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여인: 무질서한 동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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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회

▲「악녀 그리트」(피터르 브뤼헐, 1562년)

 

단턴의 분석에 의하면 민속놀이나 축제 등에서 이루어지는 저항의 퍼포먼스는 오히려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런 분석은 과연 타당한가? 전혀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나탈리 데이비스는 상반된 해석을 제시하는 대표적인 역사가다. 그녀의 주장은 저항의 놀이는 놀이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 저항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녀가 분석의 초점을 맞추는 것은 여성이다.*

근대 유럽에서 여성은 한마디로 무질서한 존재로 여겨졌다. 여성은 믿음도, 법도, 두려움도, 참을성도 없는 불완전한 동물이라는 것이다. 인류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것도 여자 때문이 아니었던가. 여성이 그런 저열한 성격을 띠는 이유는 생리적 차원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의학의 정설이었던 체액설에 따르면 여성들은 차갑고 축축한 체액의 영향하에 있기 때문에 쉽게 표변하고 속이기를 잘한다. 게다가 여성의 자궁은 굶주린 동물과 같아서 성교나 임신에 의해 안정되지 않으면 몸 전체를 돌아다니며 지배력을 행사하여 이성을 마비시킨다(그렇지 않은 여성은 주님을 담은 그릇이었던 마리아밖에 없다는 주장이 덧붙여진다).** 다시 말해서 여성은 몸 자체가 그렇게 타고났기 때문에 여성이 가진 천성적인 저급성은 달리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결론적으로 여성은 아랫부분lower이 윗부분higher을 지배하는 존재다. 여성이 음험한 마법과 관련이 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니 여성이 지배자가 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혼돈의 존재인 여성이 세상을 지배하면 무질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살리카 법Salic law의 규정에 따라 여왕의 존재가 아예 불가능했다. 영국에서는 엘리자베스 1세의 경우처럼 여왕의 통치가 가능하긴 했지만, 그 경우에는 존 에일머John Aylmer 주교가 주장하듯 의회 권한이 강화되어 여왕의 통치를 통제해야 한다고 보았다. 분명 여왕이란 존재는 자연의 법칙에 어긋난다. 심지어 양봉업자들은 여왕벌을 부정하고 남성 왕벌King Bee이 벌들 세계의 중심이라고 주장했다.

 


* Natalie Zemon Davis, ‘Women on Top’, in Society and Culture in Early Modern France, Stanford University Press, 1975.

** 자궁이 여성의 몸 안에서 돌아다닌다는 것은 고대로부터 거론되던 이론이다. 자궁의 불안정한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 히스테리hysteria이다. 이 말의 어원 자체가 자궁hyater-이다. 물론 남성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남성들이 성적인 즙sexual juice’을 배출하지 않고 몸 안에 오래 담고 있으면 심한 고통을 당하지만 그래도 남성은 기지와 의지로 이를 통제할 수 있다. 구체적인 해결책은 일, , 공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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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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