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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선택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유럽 문화에서 고양이는 무엇보다 마법을 암시했다. 밤에 만나는 고양이는 악마나 그 하수인이라고 생각했다. 비고르 지방에 내려오는 이야기에는, 한 여자가 들에서 헤매던 흰 고양이를 주워 앞치마에 싸서 마을로 들어왔는데 마녀 혐의를 받던 여자의 집 앞에 이르자 고양이가 “고마워, 잔” 하고 말하고는 앞치마에서 뛰쳐나왔다고 한다. 마녀들은 다른 동물보다도 주로 고양이로 변신하여 희생자에게 나쁜 마술을 걸었다. 마술을 피하려면 고양이 꼬리를 자르거나 귀에 가위질을 하거나 다리 하나를 분지르거나 털을 뽑아 태워야 했다. 헛간에서 낯선 고양이를 발견한 농부가 고양이 다리를 분질렀더니 다음 날 마녀로 의심받던 여자의 다리가 부러져 있더라는 이야기도 전한다. 고양이가 빵 가게에 들어오면 반죽이 부풀어 오르지 않고, 어부의 앞길에 고양이가 지나가면 생선이 상한다고도 믿었다. 마술의 세계와 통하는 동물이므로 고양이는 여러 치료 효과를 가지고 있어서, 예컨대 타박상은 수고양이 꼬리에서 피를 빨아 먹으면 낫고, 폐렴은 고양이 귀에서 나온 피를 적포도주에 타서 마시면 효험이 있다. 심지어 막 죽인 고양이의 따뜻한 골을 먹으면 투명인간이 될 수도 있다!

고양이의 특별한 힘은 집안, 특히 안주인과 연관이 있다. 그래서 안주인이 죽으면 고양이에게 검은 리본을 감아주었다. 고양이는 아기를 질식시키기도 하고 집안의 나쁜 일을 알아듣고 소문을 퍼뜨리기도 한다. 사람들은 고양이의 이런 나쁜 영향을 막기 위해 고양이를 처음 집에 들이는 날 발에 버터를 발랐고, 집을 수리할 때에는 산 고양이를 벽 속에 넣고 시멘트를 발랐다. 중세 건물의 벽 속에서 고양이 뼈가 자주 나오는 것을 보면 이런 관습이 꽤 오래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고양이는 특히 가정생활의 은밀한 부분인 성性과 관련이 있었다. 영어나 프랑스어에서 고양이를 가리키는 단어들(pussy, chat, minet)은 오래전부터 여성의 음부를 가리키는 음란한 말로 쓰였다. 여성의 성과 결혼은 고양이와 연관되었다. 고양이를 잘 돌보는 사람은 예쁜 아내를 얻는다는 속담이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 여성이 고양이 꼬리를 잘못 밟으면 결혼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믿음도 있었다(어떤 지방에서는 1년, 어떤 지방에서는 7년, 또 다른 지방에서는 고양이가 운 숫자만큼의 햇수 동안 결혼이 연기되었다). 고양이가 여성의 성과 관련이 있다 보니 바람기와 연관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밤에는 모든 고양이가 회색”이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 말은 모든 여성이 밤에 충분히 사랑스럽고 아름답다는 뜻이라고 18세기의 속담집이 설명한다.

이처럼 고양이는 아주 풍부한 상징을 가지고 있었다. 근대 초에 유럽인들은 고양이 울음소리에서 마법, 향연, 광란, 섹스, 샤리바리 등을 읽어냈다. 이제 이런 사실을 고려하면 생세브랭 가의 인쇄소 직원들이 고양이를 죽이고 무언극을 하는 것이 어떤 의미였는지 조금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그들은 단지 주인이 애지중지하는 애완동물 한 마리를 죽여서 복수를 한 데에 그친 것이 아니라 유서 깊은 문화적 요소들을 통해 훨씬 더 풍부한 내용의 놀이를 한 것이다.