지위가 갈수록 악화되고 억압당하던 시대에, 축제 기간에만 일시적으로 여성들이 해방되어 상징적인 차원에서만 남성을 지배하는 것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 갈등을 완화시켜 오히려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기능을 한 것일까? 1년 중 정해진 시기만이라도 그동안의 응어리를 풀어서 마음을 달래고 그다음에는 다시 원래의 예속적인 위치로 되돌아가도록 하는 장치일까? 분명 그렇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 이런 해석에 따르면 일시적인 무질서 상황을 용인하는 이유는 거기에 어떤 순기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정한 범위 내에서 사회를 비판하는 것은 다시 원래의 질서로 되돌아가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것은 사회를 갱신renew할 뿐 변화change시키지는 않는다.

그런데, 데이비스는 이 부분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질문을 제기한다. 과연 그런 역할만 했던 것일까? 무질서와 혼란의 경험이 언제나 기존 질서를 강화하기만 했을까? 질서를 일시적으로나마 파괴해본 경험을 한 여성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그래서 정치적 불복종 혹은 봉기를 승인하지는 않았을까? 다시 말해서 기존 질서의 기반을 허무는 일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녀가 생각하는 것은 일종의 파급 효과spillover effect이다. 축제 기간 중의 경험이 그대로 사라져버리는 게 아니라 일상으로 흘러든다는 것이다. 그 효과는 때로 충격적이고 혁신적이다.

이론상 남성이 완벽한 지배와 통제를 해야 하나 그런 일은 실제로 불가능하다. 이 세상을 현재 그대로 유지할 수만은 없다. 그렇다면 여성이 저항하고 봉기하여 끝내 승리한다면 그 세상은 어떠할 것인가? 그런 사고 실험을 해보는 것이 다름 아닌 축제의 기능이었다. 연극을 통해,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서, 혹은 축제 행위에서 그런 가능성을 생각해보고 확인할 수 있다. 이때 용맹한 여성 혹은 강건한 여장부virago는 새로운 실험적 사고의 원천이 된다. 사람들은 잔 다르크의 용맹성을 회고하고, 아마존이 얼마나 잘 다스려지는 국가인지에 대해 상상한다.* 왜 여성들이 통치에 참여할 수 없단 말인가?

 


* 잔 다르크가 사형에 처해졌을 때 최종적인 유죄 이유는 남성 복장을 했기 때문이었다. 남성 옷을 입었다고 사형에 처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언뜻 이해하기 힘든 논리로 보일 테지만, 당시의 맥락에서 그 의미는 분명하다. 하느님이 정해준 자연스러운 질서를 고의로 파괴하며 무력을 휘두른 것이 그녀가 마녀라는 증거라는 것이다. 한편 여성 문헌학자 마리 델쿠르Marie Delcourt는 잔 다르크가 남성 옷을 고집한 것은 단지 군사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 황금 성인전에 등장하는 남장 여자 성녀들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추론했다. Natalie Zemon Davis, 앞의 책, pp. 144-145.

 

이메일 무단 수집 거부

우리 현대문학 회원에게 무차별적으로 보내지는 타사의 메일을 차단하기 위해,
본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시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형사처벌됨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2008년 2월 19일]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