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여인: 성적性的 전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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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회

여성이 남성의 지위와 힘을 가진 것은 당시 결코 올바른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실제로 유럽의 전통예술, 축제 혹은 문학에서는 남녀가 뒤바뀌는 상황이 자주 나온다. 여장 남자 혹은 남장 여자들이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나오고 축제에도 빠짐없이 등장한다. 여성이 제자리를 벗어나는 것을 그토록 위험한 상징으로 여기고 그런 만큼 교회에서 이를 애써 금지시키려 하는데도 이런 현상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자가 남자로, 혹은 남자가 여자로 변신하는 것에는 사실 여러 종류가 있다. 여성이 남장을 하고 남자 흉내를 내는 것은 예컨대 초기 교회의 성녀聖女 이야기들 속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 황금 성인전에는 이교도 남성들에게 겁탈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남자로 변장한 여성들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나온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순결을 지키고 기독교도로 남는다는 식이다. 데카메론에는 여성이 남자로 변장하여 자신의 정절을 의심하는 남편에게 순결을 증명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조금 더 적극적인 여성들의 경우는 예컨대 위험에 빠진 애인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남자 옷을 입고 전장으로 달려가는 민담ballad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것들은 말하자면 그리 위험한 종류는 아니다. 그렇지만 이처럼 얌전하거나 착한 여자 주인공만 있는 게 아니라 훨씬 강한 여장부 스타일의 이야기들도 많다. 라블레의 가르강튀아에 나오는 거인 여성 가르가멜Gargamelle이 그런 사례다. 그녀는 엄청나게 먹고 마셔대며 걸쭉한 농담을 하고 여러 남자들과 자다가 똥 누듯가르강튀아를 낳는다. 더 나아가서 남자들을 괴롭히고 복수하는 여자 이야기들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례는 아리스토텔레스를 정복한 필리스Phyllis riding Aristotle일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아리스토텔레스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가정교사였다. 그런데 젊은 알렉산드로스는 인도 출신의 필리스에게 홀딱 빠져서 학업을 등한시한다. 대철학자가 젊은 제자를 야단치며 그런 천박한 여자에게서 벗어나라고 했다는 소식을 접한 필리스는 늙은 철학자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결국 필리스는 아리스토텔레스를 유혹하여 벌거벗은 채 자신을 태우고 네발로 기어 다니게 만든다(이는 유럽의 고전적인 포르노그래피에 단골로 나오는 명장면이다). 창문으로 이 장면을 엿본 알렉산드로스는 기쁨에 겨워 어쩔 줄 몰랐을 것이다. 젊음이 늙음을, 성적 열정이 메마른 철학을, 여성이 남성을 이기고야 만 것이다.

이런 정도에 그친다면 성도착이 기존 질서를 허무는 데까지 이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축제 때는 사정이 다르다. 문학에서는 남장 여자가 많이 등장하지만, 반대로 축제에는 여장 남자가 더 많이 등장한다. 예컨대 프랑스의 에티엔 성인의 날(1226) 혹은 설날 축제, 바보제(Feast of Fools, 15-16세기에 행해지던 과격한 축제, 12월이나 1월 초)나 캔들마스(Candlemas, 22) 때에는 남성들이 짐승 혹은 여성으로 변장하고 뛰어다녔다. 기존 해석 중에는 이런 놀이가 다산 의식多産儀式이라고 보는 것들이 많다. 여자들이 더 활기차고 재생산에 관여하는 존재이므로 남성이 여성으로 가장하여 뛰어다니면 땅이든 사람이든 생산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믿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런 해석이 맞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바보제 때 행해지던 놀이를 보면 분명 다산 의식보다는 상류층을 조롱하고 권위를 허무는 요소가 훨씬 더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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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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