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여인: 무질서한 동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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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 그리트」 부분

 

여성에 대한 견해가 늘 이처럼 부정적이지는 않았으나, 근대에 들어서 갈수록 악화되었다는 것이 역사학계의 대체적인 견해이다. 우리는 자칫 먼 과거로 갈수록 여성의 지위가 열악했지만 근대 시기로 오면서 그나마 개선되었으리라 판단하기 쉽다. 사실은 그 반대에 가깝다. 대략 15-16세기 이후부터 여성의 지위가 심하게 악화되었다. 르네상스 시기에 사회 전반적으로 문화적 혹은 사회적 표현 영역이 확대되고 기회가 증대되었지만, 이 시기에 공사公私 영역의 분리로 인해 여성의 활동 영역은 오히려 축소되고 남녀 사이의 간극이 더 커졌다. 이 시기부터 더욱 정교해진 여성혐오주의misogyny가 지배적인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가부장제가 극단적으로 강화된 18세기에 이르면 여성의 독립성은 거의 완전히 상실되었다고 데이비스는 주장한다.

당대의 주류 질서는 여성의 무질서한 면을 어떻게든 다스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겸손과 염치를 가르치는 종교 교육을 시키거나, 일을 많이 시켜서 딴생각할 겨를이 없게 만들거나, 그렇지 않으면 법으로 남편에게 복종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여성이 남성에게 복종하는 것은 정치와 사회문화적 질서 확립의 첫출발이었다. 교회는 여성이 남성에게 복종하는 것이 곧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뜻에 복종하게 되는 첫걸음이라고 주장했다. 국가도 마찬가지였다. 집안에서 남성의 지배, 여성의 복종이 잘 이루어져야 온 국민이 국왕과 국가에 복종하게 된다. 가정은 국가에 대한 충성을 배우는 학교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남편에 대한 불복종은 곧 국왕에 대한 불복종과 같다. 남편을 살해한 여인은 살인죄라기보다는 반역죄를 지은 죄인으로 기소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자연히 성적 상징sexual symbolism이 사회현상을 나타내는 데 자주 동원되었다. , 지배 질서에 따르고 하층이 상층에 복종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남녀 간의 관계를 끌어다가 이용했다. 극도의 무질서는 여성이 봉기하여 권력을 휘두르는 상태로 표현했다. 플랑드르의 화가 피터르 브뤼헐이 그린 악녀 그리트Dulle Griet(혹은 매드 메그Mad Meg라고도 한다)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그림은 스페인이 네덜란드 지방을 점령했을 때의 참상을 상징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농민 여성 덜 그리트는 파괴의 신으로 그려져 있다. 그녀가 지휘하는 일단의 여자들이 어느 집을 약탈하는 동안 그녀 자신은 지옥의 입구를 들여다보고 있다. 여성의 파괴성과 문란함을 그린 이 그림에서는 특히 덜 그리트가 남성 기사의 무구를 착용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기 위치를 벗어나 남성의 힘을 빼앗아 휘두르는 고삐 풀린 여성은 질서의 전복, 파괴, 참상을 나타낸다.

 


* John Kelly, ‘Did Women Have a Renaissance?’, Women, History, and Theory: The Essays of John Kelly,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84, p. 14; 백영경, 여성의 눈으로 다시 묻는 이행의 의미, 여성과사회6, 1995, p. 141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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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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